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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1기 때도 그랬지만, 유독 눈물이 많이 등장하는 MBC '일밤-아빠 어디가'의 첫 번째 여행. 그런데 예상치도 못한 인물이 눈물을 보였다. 전 축구국가대표 선수 안정환이었다.
2기로 새롭게 합류한 어린이들과 함께 떠나는 첫 번째 여행기가 2일 오후 '아빠 어디가'를 통해 전파를 탔다. 여행지인 충북 옥천의 장고개 마을로 향하며 어린이와 아빠들은 조금씩 가까워져 갔다.
그 중 한 아빠의 입버릇이 눈길을 끌었다. 안정환은 왁자지껄하게 뛰어노는 어린이들 속 아들 안리환의 모습을 보며 "집에선 이런 애가 아닌데…"라고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배우 성동일의 딸 성빈과 안리환의 첫 만남이 그려진 지난달 26일 방송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또래 이성친구인 성빈을 만난 안리환은 자신의 용돈을 챙겨 “과자를 사러 가자”고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안정환은 "(리환이가) 나를 닮아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또래 여자아이와 노는 모습을 처음 봤는데 솔직히 놀랐다. '어? 저런 애가 아니었는데…'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안정환이 아들의 새로운 면모에 거듭 놀라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안정환은 아들과의 관계에 대해 "은퇴 후부터 놀아주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나와 내 경기만을 위해 살았다. 시간이 나면 혼자 쉬어야한다고만 생각했다. 나를 위해서. 사실 은퇴하고도 공허함에 빠져 집에 가만히 있기만 했다. 한 번은 아들이 나에게 뭔가를 부탁하려다 '아, 아빠 피곤하지?'라며 말을 멈추는 모습을 봤다. 그때 '내가 아들에게 그저 피곤한 사람으로 보여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아들을 위한 자신의 노력이 부족했음을 스스로도 반성하는 아빠이기에, 처음 발견하는 아들의 모습은 더욱 큰 의미로 다가왔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저녁 식사 재료를 직접 구하기 위해 아빠의 곁을 잠시 떠나는 순간, 안정환은 유독 오랜 시간 아들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눈물을 흘렸다. 이유를 묻는 다른 아빠들에게 안정환은 "지금 저렇게 가는 모습이 예전의 나 같았다. 어릴 때 내가 힘들어 했던 일을 (아들에게) 다시 시키는 것 같다"라며 애틋한 마음을 고백했다.
이런 안정환의 모습은 지난해 여행 초반 성동일과 아들 성준 부자가 보인 모습과 닮은꼴이었다. 성준을 엄하게 대하는 경우가 많았던 성동일은 자연히 내성적이고, 여린 아들의 모습이 익숙했지만, 여행 과정에서 그는 전혀 다른 성준의 모습을 발견했다. 사실 성준은 동갑내기 친구들도 믿고 따를 만큼 똑 부러진 리더십을 가진 어린이였고, 형 김민국조차도 겁을 내는 담력 테스트에서 먼저 용기를 낼 줄 아는 당찬 꼬마였다. 새로운 면을 발견하며, 그리고 때로는 반성하며 1년 간 성동일은 성준과 함께 성장했다.
그리고 처음 아빠만 보면 울음을 터트리던 성준이, 어느새 아빠에게 먼저 다가가 애교를 부리게 되기까지 변해가는 모습은 엄마 없이 떠나는 1박 2일 간의 여행을 통해 아빠와 자녀 간의 관계에 대한 의미를 되새긴다는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에 가장 부합하는 변화였다.
장난꾸러기로 변한 아들 안리환을 바라보며 거듭 놀라는 안정환에게 성동일은 조용히 한 마디를 건넸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아들의 모습일 뿐"이라고. 지난 1년 간 성동일과 성준이 그랬던 것처럼, 많은 것을 변화시킬 안정환 부자의 여행기는 이렇게 당혹스러움과 눈물로 시작됐다.
[전 축구국가대표 선수 안정환과 아들 안리환.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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