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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사랑하라는 거죠. 또 눈을 보고 살아라. 큰 메시지는 없어요. 다만 살아있을 때 사랑하라. 그거 단 하나입니다."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작업실에서 봉만대 감독을 만났다. 유독 성(姓)을 소재로 한 작품을 많이 만드는 이유, 이를 통해 전하고픈 특별한 메시지가 있는지를 물었더니 힘을 주어 "사랑하라"고 말했다.
"남녀간 연애를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커피숍을 가도 남자들끼리 모여앉아 있고 여자들끼리 모여 있어요. 마주보고 연애하는 모습을 별로 못 보네요. 다들 노트북이나 잡지같은 디바이스를 들고 혼자 있기도 하고. 정보의 홍수 안에 있다보니 남자(여자)만날 시간들도 없는건지. 다들 드러내지 않아 그러는 거겠죠. 감추고 있으니까. 요즘은 스마트폰 다들 들고 다니면서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잖아요. 짧게 짧게 만나고 서핑하고. '삭제하시겠습니까' 하면 '네'."
연애 그리고 사랑의 중요성을 말하는 그는 현재 방송 중인 케이블채널 채널CGV의 4부작 TV무비 'TV방자전' 연출을 맡았다.
"사람들이 춘향이를 통해서 혹은 방자를 통해서, 몽룡이를 통해서 다시 한 번 자신의 사랑을 검증해봤으면 좋겠어요. '나는 지금 몽룡이처럼 사랑하고 있는가, 몸만 원하는 사랑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정신적인 사랑을 하는건가'라고."
사실 사랑이란 인간의 가장 적나라한 욕망이다. 이기심도 사랑 안에서는 일정부분 정당화되기도 할만큼 인간의 가장 솔직해지는 순간이 곧 사랑이다. 그러니 봉 감독의 '사랑하라'는 솔직해지라는 말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한 셈이다.
과거에도 그는 솔직한 남녀의 심리를 표현한 영화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2003년 개봉한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이 그것. 파격적인 제목도 화제가 됐지만, 솔직한 남녀의 모습도 집중할만한 대목이었다. 흔히들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사랑보다 육체적 관계가 먼저 시작된 두 남녀의 연애 그리고 이별을 그린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사랑은 결국 이뤄지지 않는다는 결말, 그것도 아주 치졸한 방식으로 마무리 된다는 점은 적나라한 동시에 그가 주장하는 의도들이 전혀 교훈적 색채를 띄고 있지 않다는 것도 의미했다.
"우리는 (어떤 획일된) 사랑을 강요받고 있어요. 사랑이 교육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역시도 동물인데"라고 품은 불만 아닌 불만을 말하면서도 그가 결국에 말하고자 하는 바는 "솔직해지자"이다.
그리고 봉 감독의 세계관은 'TV방자전' 속에서는 욕망으로 풀이되고 있다. 기존 정절의 상징이던 춘향 역시도 솔직한 그리고 적나라한 욕망을 덧입게 되면서 현실성을 띄게 됐다.
"'춘향전' 보면서 '판소리는 좋은데 왜 여자는 바라보기만 하고 가는 태도로 일관됐을까' 했어요. 영화 '방자전'도 TV무비 '방자전' 속 춘향이도 이제 끌려다니지 않잖아요. 쟁취하고 싶은 게 있으니까."
실제 'TV방자전'은 2~30대 여성들에게 큰 지지를 얻고 있다. 30대 여성 평균 시청 점유율이 11.48%로 가장 높으며, 20대 여성 평균 시청 점유율이 10.94%으로 나타난 것. 에로티시즘을 가지고 가기에 남성들이 더욱 열광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는 결과다.
"이번 결과를 보고 어느 측면에서는 30대를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30대 여성들이 왜 그 시간에 'TV방자전'을 많이 볼까요. 영웅으로만 묘사되는 남자들만 보다가 솔직한 방자와 몽룡의 모습에 매력을 느끼게 된 것일까요. 확실히 이런 남자들이 현대에는 많이 없으니까. 또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을 만들 때 10~20대였던 이들이 이제 30대가 됐어요. 그들이 주류가 된 결과는 아닐까요."
[봉만대 감독. 사진=채널CGV 제공]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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