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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배우 박하선이 인터뷰 중 깜짝 고백을 했다. 연기를 언제까지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결혼하기 전까지요. 32살쯤?"이라고 했다.
일러도 너무 이르다 싶어 박하선을 말렸더니 "그 때까지만 열심히 할 거에요. 짧고 굵게요. 그렇지만 바뀔 수도 있겠죠"라며 웃어버린다.
하지만 박하선이 왜 짧은 배우 생활을 머릿속에 그렸는지, 이유를 듣다 보니 이해가 갔다.
"사람 일은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잖아요. 그래서 할 수 있는 한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그리고 결혼해서 평범하게 살고 싶기도 해요. 연예계 일을 하다 보면 못 누리고 사는 게 많아요. 모자 벗고 편하게 다닐 수도 없어요. 몇 번 그랬던 적이 있는데, 저도 모르게 위축됐어요. 이 일을 하면서 어느 정도 인기를 얻다 보면 잘 못 먹고, 잘 못 자고 그래요. 여유가 없어요. 그래서 평범하게 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내심 안쓰럽기도 했다. 연예인이란 직업이 화려함을 얻는 대신 평범함을 잃게 되다는 걸 요즘의박하선이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왠지 박하선이 배우의 길을 쉽게 멈추지는 못할 것 같다. 박하선은 지금 '인기'가 아닌 '연기'에 푹 빠져있었다. 인기야 거품처럼 쉽게 사라지는 것이지만, 박하선은 연기에 목 말라 있었다. 연기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때면 그 갈증에 몸부림치는 배우였다.
"'동이' 때, 울어야 되는데 4일을 못 운 적이 있다. 그때도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누구 하나 뭐라 하는 사람은 없지만, 시선이 느껴져요. 그리고 나중에는 사람들 조차도 절 불쌍해해요. 저 한 명 때문에 몇 명이 며칠을 기다리고 있는데, 눈물은 나오지 않고 그럴 때는 너무 힘들고 답답해요"
사람들은 '동이'의 인현왕후을 통해 박하선의 얼굴을 익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당시 박하선은 방황 중이었다. 배우로서 심각한 성장통을 겪고 있었다.
"사실 제가 하지 않더라도 주변에서 자꾸 다른 배우와 비교를 했어요. 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자꾸 주변에서 절 끌어내리면서 저도 자신이 없어졌어요. 주변에서 제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저에 대한 편견이 많아지면서 서러웠어요. '동이'가 끝난 후에 방황하면서 배우를 그만둘 생각도 했어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버틸 수 있었던 건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답이 안 나오면 그만하자는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고, 이번 작품 덕분에 자신감도 생겼어요. 나도 다른 걸 할 수 있고,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국어선생 박하선 역에 캐스팅 된 후 너무나 하고 싶었던 배역이라 긴장을 많이 한 탓에 카메라 테스트를 망쳤다는 박하선. 이제는 버럭 화도 잘 내고 '롤리폴리' 춤도 신나게 출 정도로 박하선 선생과 하나가 됐다.
특히 박하선은 배우만이 느낄 수 있는 연기의 맛에 중독돼 있다.
"왜 연기를 계속하냐고요? 연기할 때 제 캐릭터와 제 자신이 맞닿는 지점이 있어요. 그 때는 한 번씩 제 가슴을 '탕!'하고 치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그 희열은 제가 어떤 다른 일을 해서 느껴본 적이 없어요. 그게 너무 좋으니까. 그래서 계속 하는 것 같아요"
가슴이 '탕!'하고 치는 듯한 느낌은 대체 무엇일까?
"'동이' 때, 인현왕후가 폐위 되기 직전에 울면서 얘기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 때 제 가슴이 너무 아파서 목소리가 안 나올 정도였거든요. 어떻게 연기했는지 기억도 안나요. 그런데 뭔가 말을 하려고 준비해서 대사를 한 게 아니라 그냥 저도 모르게 말이 흘러나왔어요. 역할과 제가 하나가 된 것 같았어요. 그런 순간들이 매번 느낄 수는 없지만, 또 몇 번뿐이었지만 그 순간이 너무 즐거워서 연기를 해요"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박하선은 조금은 다른 얘기를 했다. "배우란 말은 가슴이 벅차요"
그리고 덧붙였다. "죽기 전에는 인정 받고 싶어요. 박하선 앞에 배우라고 붙여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배우로"
과연 박하선이 결혼을 하게 되면 진짜 그녀의 연기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까? 하지만 이 연기 욕심 많은 배우가 선뜻 욕심을 내려놓고 배우란 직업을 떠나진 않을 것 같다. 그러기에는 배우 박하선의 연기 열정이 너무 뜨거웠고,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연기가 너무 많이 남아있다.
[배우 박하선.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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