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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일일드라마 '빛나는 로맨스'(극본 서현주 연출 신현창 정지인)는 배우 이진을 위한 드라마다. '이진이 무슨 연기를 잘하냐?'고 생각한 적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 번쯤 챙겨 볼 만하다.
결코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서가 아니다. 냉정히 말해 '빛나는 로맨스'는 탄탄한 드라마가 못 된다. 전작인 '오로라 공주'에야 못 미치겠으나 전작 못지않은 '막장 전개'가 반복되고, 이를 위한 '우연의 남발'은 남발 아닌 홍수 수준이다. 그럼에도 이진의 연기만큼은 '막장' 속에서 도드라지게 빛날 정도로 뛰어나며 또 몰입감이 높다.
이진은 여주인공 오빛나를 연기한다. 빛나는 처량한 인물이다. 아버지를 뺑소니 교통사고로 여의고, 욕심 많은 시어머니의 반대 속에 어렵게 결혼했으나, 딸과 자신을 두고 바람을 피운 남편에게 속아 위장이혼 당했다. 시어머니와 남편은 한통속이 돼 위장이혼을 주도하고 희희낙락하는 속물들이다.
이진은 캐릭터에 완벽하게 녹아 들었다. 빛나의 굴곡진 인생사 탓에 자주 등장하는 눈물 장면에서 알 수 있다. 하염없이 눈물 쏟는 이진의 연기는 소위 '예쁜 척 하며 우는 연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오열하는 중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발성으로 대사를 또렷하게 전달하는 것을 보면 이진이 쏟았을 노력이 짐작된다.
특히 최근 방송에서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빛나가 시어머니 허말숙(윤미라)을 찾아가 딸 연두를 아버지 없이 자라게 할 순 없다며 "어머니가 저 싫어하는 거 알아요. 저 미워하시는 만큼 마음껏 때리시고, 어머니 분이 풀리실 때까지 마음껏 때리시고, 어머니 제발 저 좀 받아주세요"라고 매달리고 매서운 뺨을 맞아도 울며 빌기까지 하는 장면은 이진의 연기 중 단연 압권이었다.
이진은 1998년 이효리, 성유리, 옥주현과 함께 핑클로 데뷔했다. 핑클 시절 S.E.S.와 더불어 걸그룹 영역을 양분하며 90년대 후반을 누구보다 화려하게 보냈던 이진이다. 그룹 활동을 중단한 뒤에는 배우로 전향했는데, 사실 배우로서는 핑클 시절만큼 주목 받지 못했다. '왕과 나', '혼', '영광의 재인', '대풍수', '출생의 비밀' 등 장르를 달리하며 크고 작은 여러 역할을 해왔으나, 화려했던 핑클 시절과 비교한다면 그를 향한 대중의 환호성은 크게 줄었다.
하지만 배우로 길을 바꾼 10여 년 만인 지금, 첫 여주인공을 맡아 마음껏 연기력을 분출할 수 있는 건 주목 받지 못하던 지난 10여 년 동안 그가 착실히 쌓아온 연기 경험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가수로 얻은 인기에 도취돼 처음부터 역할 욕심을 냈다면 지금 같은 연기력을 갖추진 못했을 것이다. 요즘, 연기에 도전하는 아이돌만 봐도 인기만 많고 연기력은 부족한데 감당 못할 역할을 맡는 경우가 태반이다. 핑클로 정상에 올랐음에도 다시 밑으로 내려와 배우의 길을 한 계단씩 올라간 이진에게 박수 보내 마땅하다. 게다가 핑클 시절과 달리 오로지 이진 혼자만의 힘으로 일군 성과 아닌가. 또한 지금의 일명 '연기돌'들도 '원조 걸그룹' 이진이 배우로서 지나온 길을 지침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배우 이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MBC 방송 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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