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대단한 승부였다.
12일 인천에서 열린 전자랜드와 KT의 6강 플레이오프 1차전. 초접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은 됐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정규시즌과는 다른 단기전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결국 KT가 적지에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KT는 많은 걸 얻었다. 하지만, 전자랜드도 손해만 본 승부는 아니었다.
5전3선승제의 단기전. 단기전이면서도 장기전의 성격도 갖고 있다. 시리즈를 치르면서 전략의 수정 및 보완, 맞대응 등이 번갈아 이뤄지게 된다. 자연스럽게 시리즈 전체 흐름이 몇 차례 요동칠 수 있다. 그 흐름을 끌어가는 팀이 주도권을 잡는 것이다. 1차전을 승리로 이끈 KT 전창진 감독이 “5차전까지 간다고 본다”라고 한 건 의미가 있다. 단순하게 끝날 승부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 KT가 얻은 것과 잃은 것
눈에 보이는 것. 적지에서 선승한 사실이다. 두 팀의 전력 차이는 매우 미세하다. 당연히 첫 판을 잡는 팀이 심리적인 안정감을 갖고 시리즈를 시작할 수 있다. 역대 6강 플레이오프서 단 2차례를 제외하곤 1차전 승리팀이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KT는 그 높은 확률을 점령했다. 그리고 적지에서 주도권을 잡았다.
전태풍과 후안 파틸로의 파괴력이 살아난 것도 얻은 것이다. 전 감독은 두 사람에게 수비 신경 쓰지 말고 공격에만 집중하라고 주문한다. KT는 허슬플레이에 능하고 이타적인 플레이어가 많다. 그들을 총동원하면 전태풍과 파틸로가 공격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두 사람은 전반전서는 전 감독의 주문을 완벽하게 이행했다. 두 사람의 화려한 테크닉을 앞세운 창의적인 공격에 전자랜드의 견고한 수비조직력이 무너졌다. 전자랜드는 경험 부족이란 약점을 드러냈다. KT의 의도대로 주도권을 쥐고 흔들었다. 김우람을 발견한 것 또한 수확.
잃은 것도 있다. 전태풍과 파틸로의 활약은 전반전에 국한됐다. 두 사람의 파괴력은 후반 들어 급격히 떨어졌다. 전자랜드가 전열을 정비한 후반전. 두 사람의 공격 위력이 전자랜드의 약속된 마크에 둔화됐다. 또한, KT 수비수들이 포웰과 정영삼을 옳게 막지 못하면서 전태풍에게 수비 부담이 가중됐다. 공수 모두에 에너지를 많이 쏟은 전태풍의 체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전태풍이 휘젓지 못하자 파틸로의 활동반경도 좁아졌다. 전태풍이 전자랜드의 약속되고 세밀한 마크를 뛰어넘는 창의력을 발휘해야 한다. 결국 상대의 변칙수비에 대응하려면 볼 처리를 빠르게 해서 찬스를 열어야 한다.
▲ 전자랜드가 얻은 것과 잃은 것
접전 예상 속에서도 전자랜드의 근소한 우세가 점쳐진 이유. 외곽의 끈끈하고 조직적인 수비, 적극적인 리바운드 가담, 이타적인 마인드로 똘똘 뭉친 도움수비와 스크린 플레이. 전자랜드는 이런 부분에서 KT보다 2% 뛰어난 것으로 보여졌다. 그러나 1차전서는 꼭 그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경기 막판 KT의 리바운드 집중력이 대단했다. 전자랜드는 확실히 경험 많은 선수가 없다. KT의 경기초반 파상공세에 주춤한 나머지 약속된 플레이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당황한 상황에서 기존의 약점이 상쇄된 것. 전태풍과 파틸로에게 끌려 다닌 이유다. 전자랜드로선 전태풍과 파틸로의 기를 살려준 게 기분 나쁜 부분이다.
전자랜드는 홈 1차전을 내주면서 상황이 꼬였다. 14일 2차전을 반드시 잡은 뒤 적지 부산에서 열리는 3~4차전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부담을 안았다. 또한, 전자랜드는 조성민을 나름대로 잘 막았다. 그러나 조성민은 집중견제를 뚫고 경기 막판 클러치 샷을 꽂아 넣었다. 전자랜드로선 이런 조성민이 여전히 심리적으로 부담스럽다. 포웰에게 의존하는 모습도 여전했다. 하루아침에 고쳐질 성질의 것은 아니다. 전자랜드로선 KT가 정규시즌과는 다르게 한 단계 성장했다는 게 부담스럽다.
전자랜드도 얻은 게 있다. 전태풍과 파틸로는 역시 40분 내내 꾸준하게 활약하는 타입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 두 사람에 비해 포웰의 개인기와 해결사 역량이 좀 더 확실하게 검증됐다는 게 확인됐다. 또한, 1차전 홈 경기를 내주면서 좀 더 강력한 정신무장과 동기부여의 필요성을 느꼈다. 전자랜드 입장에선 1차전을 내줬지만 아직 만회할 기회는 충분하다. 1차전 패배가 약이 될 수도 있다.
▲ 2차전 대응책
KT는 공격력을 보완할 것이다. 전 감독도 아이라 클락에 대한 옵션을 강화할 뜻을 보였다. KT의 시스템상 여전히 메인 외국인선수는 클락이다. 파틸로가 각성하면 KT 입장에선 다행이지만, 한편으로 클락으로선 풀이 죽을 수밖에 없다. 클락의 사기를 살리고, 공격력을 활용해야 한다. 전자랜드 역시 클락을 막기 위한 움직임이 미리 정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전자랜드는 역시 수비다. 기본적인 외곽 로테이션 수비부터 KT 주요선수들에 대한 맞춤형 수비까지 점검해봐야 한다. KT는 예상보다 강력했다. 전태풍과 파틸로에게 점수를 줄 만큼 준다면, 국내 선수들 수비가 키 포인트다. 전자랜드는 결국 조성민과 김우람의 외곽포 한 방에 무너졌다. 리바운드에 대한 대비책 역시 마찬가지다. 좀 더 강력한 적극성과 의지를 다지고 나올 수밖에 없다.
2차전은 매우 중요하다. 이 시리즈가 장기전으로 갈 것인지, 의외로 단기전으로 마무리 될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경기다. 전창진 감독과 유도훈 감독의 벤치 싸움이 불꽃 튈 전망이다. 두 감독은 1차전서 서로의 약한 고리를 확인했다.
[KT-전자랜드 6강 플레이오프 1차전 장면. 사진 = 인천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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