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종합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올림픽 정신이 흔들린다.
전 세계 언론들은 9일(한국시각) 일제히 소치올림픽 피겨스케이팅서 담합 의혹이 일었다고 보도했다. 피겨 강국 러시아와 미국이 판정 나눠먹기를 했다는 지적이다. 우선 러시아 심판이 아이스댄스 쇼트프로그램에서 메릴 데이비스-찰리 화이트(미국)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게 돕고, 미국 심판이 러시아의 페어와 단체전 우승을 돕기로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데이비스-화이트 조는 75.98점으로 쇼트프로그램 1위를 차지했다. 페어에서는 크세니아 스톨보바-페도르 클리모프(러시아)조가 135.09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러시아는 율리아 리프니츠카야가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도 72.90점, 여자 프리스케이팅에서도 141.51점으로 1위를 차지하면서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리프니츠카야가 쇼트프로그램서 롱엣지를 범했으나 심판들이 그냥 넘어갔다는 의혹이 일었다. 국내 중계진 역시 “점프가 불완전했다”고 평가했다.
▲ 김연아는 괜찮나
피겨스케이팅의 꽃은 단연 여자 싱글이다.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가 최근 몇 년간 정상을 다툰 종목이다. 김연아는 주니어 시절 이후 아사다에게 항상 우위를 지켰다. 그녀는 소치에서 올림픽 2연패를 이룬 뒤 선수생활을 마치려고 한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김연아에게 가장 신경 쓰이는 존재는 아사다가 아닌 리프니츠카야다.
리프니츠카야의 성장이 대단한 건 확실하다. 러시아가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서 확실한 여자에이스를 내놓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물론 리프니츠카야는 김연아보단 테크닉과 표현력, 경험 등 모든 면에서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리프니츠카야의 단체전 호성적이 심판의 담합 혹은 홈 어드벤티지가 어느 정도 투영된 게 훗날 사실로 밝혀진다면 한국도 간과할 일은 아니다.
올림픽에선 어떤 변수도 나올 수 있다. 한국은 가깝게는 2년 전 런던에서 신아람이 울었고, 멀게는 12년 전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김동성이 울었다. 이들은 판정 논란의 피해자들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IOC에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현 시점에선 실력이 그 누구보다 월등한 김연아의 월드클래스를 믿어야 한다. 사실 김연아가 정상적으로 연기를 펼치고 공정한 판정이 나올 경우 금메달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심판들의 ‘장난’은 항상 경계해야 한다.
▲ 올림픽 정신 훼손 우려
피겨스케이팅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서 한 차례 심판 판정 스캔들이 있었다. 당시 옐레나 베레즈나야-안톤 시하룰리드제(러시아) 조가 연기를 하다가 넘어졌으나 금메달을 따냈다. 판정 논란이 일었고, 2위를 차지한 제이미 살레-다비 펠레티에 조(캐나다)조도 공동 금메달을 받았다. 사건이 일단락 된 이후에도 한동안 논란은 지속됐다.
이번 미국-러시아 피겨스케이팅 판정 담합 의혹은 아직 사실로 드러나진 않았다. 일단 외신들의 보도에 미국과 러시아 피겨계는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사실과 무관하게 이런 논란이 나온 것 자체로 스포츠 강국 미국과 러시아로선 창피한 일이다. 더구나 러시아는 12년 전에 이어 자국에서 열린 첫 동계올림픽서 또 다시 논란에 휘말렸다. 이는 쿠베르텡의 올림픽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올림픽은 그 자체로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소치올림픽 개막식서 축사를 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되, 금지약물을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심판도 공정한 판정을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개막 이틀만에 좋지 않은 일이 불거졌다. 대회 초반부터 깨끗한 이미지에 금이 갔다. 결국 선수들과 심판들에게 달렸다. 깨끗한 승부, 공정한 판정만이 살 길이다. 아울러 이번 담합 의혹도 명확하게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그래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올림픽 주경기장 피스트 스타디움 전경. 사진 = 올림픽 공동취재단]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