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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 대한민국 영화 시상식 중 하나인 ‘대한민국 영화대상’이 잠정 폐지를 맞았다.
‘대한민국 영화대상’을 주최하는 MBC 측은 “후원 및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생겨 주최가 힘들다”는 입장을 최근 전했다.
지난 2002년 시작한 ‘대한민국 영화대상’은 2009년 후원사 문제로 무산돼, 지난해 까지 총 8회가 열려왔다. 올해 9회 행사 또한 같은 이유로 잠정폐지가 확정된 것이다.
기실 다른 방송사 시상식과 달리 영화 시상식은 어마어마한 돈이 든다. 작품상, 배우관련상 뿐만 아니라 감독상, 각본상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시상이 이뤄지고, 상패와 시상금 뿐만 아니라 장소 대관 등 다양한 곳에서 지출이 발생한다.
지상파 방송사라지만 MBC가 자체적으로 비용을 부담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방송사가 영화계에 대한 시상식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의문부호가 일기도 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영화대상’의 시작은 ‘영화 시상식의 공정성’이었다. 이처럼 해당 시상식은 공정성에 있어서는 전혀 흠잡을 수가 없을 만큼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 왔다.
한 유명 배우는 “만약 상을 받을 수 있다면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 상을 받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인터뷰 중 할 만큼 관계자들의 평가도 좋았다.
이런 평가에는 일부 심사위원의 입김이 작용하는 여타 영화제와 달리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폭넓게 진행된 심사 방식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 8회의 경우 2009년 10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개봉된 영화 중 5배수를 선정해 전문위원 500명, 일반위원 500명이 참석해 선정한 작품을 대상으로 시상이 진행됐다.
관계자들이 뻔한 10여명 내외의 전문 심사위원에 생색내기처럼 모집된 수십명의 일반심사위원을 두고 있는 한 영화 시상식과는 달리 좀더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시상이 이뤄진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메이저 시상식에서는 최우수 작품상을 얻지 못한 이창동 감독의 ‘시’를 최우수 작품상과 각본상에 당당히 올렸다.
또 630만 관객을 모으며 지난해 한국 영화 개봉작 중 돌풍을 몰고온 원빈의 ‘아저씨’는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7관왕이라는 영예를 안겼다.
여타 영화제가 끝난 뒤에는 ‘나눠 먹기’, ‘공정성 논란’ 등이 꼬리표처럼 따라왔다. 하지만 ‘대한민국 영화대상’의 경우 이 같은 논란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대한민국 영화대상’의 잠정 폐지는 문화계의 영화 사업에 대한 투자 축소를 반영한 것이다. 올해는 특히 ‘충무로 국제 영화제’가 예산 문제로 인해 무산됐다.
이런 기업 후원의 축소에 대해 오죽하면 국내 최대 영화제인 ‘부산 국제 영화제’의 이용관 집행 위원장 또한 “기업의 스폰서를 받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할 정도였다.
영화 시상식은 수상자들의 잔치를 넘어 한해 영화계 발전을 위해 노력한 이들을 노고를 치하하기 위한 영화인들의 잔치다. 올해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김하늘 또한 마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수상자로 호명이 된 순간부터 소감을 말하고 난 뒤에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기뻤다”고 당시의 즐거움을 말했다.
‘대한민국 영화대상’은 공정성에 있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아오던 행사였다. 이런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 영화인들이 수상의 기쁨을 누릴 수 없고, 이를 지켜볼 수 없다는 것은 아쉬울 뿐이다.
[사진 = 대한민국 영화대상 포스터]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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