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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잘 나가는 드라마에는 공통점이 있다?
올해 높은 시청률과 함께 화제몰이에도 성공한 드라마에는 새로운 어머니상이 등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상반기 가장 화제가 된 SBS '시크릿가든'부터, 현재 최고이슈 드라마인 SBS '천일의 약속'까지 이들 드라마에는 모두 배경에 지나지 않던 주인공의 어머니들이 새로운 캐릭터로 등장했다.
먼저 '시크릿가든'부터 돌이켜보면, 주인공 김주원(현빈 분)의 어머니, 문분홍 여사를 연기한 박준금이 있다. 재벌2세 사모님으로 아들과 가난한 여자의 사랑을 방해하는 캐릭터는 신데렐라 스토리에 등장한 단골 인물. 흔하디 흔한 설정일 뿐이었다.
그러나 박준금은 독특한 의상과 헤어스타일, 말투로 문분홍 여사를 색다른 재벌2세 사모님으로 연출해냈다. 그녀가 입은 의상은 연일 화제가 됐으며, 그녀의 말투가 방송 당시 인터넷에서 패러디가 되기도 했다. 여기에 마지막까지 아들을 용서하지 못하는 시크함(?)도 눈길을 모았다.
'시크릿가든'에서 독특한 어머니상을 만든 박준금은 현재 출연 중인 KBS 2TV '오작교 형제들'에서 역시 새로운 어머니상을 만들고 있다. 이번에도 설정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었다. 박준금이 연기하는 남여경은 하나 뿐인 딸에게 집착하고 남편과의 사이는 원수만도 못한 중년 여성. 그러나 박준금은 이번에도 그녀 특유의 패션감각으로 여경을 평범한 어머니에서 귀여운 매력의 철부지 중년여성으로 탈바꿈 시켰다. 극중 그녀의 헤어스타일은 물론 의상과 액세서리에 대한 문의도 빗발친다는 관계자의 전언이다.
박준금이 '시크릿가든'에 캐스팅될 수 있었던 것도 그녀가 그 전부터 꾸준히 새로운 어머니상을 연출하려 노력했기 때문이었다. 박준금은 드라마 '세자매'(2010)에서 역시 기존에 정체된 어머니 상을 깨기 위해 스타일 측면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고, 당시에도 그녀 의상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 결정적으로 이 작품을 보게 된 김은숙 작가가 문분홍 여사 역에 박준금을 캐스팅하게 됐다.
박준금 뿐만 아니다. 현재 높은 시청률에 방송 중인 SBS 월화드라마 '천일의 약속'에는 평범치 않은 어머니가 둘 이나 등장한다. 이미숙이 연기하는 오현아와 김해숙이 연기하는 강수정은 이름부터 드라마 속 어머니들과 다르게 세련된 느낌을 자아낸다.
이중 이미숙은 재벌 사모님들의 필수 헤어스타일인 올림머리에서 벗어나 단정하게 어깨까지 내린 생머리에 레오파드와 핑크컬러 등 대담한 스타일링으로 새로운 재벌룩을 선보였다는 평을 얻고 있다. 여기에 성형중독자라는 설정도 파격적이다.
김해숙은 스타일 측면에서는 여느 재벌 사모님들과 같다. 그러나 아들의 신분을 뛰어 넘는(?) 사랑에 무조건적으로 반대하고 나서는 어머니의 모습을 탈피해 합리적인 동시에 지극한 모성을 보여줘 박수를 받고 있다. 아들이 자신과 절친한, 그리고 남편의 직장상사나 마찬가지인 집안의 딸과의 결혼식에 이틀 전 파혼선언을 함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등장했다. 여기에 아들의 연인인 서연(수애 분)를 찾아가서도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커녕, "작가라고 들었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남다를 것이라 본다.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내 아들이 원하는 대로 해줬을 것이다. 지금은 너무 늦었다"라고 자신의 입장을 조곤조곤 설명하는 침착함을 보였다.
이처럼 과거에는 주인공에 가려져 배경에 지나지 않았던 어머니들이 그들의 인생을 사는 하나의 인물로 등장하면서 극의 활력을 살리고 있다.
이와 관련, 박준금은 마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나이가 들어도 여자는 여자고, 마음은 늘 청춘이다. 우리 역시 멜랑꼴리한 영화도 찍고싶고 중년의 사랑도 하고 싶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드라마에는 주인공만 내세우고 엄마와 아버지의 캐릭터는 늘 국한됐다. 엄마는 과거도 없고 늘 자식에 인생에 묻혀가는 것이 안타까웠다"라며 "항상 주장하는 것이 스토리가 있는 엄마를 연기하고 싶다는 것이다. '오작교'의 여경을 연기하며 기분 좋았던 것은 우리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었다. 아쉬움에 틀을 깨고 싶었다.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것은 배우의 몫이라고 본다. 의상이나 메이크업 등을 변화시켜 잘 맞아떨어지면 작품에 많은 기여를 하게 된다"라고 전했다.
[김해숙(왼쪽)과 박준금. 이미숙. 사진=마이데일리DB SBS 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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