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시범경기가 시작됐다.
예상대로다. 야구 팬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얻고 있다. 겨우내 야구에 목말랐던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팀과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야구장으로 향했다. 특히 야구 골수 팬들은 아침 일찍 경기장 출입구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야구장 입장권의 온라인 예매가 생활화되면서 이런 모습은 자취를 감췄는데, 시범경기가 무료라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눈치싸움이 치열했던 모양이다. 실제로 기자는 8일 목동경기를 취재했는데, 경기장 입장이 시작되자마자 일부 팬들은 중앙 테이블석에 앉기 위해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기자는 9일 프로농구 취재를 위해 창원에 내려갔다. 이날 창원에선 창원 LG의 정규시즌 우승이 걸린 매우 중요한 경기가 있었다. 원래 창원은 전통적으로 농구도시로 유명하다. 이날 창원체육관에는 무려 8734명이 입장했다. 그런데 창원마산야구장에 다녀왔다는 모 기자는 “야구장에도 사람이 바글바글하더라”며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농구장에 많은 관중을 빼앗기고도 NC의 인기가 끄떡없다는 의미였다. 실제 이날 마산구장에도 관중이 많았다.
▲ 시범경기 유료화의 딜레마
KBO는 이처럼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시범경기에 왜 무료 입장을 실시할까. 유료 입장을 실시하면 수익이 생긴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의 경우 시범경기도 입장료를 받는다. 예전부터 야구관계자들은 “시범경기서 꼭 돈을 벌기보다는 야구발전기금 명목으로 1000원씩만 받으면 될 것 같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KBO는 시범경기 유료입장을 망설인다. 시범경기는 팬들에게 서비스한다는 개념이 강하기 때문이다. 비록 1000원~2000원 정도가 부담이 없다고 해도 무료입장과는 느낌이 다르다. 더구나 시범경기는 평일에도 낮에 치러지기 때문에 관중동원 자체에 한계가 있다. 일각에선 “그렇게 얼마 걷어봤자 큰 도움이 될 게 없다”라며 유료화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한다.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시범경기서 돈을 걷게 되면 그만큼의 인력 투입이 불가피하다. 아르바이트생, 경호원들 동원은 결국 구단의 지출로 이어진다. 소정의 입장료 수익보다 규모가 더 클 수도 있다. 구단이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의미다. 다수의 관중 동원이 가능한 야간경기를 치를 경우 수익을 낼 수는 있지만, 국내의 3월 밤 기온은 야구를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사실 3월 꽃샘추위 때문에 낮에도 야구를 하기 쉽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 입장료 자율화는 어떨까
또 다른 야구인은 “국내 시범경기 유료화가 쉽지 않다는 걸 안다”라면서도 “그래도 프로는 돈이다. 더 이상 시범경기가 ‘공짜’라는 이미지를 심어줘선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 야구인은 “구단이 최소한의 인력을 투입해 입장료 자율화를 실시하면 어떨까”라고 아이디어를 냈다. 입장료 자율화는 말 그대로 관중의 ‘양심’에 맡기는 것이다. 유료화 자체에 거부감이 있는 관중은 무료로 입장하고, 시범경기를 의미 있는 상품 가치로 여기는 관중은 성의껏 소정의 금액을 내달라는 것이다. 팬들은 팬들대로 감정이 상하지 않을 수 있고, 구단과 KBO도 나름대로 야구발전을 위해 좋은 일을 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아무래도 많은 돈을 걷기 힘들다. 그래도 구단과 KBO는 수익보다는 시범경기서 걷은 돈으로 야구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을 맡을 수 있다. 지금처럼 일괄적으로 시범경기 무료화를 하는 것보다는 훨씬 의미가 있다. 단, 이럴 경우 구단들은 책임감을 갖고 시범경기에 임해야 한다. 적은 돈이라도 지출한 관중을 만족시키는 의무를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 좀 더 질 좋은 서비스를 위해
시범경기도 이제는 허투루 치를 수 없다. 야구 팬들의 관심이 워낙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주말에 치러진 시범경기 개막 2연전의 소요시간은 그리 짧지 않았다. 예전엔 시범경기 시간이 3시간을 훌쩍 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은 선수들이 신중하게 경기에 임한다. 경기 시간이 늘어나는 추세다. 어떻게 보면 바람직한 변화다.
시범경기는 승, 패가 중요하지 않다. 많은 선수를 점검하고, 상대의 전력을 파악하는 게 주 목적이다. 그러나 이젠 경기력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팬들의 만족감을 채워주기 위해선 시범경기라고 해도 너무 무기력한 경기를 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주전들을 무리하게 활용하라는 건 아니다. 그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달라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대전구장이 눈에 띈다. 대전구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업그레이드 됐다. 백네트 뒤에 관중석을 새롭게 설치했고, 덕아웃과 불펜을 리모델링 했다. 팬들이 좀 더 관람하기 좋은 환경, 선수들이 좀더 좋은 경기력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다른 구장들은 정규시즌 개막에 맞춰 새단장을 마칠 것으로 보이는데, 그만큼 한화의 발 빠른 준비가 돋보였다. 사실 수도권에 거주하는 팬들은 잠실, 문학에서 진행되는 시범경기가 적게 배정된 걸 못내 아쉬워한다. 구단과 지자체가 좀 더 빠르게 구장을 정비해 시범경기부터 첫 선을 보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이다.
프로야구 태동이 올해로 33년째다. 사람으로 치면 부모의 품을 벗어나 일가를 이룰 나이다. 이제는 정규시즌뿐 아니라 시범경기도 좀 더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 다행히 점점 좋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게 고무적이다. 야구계는 이런 상황에서 안주하기보다는 변화를 꾀해야 한다. KBO, 구단들은 물론이고 야구 팬들도 협조해야 한다.
[넥센-두산 시범경기 장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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