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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KGC의 리빌딩과 인내는 무슨 의미였을까.
이상범 감독의 지난 22일 자진사퇴. KGC인삼공사가 크게 흔들린다. 25일 현재 17승32패로 8위.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은 좌절됐다. 성적을 떠나서, 이 감독의 자진사퇴가 KGC, 나아가 프로농구판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현 시점에서 이 감독이 구단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소문, 자진사퇴지만 사실상 경질이라는 설은 그리 중요한 점은 아니다. 애당초 구단과 사이가 좋았다면 감독이 자진사퇴를 할 이유도 없었다. 그리고 자진사퇴든 경질이든 그만둔 건 그만 둔 것이다.
오히려 KGC의 특수한 상황과 이상범 감독의 운영철학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런 흐름 속에서 구단이 왜 이 감독과의 결별을 선택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KGC 구단은 과연 무슨 생각으로 이 감독과 헤어진 것일까.
▲ 도박 같은 리빌딩, 결말은 새드엔딩
이 감독은 2009-2010시즌부터 정식 지휘봉을 잡았다. 이 감독은 하위권의 KGC를 상위권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도박 같은 리빌딩을 선택했다. 2011년 신인드래프트서 박찬희와 이정현을 잡았다. 2012년 신인드래프트서는 오세근마저 영입했다. 주희정을 SK에 보내고 군 복무 중인 김태술을 기다리는 인내도 발휘했다. 2011-2012시즌 오세근과 김태술이 동시에 가세하면서 리빌딩이 완성됐다. 무려 2시즌을 사실상 포기하다시피 했다. 결국 2011-2012 정규시즌 2위와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열매를 맺었다.
KGC는 2012-2013시즌도 4강 플레이오프까지 올라갔다. 오세근이 발 수술로 시즌아웃 돼 단 1경기도 뛰지 않았지만, 저력을 발휘했다. 올 시즌에는 오세근이 돌아왔으나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고, 김태술과 양희종 등도 잇따라 부상에 시달리면서 하위권으로 처졌다. 이 과정에서 결국 이 감독이 물러났다. 오세근은 올 봄 군 입대 예정이다. 김태술과 양희종은 FA로 풀린다. 리빌딩 시기부터 이 감독과 유대관계가 끈끈했던 두 사람은 KGC에 잔류한다는 보장이 없다. 이 감독이 지난 몇년에 걸쳐 힘겹게 이룩한 리빌딩이 한 순간에 무너져버릴 위기에 직면했다.
한 농구관계자는 “KGC의 리빌딩은 정상적이라기보단 모험이 강했다. 그래도 이 감독과 KGC는 약팀이 강팀으로 진화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모델을 제시했다”라고 평가했다. 이 감독이 결국 물러나면서 KGC처럼 화끈하게 리빌딩하는 팀이 나올 가능성은 낮아졌다. 리빌딩에 성공해도 이후 단 한 시즌만 부진하면 감독이 물러나는 상황에서 마음 놓고 리빌딩을 시도하는 구단이 나올 리 만무하다. 더구나 신인드래프트 방식이 바뀌면서 굳이 성적을 포기하는 모험을 시도할 이유도 없다. 이 감독의 사퇴는 프로농구판의 신선한 볼거리 하나가 사라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빛 바랜 이상범 감독의 인내
이 감독이 KGC를 이끌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인내다. 이 감독은 절대 주전들을 무리시키지 않았다. 2011-2012시즌 우승 직후 오세근에게 통째로 한 시즌을 쉬게 한 것이 대표적이다. 사실 오세근은 무리를 시킬 경우 지난 시즌 막판에도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선수생명과 팀 성적을 맞바꾸지 않았다. 올 시즌에도 마찬가지다. 김태술, 양희종 등을 끝까지 기다렸다. 그러면서도 시즌 중반 이후 상승세를 타며 6강을 위협하기도 했다.
이 감독의 사퇴는 결국 구단이 이 감독의 스타일을 받아들이지 못한 결과다. 농구관계자들은 이 감독이 지난 2년 연속 비 시즌에 대표팀서 활동하면서 외국인선수 선발에 관여하지 못하는 등 소속팀에 소홀하자 구단과 사이가 벌어졌다고 해석했다. 또한, 농구인들에 따르면 이 감독은 올 시즌 내내 성적 압박을 받았다고 한다. 이 감독은 부상당한 주전들을 절대 무리시키지 않았는데, 구단은 오세근의 복귀로 다시 우승권 전력을 갖췄다고 판단해 이 감독이 강공 드라이브를 걸길 바랐던 모양이다.
이는 종목을 막론하고 프로스포츠서 현장과 구단 사이에 흔히 볼 수 있는 갈등이다. 중요한 건 구단과 이 감독이 원활하게 소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구단과 현장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적극적인 소통으로 해결했다면 이 감독이 갑자기 사퇴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농구인들의 의견이다. 구단 고위층의 말 한마디에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게 프로스포츠 감독들의 현실이다.
아무리 봐도 두 시즌의 리빌딩과 인내, 그리고 우승과 4강을 일궈낸 이상범 감독이 단 한 시즌 부진으로 사퇴하는 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로써 KGC의 리빌딩은 실패로 끝날 분위기다. 이런 사태는 프로농구 전체의 발전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상범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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