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농구, 배구는 어떻게 훈련하는지 좀 보라니까.”
삼성 류중일 감독이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류 감독은 13일 LG와의 대구 시범경기가 우천취소 되자 “농구, 배구는 어떻게 훈련하는지 좀 보라고 했다”라고 입을 열었다. 류 감독은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야구 선수들이 하는 훈련의 틀을 깨야 한다고 했다. 류 감독은 “삼성은 올해도 정상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모자라는 부분이 있다. 선수들을 잘 관리해야 한다”라고 했다.
삼성은 올 시즌 오승환과 배영섭의 이탈로 지난해보다 전력이 약해졌다. J.D. 마틴, 권오준, 신용운 등 부상자들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삼성의 선수 관리 시스템은 여전히 9개구단 최고다. 올해는 B.B 아크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3군의 시스템화를 선언했다. 류 감독은 여기서 멈춰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선수들의 원활한 관리를 위해 끊임없는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했다.
▲ 농구·배구 선수들 훈련 좀 보자
류 감독은 대뜸 “권오원 트레이닝 코치에게 농구단에 좀 연락해서 알아보라고 했다”라고 했다. 이유가 뭘까. 류 감독은 “야구보다 농구 선수들이 더 격렬하게 움직인다. 그런데 햄스트링 부상이 없다”라고 했다. 류 감독은 유독 야구 선수들이 햄스트링 부상이 잦다고 지적했다. KIA 이범호, LG 이진영 등 꼭 햄스트링 부상을 고질적으로 달고 사는 선수가 있다. 당연히 해당 팀들로선 악재다.
야구선수들은 주루를 하면서 순간적으로 다리 근육에 부하를 크게 걸어야 할 상황이 생긴다. 2루와 3루, 홈을 돌면서 급격하게 방향을 전환하곤 한다. 그런데 농구선수들은 야구선수들 이상으로 많은 방향전환을 한다. 실제로 농구는 사이드스텝, 백스텝이 수비의 기본이다. 단순히 앞으로만 잘 뛰면 경기에 나설 수 없다. 류 감독은 “농구선수들은 뒷걸음질을 그렇게 많이 하는데도 햄스트링 부상이 많지 않다”라고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류 감독은 “배구 리베로 훈련도 인상적이었다. 순발력을 키우기엔 적당하다”라고 했다. 류 감독은 한양대를 졸업했다. 한양대는 배구 명문이다. 류 감독은 대학 시절 호기롭게 배구 훈련을 받아본 적이 있었다고 했다. “겉보기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막상 배구 선수들의 강력한 스파이크가 얼굴로 날아오니 겁이 나서 피했다”라고 웃었다. 그만큼 두려움을 딛고 공을 따라가면 순발력과 체력 단련에 그만이라는 설명이다. 야구 역시 공에 대한 두려움을 딛고 공을 잘 따라가야 수비를 잘 할 수 있다.
류 감독은 농구선수들의 훈련방법에 야구단의 훈련방법과는 뭔가 다른 게 있다고 짐작했다. 권 트레이닝 코치에게 지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류 감독은 “막상 물어보면 ‘별 다른 것 없습니다’라고 할 것이다. 그 사람들이 매일 반복하니까 별 다른 것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선 별 다른 게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다른 스포츠에서 훈련하는 방법을 참고하고 배울 필요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류 감독은 매년 괌 스프링캠프서 프로축구 팀들의 훈련을 유심히 살펴본다고 한다. 프로축구 팀들 역시 전지훈련을 위해 괌을 자주 찾는다. 야구팀들과 전지훈련 시기도 겹친다. 류 감독은 혹시 배울 게 있을까 싶어서 축구까지 봤다.
▲ 라켓볼부터 배드민턴까지
류 감독은 “나는 비 시즌이면 라켓볼을 친다”라고 했다. 라켓볼과 스쿼시 등이 야구선수들의 순발력을 키워주면서도 부상의 위험도 적다는 생각이다. 류 감독은 “스쿼시보다는 라켓볼이 야구선수들에게 잘 맞는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내가 코치할 때는 선수들에게 항상 새로운 훈련을 시키려고 노력했다. 항상 새로운 것과 기존 우리의 것을 접목하려고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박한이가 비 시즌마다 배드민턴을 친다. 프로 초창기에 비해 살이 불어나고 순발력이 떨어지자 류 감독이 조언한 것인데, 박한이가 적지 않은 효과를 봤다고 한다. 박한이가 30대 중반의 나이로 꾸준한 활약을 펼치는 건 류 감독의 조언도 한 몫 했다. 상대적으로 지루함을 덜면서도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 야구 선수들이 비 시즌에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야구 외에 다른 스포츠를 접하는 건 괜찮은 일인 듯하다.
한편, 류 감독은 만약 권오원 코치가 삼성 농구단으로부터 실제로 좋은 훈련 방법을 소개 받으면, 아예 비 시즌에 파견을 보내 배우게 할 생각도 있다. 류 감독은 “삼성이 국내에서 스포츠단을 가장 많이 갖고 있다. 예전에 비해 요즘은 감독들의 교류가 뜸하다. 할 수만 있다면 다른 스포츠단이 비 시즌에 어떻게 훈련하는지,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 무엇을 하는지 살펴보고 싶다”라고 했다. 선수들의 몸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류 감독. 몸이 재산인 프로야구 선수들, 그리고 그들을 관리하는 각 분야 코치들이 류 감독의 발언을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훈련을 지켜보는 류중일 감독(위), 삼성 훈련 장면(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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