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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의 스타★필(feel)] 훈남이 아닌 흔남(흔한 남자)의 시대가 왔다. 골목 어귀를 돌면 서 있을 것 같은, 버스 뒷자리에 앉아있을 것 같은 그런 남자들이 TV에서 득세하고 있다. 그 대표 주자로 단연코 '런닝맨'에서 활약하고 있는 리쌍 개리를 꼽고 싶다.
특별히 잘 생기거나 그렇다고 웃기게 생긴 것도 아닌 이 34살의 청년은 15년차 고참 가수지만 정작 대중에 잘 알려진 건 이제 1년 반 남짓된 '런닝맨'을 통해서다. 뛰고 또 뛰며 잡기를 반복하는 액션 버라이어티인 '런닝맨'은 경호학과 출신에 아마추어 복서 경력이 있는 개리와 잘 맞는다.
리얼 버라이어티라도 실상 연출이 어느 정도 개입된다. 그러나 개리는 실제인지 설정인지 알 수 없는 순박한 매력이 돋보인다. 어떤 상황에 처해도 전력 질주하고 껄렁하게 말하고 행동해도 사실은 어수룩한 개리는 '놀려 먹기' 좋은 캐릭터다. 그래서인지 '평온개리', '시크릿 개리'. '꾸깃 개리', '개리쒸', '돌쇠개리', '잠실 사는 강개리' 등 회마다 붙여진 별명도 많다. 털털한 송지효와 월요 커플을 이뤄 상대방의 의사와 상관없이(?) 억지 스캔들을 만들어가는 과정도 이채롭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직설과 강공이 신선하다.
본명은 강희건이지만 별명이 개(!)라서 예명을 개리라고 지었다는 이 투박한 사나이의 외모는 평범하지만 음악은 비범하다. 발표하는 음반마다 주요 음원 사이트를 점령했고, 콘서트는 매진 행렬을 기록한다. 리쌍의 가사들을 대부분 써온 개리는 솔직하고 직설적인 가사로 큰 사랑을 받아왔다. 지난 9월 발표한 리쌍의 7집 수록곡 'TV를 껐네'는 온라인 음원 차트에서 25일간 1위를 기록해 올해 최장수 1위곡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합기도, 격투기, 태권도에 능한 무도가에 비운의 챔피언 최요삼 선수와 의형제를 맺을 만큼 복싱과 인연이 깊다. 고등학교 시절 백댄서로 활동할 만큼 출중한 춤 실력을 지냈고, 댄스 그룹으로도 활동했던 이채로운 과거도 있다.
예능의 개리와 가수로서 무대에 선 개리는 180도 다르다. 검은 선글라스를 끼며 랩을 하며 무대를 활보하던 그는 "스트레~쓰"를 연발하는 그 개리가 맞나 싶다. 그래서인지 예능 속 개리가 '카이저 소재' 같은 고도의 반전 캐릭터 같은 느낌도 든다. 그렇든 그렇지 않든 이 우직하고 거친 복서처럼 끊임없이 달리는 그를 보는 게 좋다. 아날로그 감성으로 예능을 하지만 프로 뮤지션으로 최고 정점에 선 리쌍. 예능의 선수로 계속 큰 재미를 주길 기대해본다.
[사진 = '런닝맨'에서의 개리(위)와 리쌍의 개리(왼쪽)]
김민성 , 서울종합예술학교 이사장 www.sa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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