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세호 기자] 2002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48순위. 분명 특급 유망주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있었다. 포수라는 포지션과 좌타자라는 이점이 있었지만 3년 동안 1군 무대에선 고작 7타수의 기회 밖에 없었다. 급기야 2005년에는 방출통보를 받아야했다.
보통의 야구선수는 거기서 끝난다. 하지만 최형우는 야구를 놓지 않았다. 상무지원 탈락이란 연이은 고배를 마셨지만 마침 창단한 경찰 야구단에 입대했고 외야수로 전향했다. 쉽지 않은 변화였지만 마지막 기회는 어떻게든 잡아야만했다.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진념이 2군 북부리그 타격 3관왕이란 결과로 이어졌다.
최형우는 2군에서의 호성적으로 바탕으로 전역 후 삼성에 재입단, 2008 시즌 홈런 19개 71타점을 기록하며 최고령 신인왕에 등극했다. 곧장 삼성의 중심타자로 자리했고 동시에 삼성 리빌딩의 축이 됐다.
이후에도 최형우의 발전은 멈추지 않았다. 2009년 홈런 23개 83타점, 2010년 홈런 24개 97타점을 기록했고 마침내 2011 시즌에는 홈런, 타점, 장타율 부분에서 리그 정상을 차지, 타격 3관왕에 올랐다. 최형우의 올 시즌 성적은 타율 .340 홈런 30개 118타점 장타율 .618. 프로야구 30년 역사상 방출 선수가 타격 3관왕을 차지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 팀의 내부사정을 살펴보면 올 시즌 최형우의 활약은 더 빛난다. 최형우는 함께 클린업트리오를 구성하고 있는 박석민과 채태인이 부진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상대 투수들의 견제를 이겨냈다. 게다가 시즌 초반에는 외국인 타자 가코의 부진까지 자신의 맹타로 무마시켰다. 시즌 시작부터 꾸준히 타점을 쌓더니 삼성이 수직 상승한 시즌 중반에는 타율도 부쩍 높였다. 중심타자들이 무기력하게 물러나곤 하는 한국시리즈에서도 최형우는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그야말로 최강 팀에 자리한 최고의 4번 타자였다.
정규시즌 MVP 수상에 대해 최형우는 “같은 팀인 (오)승환이형과 경쟁하게 돼서 조심스러운 입장이다”면서도 “그래도 홈런왕과 타점왕이 MVP를 타지 못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들었다. MVP에 걸 맞는 성적을 올린만큼 수상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고 우회적으로 MVP 수상을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형우는 올 시즌 전 경기에 출장하면서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결승타를 때려냈다. 7개월이 넘는 장기레이스 내내 최고의 모습을 유지하며 팀의 우승을 이끈 최형우의 MVP 수상은 당연한 일이다.
[삼성 최형우.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세호 기자 drjose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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