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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위대했지만 실패했던 영웅, 계백과 의자왕의 이야기를 그린 MBC 월화드라마 '계백'은 아쉽게도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
22일 방송을 끝으로 '계백'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하지만 여러모로 아쉬움이 짙게 남는 '계백'의 종영이었다.
계백(이서진 분)은 황산벌 전투에서 신라 김유신(박성웅 분)의 5만 대군에 맞서 나라의 운명을 건 싸움을 벌였지만 결국 패배했다. 계백과 함께 백제의 운명을 함께했던 은고(송지효 분)와 의자왕(조재현 분)도 쓸쓸한 최후를 맞이했다.
역사적으로 계백과 의자왕은 뛰어난 능력을 지닌 영웅이었지만 백제의 최후를 막지 못한 실패한 영웅이란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드라마 '계백'은 계백과 의자왕의 이야기를 어떤 각도로 풀어낼 지 방송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계백'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했다. 영화 속 화려한 볼거리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수십 명 밖에 되지 않는 배우들로 연출한 어설픈 전투신은 황당한 웃음만 나오게 했다. 초등학교 운동회라는 굴욕적인 비아냥까지 들었다.
또 극 초반 연기력의 중심을 담당했던 차인표와 오연수가 내용 전개상 하차하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은 점점 멀어졌다. 여기에 더해 아역에서 성인 배우로 넘어오는 과정에선 실제 배우의 나이와 배역의 나이가 맞지 않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조재현의 의자왕과 최종환의 무왕은 부자지간으로 나오는데, 실제로 조재현, 최종환 두 배우의 나이는 1965년생 동갑내기였다. 극의 몰입도가 떨어지는 게 당연했다.
특히 '계백'의 세 주인공 계백, 의자왕, 은고는 극이 진행될수록 이해할 수 없는 인물로 변모했다. 계백은 답답한 사내였고, 의자왕은 질투에 눈이 먼 왕이었으며 은고는 욕망에 빠진 건지 나라를 사랑하는 건지 도무지 종 잡을 수 없는 여인이었다.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세 사람의 행동은 '계백'의 정체성을 흔들어 놓았다.
결국 '계백'은 MBC 명품 사극의 역사를 잇고, 독특한 소재로 또 다른 역사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안타깝게도 백제와 함께 망국의 역사를 걷게 됐다. 물론 '계백'이 실패한 영웅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들의 충절과 사랑을 다른 각도에서 다루려고 시도한 점은 신선했다. 그렇지만 계백이 목숨을 내건 결의로도 백제의 멸망을 막지 못한 것처럼 드라마 '계백'도 그 의지만으로는 드라마의 실패를 막기 역부족이었다.
[MBC 월화드라마 '계백' 포스터(위)-이서진과 조재현. 사진 = 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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