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우리 외야수들 요즘 잠도 제대로 못 잘거야."
한화 이글스 김응용 감독의 말 한마디에도 외야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피부로 와닿을 정도다. 경쟁률을 따질 것도 없다. 한마디로 '바늘구멍 뚫기'라고 보면 된다.
한화 주전 외야수로 확실히 자리를 굳힌 이는 외국인 타자 펠릭스 피에가 유일하다. 전지훈련 도중 손가락 부상을 당한 피에는 점차 컨디션을 회복하고 있다. 본인도 "경기에 뛸 수 있는 몸은 됐다"고 말했다. FA를 통해 유니폼을 갈아입은 이용규는 어깨 수술 후 재활에 몰두하고 있다.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해까지 주전 좌익수 최진행도 무릎 수술 후 회복 단계다. 시즌 초반은 지명타자로 나서야 한다.
그렇다면 '캡틴' 고동진과 정현석, 김경언, 추승우, 이양기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모두 외야 경험은 풍부하다. 김 감독이 "우리 외야수들은 잠도 제대로 못 잘거다"며 "이용규까지 돌아오면 8명은 된다. 경쟁해야 한다"며 껄껄 웃을 만하다.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외야수 2명을 보강했다. 피에와 이용규다. 그러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지난해와는 급이 다른 행복한 고민이다. 당장은 주전 우익수로 낙점된 피에를 제외한 두 자리를 놓고 다툼이 치열할 전망. 김 감독은 "시범경기를 통해 옥석을 가리겠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경기에 임하는 한화 외야수들의 눈빛부터 다르다.
지난 8~9일 양일간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시범경기에는 고동진과 정현석, 추승우, 이양기, 김경언이 번갈아 나섰다. 정현석이 가장 눈에 띄었다. 이틀간 홈런 포함 7타수 4안타로 좋은 타격감을 선보였고, 수비에서는 2차례 다이빙 캐치와 보살까지 해냈다. 공수 양면에서 깔끔한 활약을 선보였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정)현석이도 외야 경쟁 때문에 속이 탈 것이다. 그만큼 절실하게 한다"고 말했다.
한화는 지난 시즌 초반 불안한 외야 수비로 애를 먹었다. 대전구장 외야가 넓어진 건 둘째치고 나와서는 안 될 실책들이 부지기수로 나왔다. 확실한 자원이 없었다. 무릎 수술을 받은 고동진도 5월에야 팀에 합류했다. 개막 13연패에 빠진 결정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와 차원이 다른 경쟁을 통해 최강 외야진 구축을 꿈꾸고 있는 한화다. 김 감독의 말대로 이용규까지 돌아온다면 외야 진입은 그야말로 바늘구멍 뚫기처럼 어려워진다. 지난해 막판 가능성을 보여준 2년차 장운호까지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외야 진입을 위한 선의의 경쟁이 한화의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김 감독의 행복한 고민이 올 시즌 내내 계속될지 한번 지켜보는 것도 흥밋거리임이 틀림없다.
[펠릭스 피에, 이용규, 최진행, 정현석, 이양기, 김경언, 추승우, 고동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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