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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방송인 주병진은 MBC '주병진 토크 콘서트'(이하 '주병진 토콘') 기자간담회에서 "단순히 시청률로만 평가한다면 잘못된 평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병진 토콘'이 참담한 시청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시점에서 주병진의 의견을 고려해 시청률을 배제한 채 바라본다 쳐도 과연 '주병진 토콘'이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 의문이다.
총 4회가 방송된 지금, '주병진 토콘'에 지루함을 느끼고, 식상해 하는 건 단지 몇몇 시청자들의 의견만은 아닐 것이다. '주병진 토콘'이 유재석의 KBS 2TV '해피투게더3'를 이기는 것은 둘째 치고, 프로그램 자체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실패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가장 큰 원인은 '주병진 토콘'의 너무 뻔한 질문에 있다,
한 네티즌은 '주병진 토콘'을 본 뒤 "인터넷을 뒤지면 알 수 있는 것들을 물어본다"고 지적했다. 정말 '주병진 토콘'이 뻔한 질문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총 4회 동안 '주병진 토콘'에 나온 모든 질문들을 점검했다.
그 중 핵심적인 것만 골랐을 때, 박찬호 편에선 메이저리그 스카우터의 기준, 마이너리그 강등 이유,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의 대우 차이, 인종차별 경험, 제구력과 속도 중 투수에게 우선시 되는 것, 좋아하는 가수, 부인과의 첫 만남, 일본 무대 도전 이유 등 질문들은 그동안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진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질 못했다.
차승원 편에선 MBC 연기대상 수상 기대감, 독고진과 차승원의 유사한 점, '최고의 사랑' 이후 공백기를 가진 이유와 공백기 동안의 활동, 잘생긴 외모의 아들, 모델이 런웨이에서 관객들에게 보내는 시선의 의미, 모델에서 연기자로 전향한 계기, 부족한 연기력을 극복한 방법 등이었다.
차라리 차승원 편에선 방청객이 던진 질문이 주병진의 질문보다 훨씬 더 흥미로웠다. 방청객은 차승원에게 "결혼을 일찍 했는데, 배우 생활하며 후회한 적 있냐?", "열심히 연기했는데,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은 작품은 무엇이냐?", "단독 토크쇼 MC 할 생각 있냐?" 등의 질문을 차승원에게 던졌다.
신승훈 편에서도 오랜만에 토크쇼에 나온 이유, 발표한 총 노래 개수, 많은 노래들을 머릿속에서 구분하는 방법, 첫사랑, 결혼이 늦은 이유, 일본 진출 계기, '위대한 탄생' 멘토, 뜸한 정규앨범 소식 등이 질문의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신승훈 편은 방송 분량 중 상당 부분이 신승훈이 노래하는 모습으로 채워져 정작 토크쇼의 알맹이인 토크는 많이 사라졌다.
김창완 편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벌써' 탄생 비화, '어머니와 고등어'의 가사와 배경, 앨범 재킷에 그려진 그림의 의미,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 앨범에 건전가요를 넣은 이유, 가요 심의에 걸린 사연, 장기하와의 첫 만남 등을 질문했고, 신승훈 편에 이어 김창완의 노래가 방송의 큰 줄기였다. 노래가 차지하는 분량이 많아지다 보니 '주병진 토콘'이 마치 '음악여행 라라라'에서 토크만 좀 더 늘린 프로그램 같이 느껴진다.
'주병진 토콘'의 게스트는 박찬호, 차승원, 신승훈, 김창완까지 결코 토크쇼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인물들이 아니다. 하지만 특별한 게스트에 비해 질문은 지극히 평범하다. 굳이 주병진이 아니라도 할 수 있는 질문들이고, 굳이 '주병진 토콘'이 아니라도 알 수 있는 내용들이다.
또한 주병진은 질문할 때, 핵심을 찌르며 직접적으로 묻기 보다는 에둘러 최대한 간접적으로 물어본다. 이 때문에 주병진이 질문하는 순간마저 답답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주병진은 예의 있는 토크쇼를 표방하며 '주병진 토콘'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식상한 질문만 반복하는 '주병진 토콘'을 바라보니, 주병진이 뭔가 오해가 있지 않았나 싶은 생각마저 든다.
시청자들이 '무릎팍도사', '라디오스타', '해피투게더3' 등의 토크쇼를 찾아봤던 건, 그 토크쇼들이 예의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망설이지 않는 과감한 질문과 예상을 깨는 신선한 질문이 게스트의 속이야기를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주병진 토콘'은 질문의 예리함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주병진. 사진 = MBC 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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