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유정 기자] 4월부터 숨 가쁘게 달려왔던 프로야구의 모든 일정이 끝났다. 누군가는 만족함에 웃음을 짓고, 또 다른 누군가는 아쉬움에 한숨짓기도 하겠지만, 적어도 삼성 배영섭(25)과 LG 임찬규(19)에게는 만족감을 느끼는 한해 일것이다. 배영섭과 임찬규는 올 시즌 최우수 신인왕 후보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중고신인' 배영섭은 올 시즌 99경기에 출장해 100안타 2홈런 24타점 33도루, .294의 타율을 올리며 팀 내 테이블세터로서의 역할을 확실히 했다. 더욱이 공격과 수비, 주루 3박자를 고루 갖춰 삼성 정규시즌 1위에 힘을 더했다.
하지만 배영섭은 지난 7월 21일 대구 SK전에서 도루를 시도하다가 왼손 약지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으로 한 달 간 출장하지 못했다. 복귀 후 서서히 타격 컨디션을 찾아 갈 무렵 그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배영섭은 지난 9월 21일 대구 두산전서 첫 번째 타석에 올라 김승회의 140km짜리 직구를 왼쪽 손등에 맞아 골절상을 입어 깁스 후 4주 진단을 받아 시즌 아웃 됐다. 3할 타율을 바라봤던 그는 끝내 6리의 고비를 넘지 못했고, 규정타석도 채우지 못했다.
이에 그는 "부상을 당하고 병원에 가면서 '제발 간단한 찰과상 정도였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간절히 했다"며 "하지만 심각한 부상인 것을 알고 좌절했다. 겨울 캠프 때부터 부상 전까지 야구했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더라"라고 그때의 심정을 전했다.
부상으로 한국시리즈행이 불투명해졌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재활에 힘썼다. 그리고 당당히 한국시리즈 출장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류중일 감독은 "시즌에 워낙 잘해줬기 때문에 나조차도 (배)영섭이가 신인왕에 유력한 후보로 생각 했다"면서 "자기가 열심히 재활도 하고 꼭 한국시리즈에서 뛰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배영섭에 대한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배영섭도 "무조건 한국시리즈에 출장하고 싶었다. 다행히 재활을 끝내고 훈련을 하는데 손가락에 통증이 없더라"며 "그래서 '아! 이거 뭔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부상을 딛고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그는 15타수 3안타 3타점 1득점 2할을 기록하고, 팀 우승에 보탬이 됐다. 특히 2차전에서는 2타점 결승타를 때려내는 저력을 선보이기도.
배영섭은 "팀 한국시리즈 우승이 너무 기쁘다"면서 "신인왕에 대한 욕심은 있다.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배영섭과 함께 신인왕의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치고 있는 임찬규는 2011년 고졸 신인이다. 1차 2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은 그는 시즌 초부터 팀 불펜진으로 활약하며 정규시즌 풀타임을 소화했다.
임찬규는 올 시즌 9승 6패 7세이브 4.46의 방어율을 기록, 그가 올린 9승 모두 구원승으로 신인 투수들 가운데 단연 돋보인다.
그는 "올 시즌 시작할 때 내가 세운 목표는 1군에서 풀타임을 뛰는 것이었다. 풀타임의 목표를 이뤄서 정말 뿌듯하다"고 전했다.
임찬규를 두고 '6월의 참사'라고 불리는 경기가 있다. 바로 지난 6월 17일 잠실 SK전이다. 이날 그는 9회초 마무리 투수로 올라와 밀어내기 볼넷을 연거푸 내주며 팀은 역전패를 본인은 패전을 떠안았다. 이후 그는 마운드에서 한 층 성숙한 피칭 내용을 선보였다.
이에 최계훈 전 LG 투수코치는 "임찬규가 시즌 초반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 초반에는 힘을 위주로 하는 파워 피칭을 했지만, 이제는 상대 타자에 따라 구질과 구속을 조절하며 맞춰 잡는 피칭을 할 줄 알게 됐다"며 "원래 투수는 실패하면서 배우는 것"이라고 그를 칭찬했다.
임찬규와 항상 그라운드 위에서 호흡을 맞추는 '안방마님' 조인성도 "(임)찬규는 참 좋은 투수다. 힘도 있고 제구력도 괜찮은 편이다"라며 "다만 아직 어린데 풀타임을 소화해 내는 것에 대한 걱정이 있긴 하지만 항상 본인이 씩씩하게 잘 던지고 운동도 열심히 한다"고 임찬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임찬규는 신인왕 후보 거론에 대해 "신인왕이 되고자 하는 마음은 이미 버렸다. 한번도 2군에 내려가지 않았다는 점에서 올 시즌 이루고자 했던 목표는 다 이뤘다"는 말을 전했다.
그러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나는 LG팬이었고 그런 LG가 1994년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하는데 내가 중심투수로 활약하고 싶다"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노력에 대한 값진 보석은 노력 끝에 얻게 되는 무엇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만들어 지는 우리자신의 모습이다' 라는 말이 있다. 오는 7일 배영섭, 임찬규 중 단 한명만이 신인왕의 영광을 차지하겠지만, 올 시즌은 두 사람에게 있어 '성숙'이라는 값진 보석을 얻는 시간이 됐다.
[삼성 배영섭(왼)-LG 배영섭. 사진 = 마이데일리 DB]
김유정 kyj765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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