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연예
데뷔 10주년 맞은 공유의 日부도칸 공연 현장
'학교 4', '동갑내기 과외하기', '건빵 선생과 별사탕', '커피프린스 1호점', 그리고 '도가니'에 이르기까지. 배우 공유가 어느덧 데뷔 10년을 맞았다.
공유를 '재발견'하게 한 '건빵 선생과 별사탕'에서는 선생님에게 "(선생님이) 환장하게! 미치게! 좋아져버렸다"고 고백하더니, '커피프린스'에서는 "네가 남자든 외계인이든 상관 안 한다"며 사랑 고백을 하던 그.
순진한 건지 세상물정을 모르는 건지, 진심 하나로 주위 상황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고백할 것만 같은 이 남자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공효진'이 됐다, '윤은혜'가 됐다 하며 많은 밤을 설레어했다.
그런 그가 10주년 기념 공연을 일본 3대 도시에서 갖는다고 해 공연장을 찾았다.
그 때문에 설레어한 건 비단 한국 여성들뿐만은 아니었다. 지난 7일 후쿠오카를 시작으로, 나고야를 거쳐, 도쿄 부도칸(武道館)까지 이어진 공연에는 총 만 5천여 명의 팬들이 몰려 그의 인기를 실감케했다.
특히, 도쿄 공연이 펼쳐진 부도칸은 최소 1만명 이상을 수용하는 대형 공연장이자, 일본 가수들도 '꿈의 무대'라 부르는 장소. 공연이 있었던 지난 12일은 월요일임에도 공유를 보러 온 일본팬들로 넓은 회장이 가득 찼다.
공연장 위에 달린 커다란 일장기가 인상적인 무대에 말끔한 슈트 차림으로 홀로 등장한 공유.
그는 공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을 보고 감격한 듯 "이곳이 다 찰지 몰랐다. 평일인데 이렇게까지 와 주실 줄이야"라며 "부도칸은 일본에서도 상징적인 공연장이라 들었는데, 이곳에 서게 돼 영광이다. 그리고 10주년을 여러분과 함께 보낼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크게 1, 2부로 나누어진 공연은 지난 10년간의 활동을 되짚는 토크쇼와 공유가 직접 섭외한 가수들과 함께 꾸민 미니콘서트로 구성됐다.
직접 콘서트 내용을 기획한 공유는 "1부 토크쇼는 제가 10년 동안 어떻게 걸어왔나를 여러분과 조용히 얘기하고 싶어서 준비한 코너다. 그리고 2부는 여러분께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서 제가 좋아하는 가수들을 직접 섭외해 함께 꾸민 무대"라고 밝혔다.
마치 심야에 하는 음악 방송처럼 잔잔한 음악과 편안한 이야기로 구성된 공연은 한류스타의 공연이라기보다는 '윤도현의 러브레터'나 '유희열의 스케치북' 같은 심야 음악 방송의 공개 녹화 현장 같았다.
1부 토크쇼에서는 그가 10년 동안 출연했던 작품들을 하나 하나 되짚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그가 작품에 임했던 자세나 당시 자신의 위치, 상황들을 기준으로 시기를 나눠 각각의 영화 제목을 붙여 설명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의 데뷔작인 '학교4'를 비롯한 초기 작품들은 풋풋하고 촌스러웠지만 자신의 꿈을 찾게 해 준 작품이라 밝히며 '코요테 어글리'시기라 이름 붙였다.
또 자신의 첫 영화였던 권상우, 김하늘 주연의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찍을 무렵에는 에너지가 넘쳤기에 영화 '이토록 뜨거운 순간'에 빗댔다.
반면, 이후 '잠복근무', '건빵선생과 별사탕', '어느 멋진 날' 등으로 활발히 활동할 때 '한참 앞만 보고 가다보니 지금의 내가 어디 있는 것인가'라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배우를 그만둘까'라는 고민을 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 시기를 '트루먼 쇼' 시기라 표현했다.
그런 그에게 '새로운 시작'을 하게 준 작품이 '커피프린스 1호점', 그리고 영화 '김종욱 찾기'와 '도가니'였다. 공유는 이 시기를 영화 '500일의 썸머'에 빗댔다. 그는 영화 '500일의 썸머'는 '썸머'라는 여인을 너무나 사랑해 잊지 못하던 주인공이 새로운 여인 '오텀'을 만나며 새로운 출발을 하는 내용이라고 직접 설명하며, 자신에게는 이 작품들이 새로운 출발을 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그가 나왔던 작품 이야기를 하나하나 듣다보니 어느덧 '아, 그래. 거기에 나왔었지'라며 함께 추억여행을 하게 됐다. '그런데 일본팬들도 이 작품들을 다 아는 것일까'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다 안다'는 듯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다지 흥행에 성공하지 않은 작품의 이야기가 나오거나, 영상이 흐를 때도 "꺄악" 소리가 나오는 걸 보고는 '여기서 내가 제일 공유를 모른다(?)'라는 겸허한 자세로 공연을 보게 되었다.
