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윤세호 기자] 프로농구 외국인 선수 제도가 또다시 변했다.
KBL은 지난 12일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열린 제 17기 제 2차 임시총회 및 제 6차 이사회에서 현재 시행 중인 1명 보유의 외국인선수 제도를 다음 시즌부터 2명 보유·1명 출전으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외국인 선수 1명 보유 제도는 한 시즌 만에 지난 시즌에 시행됐던 2명 보유·1명 출전으로 돌아가게 됐다. 1명 보유에 대한 현장의 불만이 크게 작용했고 현실적으로도 변화를 피할 수 없는 요인들이 많았다.
선수 한 명의 의존도가 큰 농구 종목의 특성상, 올 시즌 모든 팀의 외국인 선수가 40분 전체를 뛰고 있다. 6개월·54경기의 장기레이스를 감안하면 출장시간 배분이 필수지만 전력의 중심인 외국인 선수가 1분이라도 빠질 경우 그 팀은 급격히 무너지게 된다. 대부분의 경기에서 외국인 선수끼리 매치업을 이루고 있어 한 쪽이 외국인 선수를 벤치에 앉히는 순간 경기 흐름은 상대팀으로 기울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해 많은 팀들이 외국인 선수의 체력저하, 혹은 부상을 예상하고 시즌 중후반 외국인 선수 교체에 대비하고 있다. KGC 이상범 감독은 2라운드 초반이던 지난 11월 10일 LG전에 앞서 “화이트가 잘 해주고 있지만 이대로 가다간 체력적 한계에 마주할 수 밖에 없다. 화이트가 한계에 다다르면 데려올 외국인 선수를 찾고 있는 중이다. 아마 모든 팀들이 외국인 선수 체력이 바닥날 것을 대비해 다른 외국인 선수를 찾고 있을 것이다”며 외국인 선수 1명 보유 제도의 고충을 털어놨다. 화이트는 지난 30일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약 3주간 경기에 나서지 못하다가 21일 전자랜드와의 홈경기에 복귀할 예정이다.
그동안 KBL은 꾸준히 외국인 선수 가용인원을 줄여왔다. 초장기 2명 보유·2명 출전에서 2, 3쿼터 1명 출전, 전쿼터 1명 출전, 그리고 올 시즌 처음으로 1명 보유·1명 출전을 시행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KBL이 외국인 선수 제도를 바꾼 것은 국내 빅맨의 기량향상을 도모하겠다는 뜻이 크게 작용했다.
프로농구가 태동한지 15년이 지났지만 한동안 한국 남자 농구 국가대표는 추락을 반복했다. 중국과 아시아 정상을 놓고 자웅을 겨루던 위치에서 2006년에는 아시안 게임 최초 노메달의 수모를 당했다. KBL 무대에선 승부처마다 외국인 선수가 득점을 해결해줬고 거의 모든 팀들이 센터 포지션에 외국인 선수를 쓰면서 국내 빅맨들은 경쟁력을 키우긴 커녕, 출장시간 조차 거의 없었다. 리그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국내 선수들은 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외국인 선수에게 패스하는 것에 치중해야했고 토종 센터는 멸종 위기에 놓였다. 국가대표 경기 패배 후에는 항상 '해결사 부재', '높이의 벽 절감' 등의 문구가 따라붙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들이 과연 외국인 선수 제도 변화로 해결됐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따른다. 2010년 아시안게임 은메달, 2011년 아시아농구선수권 대회 2위 등의 호성적의 원인을 외국인 선수 출장시간 단축에서 꼽기보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국가대표팀의 장기간 집중 훈련에서 찾는 게 타당하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영광을 안았던 2002년 국가대표팀 빅맨진과 치욕스러웠던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그리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포워드·센터 라인을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다. 중간에 서장훈이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했고 하승진이 들어왔지만 프론트라인의 중심에는 항상 김주성이 있었다. 결국 프로 무대에서 국내 빅맨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외국인 선수 제도 폐지 외에는 답이 없다.
지방 구단을 지휘하고 있는 A 감독은 자꾸만 변화하는 외국인 선수 제도에 대해 “애초에 잘 생각하고 정해야했다. 어떠한 제도를 만들었으면 꾸준히 시행을 해봐야지 누군가의 이득만 보고 바꾸려고 한다. 1명 보유·1명 출장을 시행한다고 했을 때부터 현장에선 외국인 선수의 40분 출장을 예상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수도권팀의 B 감독은 1명 보유·1명 출장 제도가 현실성이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어차피 외국인 선수가 있는 이상 한 자리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 2명 보유·1명 출장이든 1명 보유·1명 출장이든 마찬가지로 한 자리는 찬다. 다른 제도는 몰라도 외국인 선수 제도는 2명 보유로 돌리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수도권팀의 C 외국인 선수는 “경기에 나서지 않는 휴일에 정말 몸관리를 잘해야 한다. 그래야만 부상 없이 40분을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이곳에서 40분을 뛰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고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지난 18일을 기점으로 10개 팀 전체가 27경기를 치르며 올 시즌의 반환점을 돌았다. 현재까지 긴 출장시간에 따른 부상으로 치료에 전념하는 외국인 선수는 2명이다.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혔던 SK의 알렉산더 존슨과 KGC를 정상권 팀으로 올려놓은 NBA 상위 드래프트 출신 로드니 화이트 모두 40분 출장에 따른 부상을 이겨내지 못했다. 개막전부터 뛰고 있는 동부의 로드 벤슨, KCC의 드션 심스, 오리온스의 크리스 윌리엄스 역시 이대로라면 부상이란 시한폭탄을 안은 채 코트에 나서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부상을 피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없다. 하지만 부상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분명한 것은 지금의 외국인 선수 제도는 부상 확률을 급격히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프로 스포츠에선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일 의무가 있고 제도 역시 그에 맞게 변화되어야 한다. 높은 수준의 개인기량과 팀워크가 유지되기 위해 팀의 핵심 선수가 꾸준히 팀에 자리해야함은 당연하다.
[SK 알렉산더.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세호 기자 drjose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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