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세호 기자] “2006년보다 지금이 더 좋다. 그동안 부진과 부상 속에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렸는데 봄 캠프 때 감독님께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던 말을 지킬 수 있어서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도 오승환은 담담하게 말했다. 모든 마무리 투수들이 꿈꾸는 우승의 마지막 순간을 장식했고 지난 2년 동안의 고된 부상과의 싸움에서도 완벽히 승리했다. 그래도 오승환에게서 좀처럼 들뜬 기분을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 역시 오승환다웠다.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재기에 성공해 팀을 5년 만에 정상에 올려놓았다.
물론 결코 쉽지 않았다. 프로입단 후 누구보다 빠르게 정상에 올랐지만 2009년부터는 급격한 추락을 겪었다. 어깨부상이었다. 재활에 있어 가장 고된 싸움을 요하는 부위다. 2010 시즌 개막전에 마무리로 나섰지만 첫 경기부터 블론 세이브를 범하고 말았다. 한 달 후에는 허벅지 부상, 시즌 중반에는 팔꿈치 부상을 당했다. 팔꿈치 뼛조각을 제거했지만 이미 고교시절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했기에 두려움은 커졌다. 2010 한국시리즈 1차전에 등판해 반전을 노렸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삼성은 SK에 스윕패로 준우승에 그쳤다.
그리고는 올 시즌 모든 것을 되돌려놓았다. 올 시즌 오승환의 성적은 평균자책점 0.63 47세이브. 블론 세이브는 단 하나, 패배는 없다. 자신의 프로 통산 최저 평균자책점과 최다 세이브 타이를 기록했다. 2011 한국시리즈에선 3세이브를 올렸다.
올 시즌 전만 해도 오승환의 부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돌직구’로 대표되는 오승환이기에 재기에는 변화가 동반되어야 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는 즉 반복되는 부상으로 전성기의 구위를 회복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는 의미를 내포했다. 그러나 오승환은 완벽히 돌아왔고 스스로 지금이 더 좋다고 말하고 있다. 타자들이 그토록 두려워했던 그 직구가 다시 난공불락의 모습을 되찾았다.
오승환으로 인해 삼성은 다른 야구를 하고 있다. 리드만 하고 있다면, 삼성의 야구는 8회까지다. 9회에 들어서는 순간 경기는 승리로 직결된다. 삼성 류중일 감독 역시 매번 “9회에는 오승환이 막기 때문에 8회까지만 계산하면 된다”고 말한다. 그만큼 오승환이 삼성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마무리 투수가 정규 시즌 MVP를 받는 경우는 흔치않다. 하지만 올 시즌 오승환의 성적은 지난 20년 동안 한·미·일 마무리 투수 MVP들과 비교해도 상당한 위치에 있다. 오승환의 평균자책점은 1992년 아메리칸리그 MVP 데니스 애커슬리와 1996년 한국 프로야구 MVP 구대성보다 낮다. 세이브 숫자에선 1998년 일본 프로야구 MVP 사사키 카즈히로의 45세이브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지금으로선 마무리 투수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고 본다. 정규 시즌 MVP를 받는다면 모든 불펜 투수들이 힘들지만 수고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고등학교 시절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때도, 그리고 지난 2년 동안에도, 오승환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부상과의 싸움에 임하며 역전 드라마를 써왔다. 그래서 정작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에겐 9회 역전드라마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항상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등판을 준비하는 불펜 투수들을 대표해서라도 오승환의 정규 시즌 MVP 수상은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삼성 오승환.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세호 기자 drjose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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