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SK가 웃었다. 오리온스는 아킬레스건이 드러났다.
SK와 오리온스의 6강 플레이오프 1차전. 전자랜드와 KT의 6강 플레이오프와는 달리 예상했던 결과가 나왔다. SK가 유리할 것이란 예상이 들어맞았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반전이 있다. 1가드 4포워드 시스템의 충돌. 승부는 다른 변수로 갈렸다. 주희정. 1차전을 지배한 해결사였다. SK는 장신포워드들의 활용도를 살짝 낮추면서 주희정과 김선형을 동시에 투입해 오리온스의 약점을 정확하게 공략했다.
하지만, 승부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6강 플레이오프는 먼저 3경기를 이겨야 4강 플레이오프로 향할 수 있다. 오리온스도 주희정 변수를 계산하지 않았을 리 없다. 대응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 또한, SK는 오리온스의 대응책에 재반격할 수 있다. 15일 2차전. 이 시리즈가 장기전으로 가느냐, 조기에 끝나느냐가 걸린 한 판이다.
▲ 주희정 카드의 파괴력
주희정 카드가 왜 파괴력이 높은 것일까. 오리온스 가드진엔 없는 노련미가 주희정에겐 있기 때문이다. 우선 경기내용을 살펴보자. 사실 경기 초반 이현민의 기세가 강렬했다. 연이어 속공을 이끌었고 김선형과의 매치업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그러자 문경은 감독이 주희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주희정은 2쿼터에만 11점을 몰아치며 승부를 지배했다.
문 감독은 주희정과 김선형을 동시에 기용했다. 대신 포워드 1명을 뺐다. 사실 도박이다. 오리온스가 그대로 4인 포워드 체제를 가동하면 미스매치가 된다. 하지만, 주희정의 노련미가 그런 약점을 상쇄했다. 주희정은 김선형과 유기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SK의 공격 흐름 자체가 안정화됐다. 수비에서도 이현민을 강력하게 압박했다. 오리온스 공격 흐름이 둔화됐다. 주희정은 3-2 지역방어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그는 확실히 경기 흐름을 SK로 돌리는 임팩트가 있었다. 단기전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 오리온스의 대응책
주희정은 후반전서는 존재감이 아주 빼어나진 않았다. 그러나 전반 막판의 미친 존재감만으로도 충분했다. 확실히 SK는 가드진에서 오리온스에 우위다. 김선형과 주희정의 투 가드 시스템은 SK의 속공 농구 위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반면 오리온스는 이현민이 주춤할 때 대체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 한호빈이 있지만, 승부처에서 효과적인 활약을 펼칠 정도의 노련미를 기대하긴 어렵다.
때문에 오리온스로선 주희정 카드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주희정은 노장이다. 전성기에 비해 체력이 약하다. 오래 뛸 순 없다. 문 감독은 주희정을 위기의 순간에만 기용할 것이다. 오리온스는 이때 버텨낼 수 있는 약속된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 결국 이현민이 냉정함을 유지하고 한호빈이 최대한 도와줘야 한다. 오리온스 가드진으로선 주희정이 등장했을 때 최대한 버텨낸 뒤 정상적으로 포워드 농구를 펼치면 된다.
▲ SK의 재반격과 오리온스의 임기응변
중요한 점 하나. 주희정 카드가 막혀도 SK로선 다른 카드가 있다. 문경은 감독은 정규시즌 3위가 확정된 뒤 “심스를 활용하는 옵션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 전술은 오리온스가 리온 윌리엄스를 투입해야 극대화된다. 심스가 윌리엄스보다 신장이 높고 득점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윌리엄스는 시즌 막판 존재감이 빼어나지 않았다. 추일승 감독도 이미 팀 중심을 앤서니 리처드슨으로 바꿨다. 때문에 SK도 1차전서 결국 헤인즈 카드로 승리를 굳혔다. 하지만, 심스 카드도 언제든 대기 중이다. 주희정 카드와 함께 흐름을 지배할 수 있는 무기다.
SK는 박승리의 수비력도 든든한 카드다. 경기초반 파울 3개를 범한 박승리는 경기 막판 파울을 아끼면서 리처드슨을 효과적으로 막았다. 헤인즈와 김선형의 공격력이 원활하게 이뤄진 SK였지만, 1차전 승리에 알짜 역할을 한 선수가 박승리였다. 리처드슨에게서 파생되는 플레이를 펼치는 오리온스로선 박승리의 강력한 마크에 공격력 자체가 둔화됐다. SK는 2~3차전서 컨디션이 좋은 오리온스 포워드들에게 언제든 박승리를 붙일 수 있다.
오리온스는 1차전 초반 김동욱이 무릎을 다쳤다. 김동욱은 볼 없는 움직임과 어시스트 능력, 1대1 수비력과 공격력을 두루 갖춘 팔방미인이다. 기복이 관건이지만, 오리온스로선 든든한 카드다. 오리온스 시스템이 리처드슨 중심으로 바뀌면서 상승세를 탄 건 사실이다. 그러나 높은 의존도에 따른 부작용도 있었다. 1차전서 리처드슨이 수비력이 좋은 박승리에게 막히자 승부처에서 무너진 게 대표적인 예다. 이때 김동욱이 자신의 재주를 발휘하면 오리온스도 충분히 대등한 승부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김동욱의 부상으로 추 감독의 고민이 깊어졌다. 오리온스는 김동욱의 컨디션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1차전의 결론. 확실히 SK는 이길 수 있는 카드가 많다. 오리온스는 상대적으로 카드가 부족하다. 2~3차전서도 리처드슨과 허일영, 최진수 등의 외곽포가 터지지 않으면 승부가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오리온스는 김동욱만큼 수비력이 좋고 볼 없는 움직임에 능한 김도수가 추 감독이 구사하는 전술의 전면에 나설 수도 있다. 두 팀의 2~3차전은 결국 오리온스의 임기응변능력이 관건이다.
[주희정과 김선형(위, 아래), 허일영과 박승리(아래). 사진 = 잠실학생체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