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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행복한 죽음은 현대 사회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뮤지컬 '디스 라이프: 주그리우스리'(이하 '디스 라이프')는 인간의 목숨을 거두기 위해 인간 세상으로 내려간 저승차사가 인간 세상에서 겪는 좌충우돌 이야기와 장수마을에 사는 노인들의 따뜻한 인간의 정을 그리는 작품이다.
'디스 라이프'는 지난 2012년 대구뮤지컬페스티벌에서 창작지원작 쇼케이스를 시작으로 지난해 '제2회 서울 뮤지컬 페스티벌 예그린 앙코르'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되며 호평 받았다.
한 순간의 실수로 50년 동안 저승 감옥에 갇혀 지낸 천년 차사 태을과 30년 경력의 애송이 차사 호경은 원치 않는 파트너가 된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주그리 마을이 아닌 우스리 마을에 떨어지게 되고 저승차사 표식인 완장까지 잃어버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다.
서로를 믿지 못하며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으로 인해 극은 내내 웃음으로 가득하다. 삶과 죽음을 다룬다고 해서 무겁거나 진지하지 않다. 노인들만 가득한 마을에서 이들의 죽음을 원하는 차사, 하지만 이들의 존재를 모른 채 젊은 총각들의 방문에 가슴 따뜻하게 맞아주는 노인들. 이들의 관계 속에서 삶과 죽음을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디스 라이프'의 독특한 점은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자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행복하게, 오래 살고자 하는 현 시대 우리, 자연의 순리를 따르지 않고 과학과 의학을 통해 목숨을 부지하는 우리의 삶을 디스한다.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살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욕망.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것 역시 비판 받지 않아도 될 순수한 마음이다. 하지만 '디스 라이프'는 이같은 욕망을 디스하는 것과 동시에 그 과정에서 오히려 행복한 삶과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관객들 스스로 깨닫게 만든다.
우스리 마을의 고연령 노인들의 삶 역시 관객들로 하여금 죽음이 끝이 아닌 또 하나의 삶이라는 깨달음을 준다. 우스리 마을 주민들은 남은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 이웃과 함께 지내며 열정을 버리지 않고 사랑도 이어간다. 죽음의 순간, 행복한 죽음을 받아 들인다.
'디스 라이프'는 매 순간 충실히 살고 있는 노인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죽음은 암울한 끝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에 곧 삶은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것이 된다.
한편 '디스 라이프'에서 태을 역은 고상호, 황건이 맡았고 호경 역은 고훈정, 김시권이 맡았다. 거북할매는 박주희와 서태영, 강덕 역은 나세나, 서예림이 연기한다. 한규정, 서정식이 근식 역을 맡았고 허은미와 서미정이 소피, 유승국과 윤승욱이 정구 역을 맡았다.
뮤지컬 '디스 라이프: 주그리 우스리'는 오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예그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디스 라이프: 주그리 우스리' 공연 이미지. 사진 = 스토리피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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