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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지훈 기자]
2009년을 정리할 때도 연예계 최고의 뉴스는 톱스타 장동건과 고소영 커플이었다. 하지만 서태지-이지아의 결혼과 이혼은 그 파급력이 달랐다. 장동건-고소영 커플이 판타지였다면 서태지-이지아는 패닉에 가까웠다. 십수년 넘게 서태지의 일거수일투족을 좇았던 언론과 팬덤이 동시에 무너져내렸다. 비단 대중문화계뿐만의 파장이 아니었다. 국회에 가도, 야구장에 가도 그들의 이야기를 했고 스타의 사생활 공개에 대해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 BBK 사건 판결을 묻으려고 두 사람의 위자료 소송이 터져나왔다는 음모론도 일었다. 이지아의 정체를 캐 내려는 '이지아닷컴'은 이후 유명인들이 논란에 휩싸일 때마다 생기는 '***닷컴'의 원조였다.
'국민MC'의 한 축이 기울었다. 지지 않을 것 같던 강호동 왕국이 세금 탈루 의혹으로 악화된 여론을 버티지 못하고 '잠정 은퇴'라는 폭탄 선언으로 이어졌다. 강호동의 공백으로 지상파 간판 예능 프로그램들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MBC '황금어장'의 코너 '무릎팍도사'는 막을 내렸고 독보적 1인자였던 KBS 2TV '해피선데이'는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과 시청률 경쟁을 벌이게 됐다. 거액 종편 이적설이 불거졌고 강호동의 근황을 잡기 위해 수많은 매체가 달려들었으나 여전히 두문불출이다.
한 아나운서의 스캔들과 극단적 선택이 프로야구 전체 판도를 흔들어놓았다. 올 시즌 프로야구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두산 베어스는 송지선 전 MBC스포츠+ 아나운서와 주축투수 임태훈의 스캔들과 그녀의 자살로 5년만에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하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전도유망한 차세대에이스 임태훈은 시즌 중 군입대했고 야유와 악플이 난무하는 마운드에 다시 올라 고개를 숙였다.
일반인이 아닌 이미 한 분야에서 경지에 오른 이들을 상대로 하는 신선한 기획에서 시작된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는 첫 회부터 압도적인 가창력의 가수들을 섭외하면서 아이돌에 편중된 음악시장에 피로한 시청자들의 빠른 유입을 유도했다. 과거의 잊혀진 명곡들을 발굴하면서 청장년 시청자들을 끌어들였고 의도치 않았겠지만 김건모의 재도전 논란은 '나는 가수다'가 전연령층의 이슈가 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나가수'가 방송된 다음날이면 음원차트는 '올 킬'됐고 '나는 꼼수다'처럼 '나는 **다'가 유행어로 등극했다.
배우 한예슬이 드라마 촬영을 펑크내고 "은퇴하겠다"며 미국으로 출국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졌다. 방송 분량을 확보하지 못한 '스파이 명월'은 스페셜 방송을 내보냈고 '주연배우 교체'라는 전무후무한 상황으로 번져갔으나 극적으로 합의점을 찾고 한예슬이 복귀하면서 법적 분쟁까지 불거지지는 않았다. 한예슬 개인에 대한 루머도 끊이지 않았으나 좀 더 거시적인 한국 드라마 현실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커졌다. 쪽대본으로 대표되는 하루만 살인적이고 열악한 촬영 환경, 충분한 시간을 들여 제작해야 할 드라마가 생방송 뉴스처럼 만들어지는 시스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를 제공했음은 틀림없다.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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