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감독이 된 뒤 김동주와 가장 먼저 면담을 했습니다.”
송일수 감독 체제로 새출발한 두산. 8일 넥센과의 시범경기에 나선 두산엔 역시 그가 없었다. 김동주. 두산의 프렌차이즈 스타이자 정신적 지주다. 그러나 최근 1~2년간 부상과 부진에 시달려 주요 전력에서 제외됐다. 지난 2년간 1군에 단 94경기 출전에 그쳤다. 급기야 지난 시즌엔 28경기서 타율 0.256 1홈런 9타점에 그쳤다. 김동주에겐 최악의 시즌이었다. 지난해 두산 주전 3루수는 이원석이었다.
두산 야수진의 깊이는 역시 9개구단 최상위권이다.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 임재철이 빠져나갔지만, 공백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김동주의 텃밭이었던 3루에는 이원석은 물론이고 허경민의 기용도 가능하다. 김동주가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후배들과의 주전경쟁서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은 없는 상황이다. 송일수 감독은 8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경쟁에서 이기면 1군에서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 당분간 1군에서 볼 수 없는 김동주
송 감독은 지난해 두산 2군감독이었다. 지난 1년간 김진욱 전 감독보다 김동주를 더 가까이서 본 지도자다. 때문에 김동주의 정확한 몸 상태를 알고 있다. 전성기에 비해 김동주의 파괴력이 얼마나 떨어져있는지 안다는 의미다. 송 감독은 지난해 12월 부임하자마자 김동주와 면담을 했다. 그 자리에서 송 감독은 김동주에게 “내년 2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하라”고 지시했다.
김동주는 두산의 대만 가오슝 2군 캠프에 합류했다. 황병일 2군 감독의 지도 속에서 구슬땀을 흘렸다는 후문이다. 송 감독은 김동주를 끝내 1군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 부르지 않았다. 2군에서 계속 김동주의 몸 상태를 체크했지만, 아직 전성기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데다 기존 주전들을 뛰어넘을 정도가 아니라는 의미다.
송 감독은 “김동주의 몸 상태를 계속 체크하고 있다. 일단 당분간은 1군에 부르기 어려울 것 같다. 기존 1군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김동주의 합류를 고려할 수 있다”라고 했다. 결국 김동주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주요 전력에선 제외됐다는 의미다. 송 감독은 지난해 베테랑들의 대거 이탈로 야수진 세대교체에 마침표를 찍고 싶어하는 눈치다. “베테랑들 공백은 걱정 없다. 야수진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 그래도 김동주를 놓지 않았다
송 감독의 올 시즌 구상에 일단 김동주가 없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완전히 지워졌다고 보는 것도 무리가 있다. 송 감독은 “당분간 김동주를 1군에 부를 생각은 없지만, 2군에 가서 직접 상태를 파악할 것이다”라고 했다. 송 감독이 여전히 김동주를 놓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어 “상태가 괜찮다는 보고를 받으면 1군에 올릴 수도 있다. 김동주는 2군에서 준비를 잘 하고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이유가 있다. 두산 공격력은 리그 상위권이다. 그러나 장타력은 썩 만족스럽진 않다. 2009년과 2010년 정점을 찍었던 두산 장타력은 이후 조금씩 하향세다. 원래 거포가 많지 않았고 잠실을 홈으로 쓰는 터라 홈런타자가 절실하진 않았다. 송 감독도 “잠실을 홈으로 쓰는 만큼 홈런보다는 단타 위주의 타격을 해야 한다”라고 수 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거포가 필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메이저리그서 이름을 드높였던 호르헤 칸투가 입단했다. 4번 붙박이로서 장타를 생산해야 할 적임자다. 하지만, 리그 적응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토종 거포는 반드시 필요하다. 최준석이 롯데로, 윤석민이 넥센으로 이적하면서 두산 라인업에 큰 것 한방을 쳐줄 타자는 많지 않다. 홍성흔, 오재일, 양의지 정도가 중, 장거리 타격을 할 수 있다.
결국 두산으로선 김동주를 이대로 2군에만 둘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수 많은 고비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일발장타력에 카리스마가 있고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김동주의 존재는 두산에 반드시 필요하다. 송 감독도 당장 김동주를 쓸 상황이 아니라고 했지만, 완전한 1군 전력 배제라는 뉘앙스의 말은 하지 않았다. 한국나이 39세. 김동주로선 부활할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두산도 그가 필요한 시기가 찾아올 수 있다. 송 감독과 김동주는 여전히 서로를 놓지 않았다.
[송일수 감독(위), 김동주(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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