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김상하 칼럼] 일본 코리안타운 식당, 변해야 할 때다
불경기에 허덕이는 일본이지만 그런 사정을 무안하게 할 정도로 호경기인 지역이 있다. 바로 일본 최대의 코리아타운인 도쿄 신오쿠보. 각종 한류샵과 한국 식품 매장, 한국 식당 등이 결집해 있는 이곳은 연일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자 하는 일본인들로 넘쳐난다.
요즘은 젊은 여성은 물론이거니와 젊은 남성들까지 찾아와서 주말 저녁이 되면 어느 가게이건 1시간씩 줄을 서지 않으면 들어가서 먹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신오쿠보를 찾는 일본인들은 신오쿠보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일까?
필자는 한일교류회나 각종 자원봉사에 자주 참가하는 편인데, 대부분의 모임이 신주쿠와 신오쿠보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신오쿠보를 자주 가게 된다. 하지만 한국인인 필자의 입맛에는 신오쿠보 한국 음식점들의 맛의 평균 점수는 매우 낮다고 생각된다. 솔직히 줄을 서서 먹을만한 맛이 아닌데도 줄을 서는 가게들 투성이다.
그럼 이건 필자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일본인과 입맛이 다르기 때문일까? 이런 의문을 갖고 얼마 전부터 모임에서 만나게 되는 일본인들에게 여기에 대해서 꼭 물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런데 의외인 것은 대부분의 일본인들도 필자와 별로 다르지 않게 느끼고 있다는 점이었다.
“신오쿠보는 솔직히 맛은 없지만…”
“맛 없고 비싼 가게만 많고…”
“맛 있는 곳도 있지만, 그런 곳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결국 맛 없는 가게만 가게 되고…”
“사람이 너무 많아서 어딜 가도 앉을 수도 없고…”
그럼에도 신오쿠보에 오는 이유를 물어보면 대게 이렇게 대답한다.
“친구들을 만나야 하는데 신오쿠보 이외에는 딱히 모일만한 곳이 없어요.”
“달리 한국 음식점을 아는 곳도 없고, 모임이 대부분 이 근처라서요.”
“한국인 친구들도 같이 모여야 하니까 역시 가까운 곳이 좋으니까요.”
“왠지 한국이라고 하면 신오쿠보인 것 같고.”
일본에서 한국 음식점을 하는 사람들 중에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식으로 맛을 내면 일본인 입맛에 안 맞기 때문에 일본인 입맛에 맞게 맛을 바꿔야 한다’고. 그런데 이 이야기는 반쯤은 맞는 이야기지만 반은 잘못된 이야기이기도 하다.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지금은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일본인들 대부분이 지금은 어떠한 경로로건 한국을 1회 이상 방문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이 한국을 찾으면 가장 많이 하는 것이 쇼핑과 맛있는 걸 찾아 먹는 것이다.
그리고 요즘은 일본에서 알게 된 한국인 친구가 가이드를 해주는 경우가 많아서 한국 안내 책자에만 의존해서 음식점을 찾아가는 빈도도 줄어들었다. 일본 국내 여행보다도 더 싼 한국 여행이기 때문에 마음에 들면 2~3회 이상씩 갔다 오는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 해보면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이야기한다.
“한국에서 먹었던 음식이 더 맛있었어! 역시 본고장은 달라!”
익숙하지 않았던 한국 음식에 이미 많은 일본인들이 익숙해졌다는 이야기다. 한국 음식 특유의 맛에 이미 익숙해졌고, 매운 음식에도 길들여진 사람들이 많고, 한국에서 직접 한국 요리를 먹어본 사람들도 많다는 이야기다.
요즘 한국에서 일본 라면이 붐이라고 하는데, 한 동안 일본에서 라면을 직접 먹고 온 사람들이 한국에서 판매하는 ‘무늬만 일본 라면’을 먹으면서 혹평하는 경우를 많이 보곤 했었다. 지금은 한국도 일본에 가까운 맛을 내는 가게도 많아졌다고 한다. 일본에서의 한국 요리도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필자는 친해진 일본인들에게 하나 둘 외국인에게는 컬쳐 쇼크를 받을만한 음식들을 조금씩 권하는데,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먹다가 익숙해져서 오히려 상대가 먼저 먹으러 가자고 조르는 경우도 많다.
산낙지, 홍어삼합, 선지국, 돼지국밥, 도가니, 추어탕, 번데기, 그리고 일본인은 도저히 안 먹을 것만 같은 영양탕까지. 물론 아예 못 먹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익숙해지면 잘 먹는 사람 쪽이 더 많았다. 그리고 필자가 알고 있는 신오쿠보 아닌 곳에 있는, 순수하게 맛으로만 감동을 주는 한국 음식점을 경험한 일본인 친구들은 점차 신오쿠보 드림에서 멀어져 간다.
결국은 일본인들도 이제는 일본식 한국요리 맛보다는 한국 요리 본연의 맛을, 여기저기 다 똑같은 삼겹살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카테고리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신오쿠보의 버블은 당장 꺼질 것 같지는 않다. 적어도 몇 년 동안은 지금 같은 호황이 유지될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역시 변화하지 않으면 언젠가 내리막길은 올 것이다. 적어도 지금과 같은 맛과 서비스를 유지한다면 말이다.
“사람은 많지, 맛은 없지, 싸지도 않지.”
이게 필자가 느끼는 신오쿠보인데, 결국 똑같이 느끼는 일본인들이 점차 늘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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