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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함상범 기자] SBS 수목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이하 ‘뿌리’ 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장태유)는 한글 반포에 많은 이들이 혼이 담겨 있음을 상징하며 막을 내렸다.
22일 방송된 ‘뿌리’ 마지막 화의 첫 부분은 정기준(윤제문 분) 등 밀본으로부터 둘러싸여 위험에 처한 소이(신세경 분)으로부터 시작됐다. 소이가 해례라는 것을 알게 정기준은 소이를 죽이라 명령했고, 채윤(장혁 분)은 이를 막으려 노력했다.
채윤의 기지로 소이는 도망에 성공하는 듯 했으나 개파이(김성현 분)의 독화살에 맞고 벼랑으로 떨어졌다. 날이 밝은 뒤 소이의 온 몸에는 독이 퍼졌고, 소이는 급히 입고 있던 치마를 찢어 해례를 작성했다.
비슷한 시각 궁에서는 한글 반포가 시작됐다. 이 때 개파이는 궁에 잠입해 관군들과 싸웠고, 이 과정에서 내금위장 무휼(조진웅 분)은 개파이의 칼에 찔려 쓰러졌다. 개파이는 무휼이 쓰러지자 이도(한석규 분) 역시 암살하려 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채윤이 나타나 개파이와 처절한 칼부림을 겨뤘고, 개파이는 숨을 거뒀다. 채윤 역시 적지 않은 피해를 받고 피를 흘려댔다.
반포가 끝난 뒤 채윤은 이도에 “웃으십시오. 똘복이처럼”이라며 쓰러졌다. 이후 무휼의 사망 소식까지 전해들은 이도는 충격에 못 이겨 몸을 휘청했다.
이후 관군들로부터 쫓기게 된 정기준은 큰 상처를 입고 이도와 마주하게 됐다. 이때 정기준은 “너의 글자로 지혜를 갖게 된 백성은 더 많이 속게 되고 이용당하게 될 것이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개새끼처럼”이라 일갈했다.
이에 한석규는 “그럴 수도 있겠지. 그들은 결국은 그들의 지혜로 길을 모색할 것이다. 매번 싸우고 웃어넘길 것이다. 이기기도 하고 속기도 하고 질 수도 있다. 지더라도 괜찮다. 그게 역사니까. 수많은 왕조가 멸망하고 이 땅에 묻혔다. 하지만 또 싸울 것이다”라고 글자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이도는 죽은 정기준에 대고 “전에 네가 나에게 그런 말을 했었지. 백성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그때는 정말 그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이 사랑이다. 그것이 바로 사랑이야”라며 가슴을 부여잡고 “여기가 이렇게 아픈데 그것이 어떻게 사랑이 아닐 수 있겠느냐”라고 눈물을 쏟아냈다.
혼자가 된 이도는 “소이가 없는 곳, 무휼도, 똘복이 없는 곳. 채윤은 소이 곁에 묻혔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가보지도 않았다. 울지도 않았다. 정운청과 언문청을 만들었다. 우리 글로 사설과 상소가 올라온다. 우리 글로 욕도 하고 놀기도 한다. 이제 글자는 세상의 것이고 저들의 것이다. 그 글자가 어떤 세상을 만드는지도 저들의 결정이다”라고 읊조렸다.
마지막 장면은 상상 속 채윤과 소이의 행복한 모습에서 마무리됐다. 채윤은 아이들에 글을 가르치고 있었고, 소이는 밥을 준비했다. 이들의 아웅다웅 하는 모습에서 길고도 빨랐던 ‘뿌리’는 마무리됐다.
한글을 전파하려 했던 수 많은 이들의 죽음과 밀본의 한글 천시가 그려진 이유는 한글에 ‘혼’이 담겨있음을 알리려 했던 장태유 감독의 기획의도에서 알 수 있다. 앞서 장태유 감독은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한글을 세종이 창제할 때 쉽게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기득권 세력의 압박을 피해 어렵게 만들어진 것이다. 그 어려웠던 당시 현상을 담아내 시청자들에게 알리고 싶다. 그것만으로도 이번 작품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오는 28일에는 ‘뿌리’ 스페셜 방송이 전파를 탄다.
[이도를 열연한 한석규, 소이를 열연한 신세경, 채윤을 열연한 장혁(맨아래 왼쪽부터). 사진 = SBS 방송캡처, 마이데일리 DB]
함상범 기자 kcabu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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