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뿌리깊은 나무', 한글의 위대함 알린 신기원

[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뿌리깊은 나무'가 한글창제의 위대함과 이면에 가려진 고충을 가감없이 보여주며 종영했다.

22일 밤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뿌리깊은 나무'(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장태유 신경수) 최종회에서는 한글과 관련된 모든 인물의 죽음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는 해례 소이(신세경 분), 강채윤(장혁 분)의 안타까운 죽음과 세종(한석규 분)의 내금위장 무휼(조진웅 분)의 죽음이 그려졌다. 이외에도 한글반포를 필사적으로 막았던 밀본의 본원 정기준(윤제문 분)의 최후가 그려졌다.

그간 '뿌리깊은 나무'는 한글을 둘러싸고 세종과 정기준의 팽팽한 대결을 그렸다. 이들의 대결은 주변 인물들의 갈등과 반전에 가까운 인물의 역할변화가 뒷받침되며 긴장감을 잃지 않게 하는 요소였다.

'뿌리깊은 나무'는 기존 사극과 다른 형태로 신기원을 열었단 평을 얻었다. 그간 사극들이 한 인물의 서사기에 초점을 맞추고 상대세력과의 대결에만 초점을 맞춘 반면 '뿌리깊은 나무'는 각 인물들이 한글을 놓고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여러 요소에 많은 인물들이 배치돼 있었고 아무 비중도 없던 인물들은 어느 순간 극 전개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로 등장했다. 백정 가리온이었던 정기준이 밀본의 본원으로 등극했고, 장혁의 스승 이방지가 등장해 극적변화를 불어넣었고 개파이가 대륙제일검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도 그러했다.

이 때문에 시청자들은 특정인물이 아닌 모든 등장인물에게서 긴장감을 놓칠 수 없었고 이러한 극적 구성은 몰입도를 높이게 했다. 세종이 주인공으로 가장 중요한 인물임에는 틀림없었지만 드라마는 정기준, 장혁, 소이, 이신적(안석환 분), 심종수(한상진 분) 등을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전했고 현실감있는 극 구성을 가능케 했다.

이는 특정인물이 아닌 한글에 극적 포인트가 맞춰져 있었기에 가능했다. 집필을 맡은 김영현 작가는 22일 오후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처음 글자를 무엇으로 볼 것인가라는 부분에서 굉장히 많은 토론이 진행됐다. 그 결과 '글자는 권력이다'로 귀결됐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백성의 대표 강채윤이 설정됐고 권력의 입장에서 받아들여야 하는 사대부로서 밀본이 설정된 것이다. 실제 이 점이 드라마에서 구현됐다"고 밝혔다.

한글은 누구나 쉽게 사용하고 있지만 익숙한만큼 그 근원에 대한 고찰은 없었다. '뿌리깊은 나무'는 소중하지만 간과됐던 한글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세상에 나왔는지를 파헤쳤다. 실제 한글은 삼국시대, 전쟁 등을 주요 소재로 다뤘던 사극 역사상 획기적인 소재였다. 가장 찬란한 문화지만 세종대왕이 만들었다는 것 이외에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실제 '뿌리깊은 나무' 시청자들은 한글이 이렇게 어렵게 만들어졌고 치열한 반포과정을 겪었던 것을 드라마를 통해 알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시청자들은 '뿌리깊은 나무'를 통해 한글이 얼마나 대단하고 소중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뿌리깊은 나무'는 기존사극을 넘어서 신기원을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세경, 장혁, 윤제문, 한석규(위쪽부터). 사진 = SBS 방송화면 캡처]

최두선 기자 su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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