이어서 기대해 마지않던 미니콘서트가 시작됐다. 안 그래도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짬짬이 의상을 갈아입고 등장해 패션쇼를 연상케했던 그가 이번엔 턱시도 차림으로 등장해 에릭 베넷의 '더 라스트 타임'을 멋들어지게 부른다.
곡이 끝나자 멋쩍은 듯 웃으며 "리허설 때는 더 잘했는데"라고 아쉬워하던 그.
그는 "그래도 큰 실수는 안 했죠?"라며 애교 섞인 확인을 하는가 하면, "전문 가수가 아닌데다, 이렇게 큰 공연장에 서니 아직도 다리가 떨린다"고 엄살을 부리기도 했다.
이어 자신이 너무 좋아해 직접 섭외했다는 가수 박지윤, 여성 듀오 '옥상달빛', 싱어송라이터 '마이큐'와 함께 화음을 맞춘 멋진 곡들을 선사했다.
바쁜 시간을 쪼개 연습했다는 그는 매번 떨린다고 엄살을 부리면서도 가수 못지않은 가창력을 선보여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특히 그가 가장 걱정했다는 가수 박지윤과의 듀엣곡, 제이슨 므라즈의 '럭키'를 부를 때 회장의 분위기가 최고조가 됐다.
'잘 부르면서 엄살이야.'
이쯤되니 그의 엄살이 얄궂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한편. 공유의 절친이자 음악 선생님(?) 역할을 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마이큐의 무대에서는 관객들이 공유에게 깜짝 노래 선물을 하기도 했다.
마이큐의 곡으로, 영화 '키친'의 삽입곡이기도 한 '일년 후'의 후렴구를 만 명이 넘는 팬들이 공유를 위해 함께 부른 것이다. 잔잔한 멜로디에 '사랑하는 나의 그대~'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노래를 만 여 명 팬들이 함께 부르자, 깜짝 놀란 공유는 "어? 이 노래를 어떻게 알지?"라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팬들이 준비한 깜짝 선물임을 눈치채고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공연을 마무리하며 "10년을 지내며 느낀 것은 여러분과 함께 한 살 한 살 나이 먹어 가는 게 정말 행복하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멋진 배우로 여러분 곁에 항상 함께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어느덧 끝나버린 공연에 아쉬워하던 팬들은 그가 모습을 감춘 후에도 '앵콜'을 연호했고, 이에 다시 무대로 달려나온 공유는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라며 특유의 장난끼 어린 표정으로 웃으며 앵콜곡을 불렀다. 팬들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마지막 시간을 함께 즐겼다.
공연이 끝나고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듯 상기된 얼굴로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며 회장을 빠져나오는 팬들을 만났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을 보고 공유의 팬이 되었다는 가나가와 현에서 온 30대 여성은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고 공연을 본 소감을 전하며, "(공유는) 순수하고 따뜻함이 느껴진다. 특히 웃는 얼굴이 좋다" 며 공유의 매력을 전했다.
또 후쿠시마 현에서 온 모녀는 "엄청 멋있다. 원래도 좋아했는데, 오늘 공연을 보고 더 좋아졌다"고 고백, 역시 웃는 얼굴을 매력으로 꼽았다. 알고 보니 모녀는 공유의 한국공연에도 간 적이 열혈팬이었다.
사이타마에서 온 50대 주부 2명은 "감동, 그 자체였다. 하루빨리 다시 일본에 와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도 한국에 가고 싶다"고 전했다.
그들이 이렇게 감동한 이유는 무엇일까.
공유는 스스로 공연 중간중간에 "제가 선곡한 곡들이 느린 곡이 많아서 지루하시죠?"라고 할 정도로 관객의 취향(?)보다 본인 취향의 곡을 선택했다.
다른 가수의 무대처럼 화려한 댄스나 퍼포먼스는 없었다. 그러나 그가 가장 좋아한다는 가수와 노래를 소개하며, 가장 '그'다운 모습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부도칸에서 공유의 목소리로 들은 故 유재하의 '그대 내 품에', 더클래식의 '여우야' 는 달콤했다. 그러나 잔잔한 무대에 걸맞게 아담한 공연장에서 했다면 그에게 더 반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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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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