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메이저리그. 꿈을 향해 던진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한국인은 적지 않다. 류현진(LA 다저스), 추신수(텍사스)처럼 확고부동한 자신의 자리가 있는 스타도 있고, 이학주(탬파베이), 최지만(시애틀)처럼 마이너리그 경력을 쌓아 메이저리거를 노리는 샛별들도 있다. 그리고 한국프로야구 출신 풀타임 메이저리거를 꿈꾸는 선수도 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의 맛을 본 임창용(시카고 컵스), 류현진에 이어 국내야구 출신 메이저리그 직행 2호 윤석민(볼티모어)이다.
임창용은 해태, 삼성을 거쳐 일본 야쿠르트서 뛰며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선발과 마무리 모두 최고라는 소리를 들었던 베테랑이다. 윤석민은 KIA 프렌차이즈 스타로서 류현진에 이어 토종에이스 넘버2로 불렸다. 그런 두 사람이 2014년 3월. 메이저리그라는 거대한 벽에 나란히 도전한다. 두 사람에 놓인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는 점도 같다. 교집합이 많다.
▲ 힘겨운 생존경쟁, 불리한 여건
임창용과 윤석민 모두 소속팀의 메이저리그 개막 25인 엔트리에 드는 게 목표다. 그러나 결코 환경이 좋지 않다. 임창용은 지난해 2년 500만달러짜리 계약을 맺었으나 논텐더 방출 이후 올해 1년짜리 계약을 새롭게 체결했다. 임창용은 현재 메이저리그 40인 엔트리에 들어있지 않다. 초청선수 신분으로 시범경기를 치르고 있다. 마이너리거다.
컵스는 젊은 선수들 위주로 리빌딩을 시도하는 팀이다. 비슷한 성적, 컨디션이라면 임창용보단 젊은 투수를 쓰는 환경이다. 임창용은 스프링캠프서 수 많은 젊은 투수들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최근 시카고 컵스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애리조나 메사에는 비가 자주 내려 투수들의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은 듯하다. 임창용도 예정된 등판이 비로 몇 차례나 취소됐다. 다른 투수들도 같은 환경이지만, 구단에선 일단 임창용의 등판 스케줄을 우선적으로 미루고 있다. 일단 젊은 투수들 관리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3월 1달간 많은 걸 보여줘야 메이저리그 진입을 노릴 수 있는 임창용으로선 좋은 상황이 아니다.
윤석민은 임창용과는 달리 정식 메이저리거다. 3년 575만달러의 보장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함정이 있다. 윤석민은 올해 마이너리그 옵션 거부권이 없다. 2015년과 2016년에만 있다. 마이너리그 옵션은 구단이 메이저리거에게 3년간 최대 세 차례 마이너리그행을 지시할 수 있는 제도다. 주로 25인 로스터와 40인 로스터 사이에 걸쳐있는 선수가 대상으로 지목되는데, 윤석민이 딱 이런 신분이다. 구단이 마이너리그 옵션을 사용하지 않으면 그 선수를 웨이버 공시해야 한다. 물론 메이저리거 초년병들이라도 계약규모가 큰 선수는 대부분 매년 거부권을 갖고 있다.
볼티모어는 윤석민이 시범경기서 인상적인 모습을 남기지 못할 경우 마이너리그로 보낼 수도 있다. 일단 볼티모어 언론들은 벅 쇼월터 감독이 윤석민을 선발체질로 분류하면 마이너리그로 보내 선발 로테이션 소화를 지시할 수 있다고 본다. 불펜 투입이 가능하다고 보면 메이저리그 진입을 위해 치열한 경합을 뚫어야 한다.
볼티모어는 크리스 틸먼, 우발도 히메네스, 미겔 곤잘레스, 첸 웨인이 확실한 1~4선발이다. 5선발은 버드 노리스가 앞서 있고 수 많은 유망주가 있다. 게다가 볼티모어는 최근 요한 산타나와 마이너 계약을 맺었다. 비록 마이너 계약이지만, 산타나가 선발진에 들어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당연히 윤석민에겐 악재다. 더구나 윤석민은 아직 비자 발급이 완료되지 않아 시범경기서 쇼월터 감독에게 실전피칭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비자발급을 위한 출국도 5일에서 10일로 연기됐다. 냉정하게 보면, 윤석민이 메이저리그 풀타임 선발로 자리매김하는 게 그리 쉽지 않은 상황이다.
▲ 그래도 의미있는 도전
한 투수 출신 야구인은 “임창용과 윤석민이 올 시즌 원하는 바를 100% 이룰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순 없다”라고 했다. 그러나 “그래도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두 사람의 메이저리그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라고 했다. 두 사람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확실히 이학주, 최지만 등과 다르다. 어린 시절부터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마이너리거들과는 달리 한국 혹은 일본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았던 선수들이기에 메이저리그 도전의 의미가 남다르다. 한국야구의 위상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임창용과 윤석민은 한국에선 최고의 대접을 받고 뛸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고생을 사서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꿈은 풀타임 메이저리거다. 꿈을 향해 나아가면서 국내에서 활동하는 프로 선수들에게 또 다른 희망이다. 지난해 몇몇 국내야구 선수들은 “창용이 형이 적지 않은 나이에 부상을 딛고 도전하는 게 정말 대단하다”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윤석민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미리 눈치 챈 몇몇 선수들도 “어떻게 될진 알 수 없지만, 할 수 있을 때까진 해보라고 응원하고 싶다”라고 말했었다.
미국의 시선에서, 한국은 여전히 일본보다 한 수 아래다. 결국 더 많은 선수가 메이저리그서 성공하는 사례가 나와야 한국야구에 대한 이미지, 시선이 더 좋아질 수 있다. 미국에서 바라보는 한국야구에 대한 이미지가 더 좋아져야 국내에 있는 수 많은 선수들도 미국 도전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 그래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해외, 특히 메이저리그서 성공하는 선수가 많아져야 그 선수가 훗날 한국야구에 선수, 지도자, 행정가로서 새로운 기술,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다.
임창용과 윤석민의 메이저리그 도전. 오로지 개인의 명예만 걸린 문제가 아니다. 한국야구의 위상과 역사가 걸린 도전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정직한 경쟁, 후회없는 일전을 준비 중이다. 아무리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해도 실패를 두려워하면 성공도 이룰 수 없다. 한국과 일본에서 최고였던 두 사람의 메이저리그 도전에 박수를 보내도 되는 이유다.
[임창용(위), 윤석민(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루크 코바코 기자 트위터 캡처]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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