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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더블 AC 듀오'가 최소 25승은 해줘야 한다.
한화 이글스는 이번 오프시즌에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였다. 강한 전력 보강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내부 FA 이대수와 한상훈, 박정진을 모두 잔류시키는 데 성공했고, 리그 최정상급 테이블세터로 꼽히는 외부 FA 정근우와 이용규도 품에 안았다. 여기저기서 "올 시즌 한화의 전력이 몰라보게 좋아질 것이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물음표는 있다. 바로 마운드다. 지난해 팀 평균자책점 5.31로 이 부문 최하위에 그쳤던 한화의 마운드 사정은 올 시즌에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안영명과 윤규진, 구본범 등이 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했고, 2차드래프트를 통해 이동걸과 이성진을 영입했다.
그리고 외국인선수 케일럽 클레이(Caleb Clay)와 앤드류 앨버스(Andrew Albers)를 영입했다. 성과 이름의 앞글자를 따면 '더블 AC 듀오'라는 애칭이 나온다. 클레이는 마이너리그에서 '칼날 제구'를 자랑했고, 앨버스는 지난해 메이저리그서 완봉승을 따냈던 투수. 얼핏 보면 타선뿐만 아니라 마운드에도 엄청난 보강이 된 듯 보인다.
하지만 외국인투수는 빅리그 경력, 또는 성적만 보고 성공과 실패를 장담할 수 없다. 2008시즌 도중 한국을 떠난 호세 리마(당시 KIA, 2012년 사망)는 빅리그 13시즌 통산 89승을 따냈고, 1999년에는 21승을 따냈으나 국내 무대 14경기에서 3승 6패 평균자책점 4.89의 성적만 남기고 팀을 떠났다.
빅리그서 3시즌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때렸던 라이언 가코(삼성, 2011)는 58경기에서 타율 2할 4푼 3리 1홈런 28타점의 부진을 보인 끝에 교체됐다. 반면 빅리그 경험이 없는 찰리 쉬렉(NC 다이노스)은 지난해 29경기에서 11승 7패 평균자책점 2.48(1위)로 팀 선발진의 중심축 역할을 했다. 경력만 보면 안 된다는 교훈을 남긴 사례.
한화가 지난 시즌 데려온 외국인투수 대나 이브랜드도 메이저리그 풀타임 선발 경력을 지닌 선수. 하지만 국내 무대 32경기에서 6승 14패 평균자책점 5.54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인성은 정말 훌륭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프로는 오로지 성적이다. "더 좋은 투수를 데려와야 한다"고 말한 김 감독과 구단의 선택은 클레이와 앨버스였다.
클레이는 빅리그 경험이 전혀 없다. 하지만 마이너리그에서는 7시즌을 뛰며 통산 147경기에 등판, 26승 33패 평균자책점 4.19, 369탈삼진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마이너리그 27경기 중 26경기에 선발 등판해 11승 5패 평균자책점 2.96(158⅓이닝 52자책)을 기록했고, 피안타율도 2할 2푼 5리로 좋았다. 140km 초반대 직구에 커터,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보유하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찰리와 비슷한 스타일이다"고 평가했다.
앨버스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외국인선수 몸값 상한선을 폐지한 이후 첫 번째 계약자로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빅리그에 데뷔한 앨버스는 10경기에 선발 등판해 완봉승 한차례 포함 2승 5패 평균자책점 4.05를 기록했다. 피안타율 2할 7푼 1리, WHIP 1.18을 기록했고, 탈삼진(25개)-볼넷(7개) 비율도 준수했다. 직구와 싱커를 비롯해 체인지업, 슬라이더, 슬로커브 등 다양한 구종을 보유했다. 올 시즌 국내 무대에서 뛸 외국인선수 가운데 최대어로 봐도 무리가 없다.
한화는 지난해 외국인투수 데니 바티스타(7승)와 이브랜드(6승)가 선발로 13승을 합작하는 데 그쳤다. 특히 류현진(LA 다저스)의 이탈로 확실한 토종 투수가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선수까지 부진하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올해도 토종 투수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가능성을 보여준 송창현을 제외하면 누가 선발로테이션에 이름을 올려도 이상할 게 없다. 선발로 나설 클레이와 앨버스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둘이 최소 25승은 해줘야 어느 정도 경쟁력이 갖춰진다.
다행스러운 건 이들 모두 팀 적응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 지난달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에서 만난 클레이는 "매 1구 1구에 최선을 다해서 등판 당일 최고의 힘을 쏟아부을 것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앨버스는 오키나와에 합류한 지난 3일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 입고 나타났다. 새로운 팀에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옷차림까지 신경 썼다. 한국에서 성공하겠다는 이들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어느 때보다 의욕적으로 시즌을 준비하는 한화는 올해 4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선수들도 하나같이 "4강 진출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투펀치로 나설 것이 확실한 클레이와 앨버스가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더블 AC 듀오'의 활약 여부에 따라 올 시즌 한화의 도약 여부가 결정될 듯하다.
[케일럽 클레이(왼쪽), 앤드류 앨버스. 사진 = 마이데일리 DB, 한화 이글스 구단 제공]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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