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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오승환이 방망이를 잡았다.
최근 일본 언론들은 연일“오승환이 타격 연습에 나섰다. 오승환의 타격 실력이 좋다”라고 극찬했다. 약간의 립 서비스가 들어간 발언이기도 했는데,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될 부분이다. 왜 오승환이 방망이를 잡았는지, 그리고 오승환의 타격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명확하게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오승환의 한신은 센트럴리그에 소속됐다. 센트럴리그에는 지명타자 제도가 없다. 투수도 타격을 한다. 오승환이 타석에 들어서려면 우선 오승환이 1이닝 이상 던져야 하고, 그 사이에 한신이 공격을 할 때 오승환의 타순에 걸려야 한다. 한신 와다 유타카 감독은 일단 오승환을 1이닝 마무리로 활용할 방침이다. 다만, 상황에 따라 연장전 박빙승부서는 1이닝 이상 던질 수도 있고, 자연스럽게 오승환이 타석에 들어설 일이 생길 수 있다.
▲ 오승환의 타격이 한신에 도움이 될까
만약 오승환이 연장전서 타석에 들어섰다고 가정해보자. 유타카 감독은 오승환에게 어떤 사인을 낼까.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국내에서 투수가 타석에 들어설 경우 감독은 대부분 웨이팅 사인을 낸다. 스텐딩 삼진을 당하고 벤치로 돌아오라는 것이다. 혹시 타격을 하다 부상을 입는 것을 염려해서다.
센트럴리그의 경우 투수는 주로 번트 작전에 많이 활용된다. 이는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승환이 기본적으로 타석에 들어설 확률은 낮다. 다만 경기 막판, 그것도 박빙승부서 타석에 들어설 경우 주자가 있다면 번트 사인이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물론 상황에 따라 오승환에게 강공을 지시할 가능성도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오승환의 타격은 수준급이라고 한다. 경기고등학교 시절 1번타자를 한 경험이 있었던 터라 방망이에 공을 갖다 맞히는 능력이 있다. 발도 빨랐다고 한다. 오승환이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안타라도 만들어낼 경우 상대의 느슨한 수비를 틈타 수준급 주력을 뽐낼지도 모르는 일이다. 투수들이 타격훈련을 하는 것도 이런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물론 기본적으로 오승환이 타석에 들어설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 된다. 그럼에도 한신은 보직에 관계없이 모든 투수들에게 철저하게 타격훈련을 시킨다. 높지 않은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오승환 역시 이런 점을 인지하고 충실히 타격훈련을 소화하고 있다고 한다.
▲ 철저한 준비성, 그리고 숨은 의미
이런 모습이 오승환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오승환은 이미 동료에게 먼저 다가서겠다고 선언했다. 외국인선수 중 가장 먼저 기노자 캠프에 합류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런데 한신 전 선수단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스프링캠프 일정은 이제 사흘째다. 비록 오승환은 삼성 시절 전혀 타격연습을 하지 않았지만, 한신에서 코칭스태프의 타격훈련 주문을 진지하게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코칭스태프와 동료에게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한 야구인은 오승환에 대해 연이어 좋은 현지 반응이 나오는 것을 두고 “현 시점에선 팀 동료, 현지 언론 모두 오승환에게 호의적인 시선을 보낼 때다. 그리고 성실한 오승환을 싫어할 사람이 없다”라면서도 “일본 언론들과 구단은 외국인선수들에게 한번 돌아서면 매우 냉정하다”라고 덧붙였다. 과거 이승엽도 요미우리 시절에 겪었던 일이다. 맹활약을 할 땐 진정한 4번타자라며 칭송했지만, 이후 부진과 부상에 빠지자 이승엽을 바라보는 시선이 확 달라졌었다.
결국 오승환으로선 어떤 상황에서도 팀의 일원이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오승환에게 큰 의미가 없어 보이는 타격훈련도 마찬가지다. 그 과정 속에서 동료와 가까워지고 한신의 일원으로 녹아들 수 있다. 과거 백인천 한국은퇴선수협회 명예회장도 비슷한 의미로 “오승환이 한국인임을 잊어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오승환의 타격훈련은 실제로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오승환의 스프링캠프 출발이 산뜻하다.
[오승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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