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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3관왕의 위엄을 떨친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의 세 여배우를 만났다.
캐스팅 과정을 물어보니 “골상 때문”이라는 독특한 답이 돌아왔다.
“내 두상이 철이랑 똑같다네요.”(김혜나) “연상호 감독님은 모든 배우한테 다 그렇게 이야기 했어.”(김꽃비) “소리가 얼굴에 따라 다르니까 어떻게 보면 꽤 과학적인 거죠. 또 대본만 봤을 때는 철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는데 감독님이 보여주는 철이 얼굴이 그 중 가장 잘 생겼더라고요. 류승범씨를 떠올리게 하는 미소년.”(김혜나)
김혜나가 목소리 연기한 철이는 ‘악은 더 강한 악으로 처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물. 고양이를 칼로 찔러 죽이는 잔혹함까지 갖췄지만 그 속에는 숨겨진 아픔이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김꽃비가 연기한 종석은 어린 나이에도 이미 가난에 찌들어 버린 인물. 뚜렷한 자기 세계가 있지만 세상의 부조리를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일찍 세상에 지쳐버렸다.
박희본이 연기한 경민은 한없이 나약한 인물이다. 공부도 잘 하고 덩치도 큰 동급생들에게 치욕스러운 놀림을 당해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남자 목소리를 연기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전 사실 목소리가 워낙 하이톤이라 이 목소리로 철이를 하면 안 어울릴 것 같다고 처음부터 생각했죠. 최대한 낮게 해서 어색하지 않게 이야기했어요. 저한테는 가장 큰 숙제였죠.”(김혜나)
아이돌 그룹 밀크 출신의 박희본은 과거 대형 소속사에서 성우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성우처럼 꾸며진 목소리는 아니에요. 그냥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일반 톤으로 녹음을 했어요. 집에서 시나리오 받고 연습했을 때는 과장되게도 해봤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라고요.”(박희본)
“감독님과 친분이 있어요. 감독님이 직접 종석이를 지목해줬죠. 그때만해도 ‘내가? 남자잖아’ 했어요. 처음부터 자신이 없었어요. 목소리 연기가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실물로 연기할 때는 내가 모든 모습들을 만들어내는 거니까 목소리를 따로 맞출 필요가 없는데 애니메이션은 이미 있는 그림으로 싱크도 맞추어야 하고 감정도 맞추어야 하고 무엇보다 남자가 된 것이 너무 힘들었어요.”(김꽃비)
“제 경우에는 소리 지르는 장면들이 워낙 많았어요. 철이는 대화하는 게 별로 없고 늘 혼자 주절주절하거나 그래요. 감독님한테 ‘이건 도저히 중학교 1학년생이 쓰는 말이 아니라 다 고칩시다’라고도 했는데 감독님은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서.(웃음) 대화하는 거면 수월할 수 있는데 일본 애니메이션 내레이션으로나 나올 법한 그런 말들이 유독 많았어요.”(김혜나)
“나는 보면서 이렇게 셌구나 싶었어요. 글로 읽을 때와 영상을 볼 때가 확실히 달라요. 또 극장에서 사운드 크게 해놓고 볼 때의 느낌이 또 다르고요. 제 자리 옆에 한 커플이 앉았는데 여자는 ‘어떡해’ 하면서 징그러워하는데 남자는 몰입하더라고요. 잔인한 것을 못 보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힘든 영화가 될 것 같긴 해요.”(김혜나)
'돼지의 왕'은 오는 11월 3일 개봉한다. 잔혹한 수위 때문에 청소년관람불가 판정 받았다.
[사진=곽경훈 기자kphoto@mydaily.co.kr]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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