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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양 강산 기자] "큰 짐을 주고 떠나서 미안하다."
지난 22일 자진사퇴한 안양 KGC인삼공사 이상범 전 감독이 이동남 감독대행에 남긴 마지막 말이다. 이 대행은 25일 안양실내체육관서 열린 서울 삼성 썬더스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감독님 사퇴 후 3일이 3년 같았다"며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수장이 떠나니 선수들의 마음도 편할 리 없었다. 몸과 마음 모두 지쳤다. 이 대행은 "선수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좋지 않았다. 지금은 그나마 조금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해서 선수들에게 "우리는 프로다. 한 명이 경기장에 와도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1쿼터에만 7개의 실책으로 자멸했다. 5-22까지 끌려가며 어려운 경기를 했다. 쿼터 막판 연속 득점으로 11-24로 추격했지만 초반 분위기는 삼성으로 넘어간 상황이었다.
무엇이 선수들을 움직였을까. 2쿼터 들어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15-28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맥키네스와 최현민의 연속 득점을 앞세워 32-30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2점을 주는 동안 무려 17점을 넣었다. 그리고 38-36으로 앞선 채 전반을 끝냈다.
3쿼터 초반 위기도 있었다. 박찬희가 수비 과정에서 삼성 김태주와 충돌했다. 안면 부위를 부딪힌 박찬희의 이마는 핏빛으로 물들었다. 선수들은 더욱 똘똘 뭉쳤다. 42-41에서 김윤태와 오세근의 연속 득점, 양희종의 3점슛을 더해 53-41까지 달아났다. 조용하던 경기장은 팬들의 함성으로 뒤덮였다.
4쿼터 들어 잠시 위기가 찾아왔다. 삼성이 이동준과 제스퍼 존슨의 득점을 앞세워 2점 차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힘을 모아 위기를 이겨냈다. 에반스가 상대 반칙으로 얻은 자유투 2개를 모두 실패해 큰 위기에 봉착하는 듯했으나 오세근이 공격리바운드에 이은 득점으로 흐름을 끊었다. 이에 힘을 얻은 에반스는 혼자 6점을 몰아넣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결국 KGC는 86-78로 승리, 2연패를 끊었다.
부딪히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코트를 누빈 선수들의 투혼이 있었기에 가능한 승리였다. "선수들과는 인연이 있으니 꼭 다시 만날 것이다"는 이 전 감독의 말에 선수들이 승리로 보답했다. 이 대행 체제에서 올린 첫 승과 동시에 이 전 감독에게 바친 너무나 값진 1승이었다.
[안양 KGC인삼공사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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