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2시까지 던지라고 해라.”
14일 대구구장. 민방위훈련이 화두에 올랐다. 이날 KBO는 “민방위훈련이 시작하는 오후 2시부터 15분간 경기를 중단한다”라고 밝혔다. 이례적이다. 그동안 민방위훈련이 진행된다고 해서 야구가 중단된 적은 거의 없었다. 삼성 류중일 감독과 LG 김기태 감독 모두 “민방위훈련 때문에 야구가 중단된 기억이 없다. 처음인 것 같다”라고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민방위훈련은 매달 15일에 열린다. 이번달은 15일이 토요일이기 때문에 14일로 당겨졌다. 또한, 프로야구의 낮 2시경기가 그리 많지는 않다. 야구관계자들은 “2시 경기에도 민방위훈련 때문에 경기가 중단되진 않은 듯하다”라고 했다. 어쨌든 시범경기는 1시에 시작한다. 경기 중 중단이 불가피하다. 류 감독과 김 감독은 부랴부랴 선수들에게 이 사실을 전달하고 미리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 김 감독은 “제국이에게 2시까지만 던지라고 해라”고 웃었다. 이날 LG 선발투수는 류제국이다. 그런데 2시에 경기가 갑자기 중단될 경우 의도치 않게 피칭을 중단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가야 한다. 어깨가 달궈진 상황에서 갑자기 식은 뒤 다시 마운드에 오르는 건 쉽지 않다. 또한, 시범경기는 철저하게 계획된 투수들이 계획된 상황에서 스케줄대로 등판한다. 민방위훈련으로 이런 루틴이 끊기게 됐다.
김 감독은 “1시58분쯤에 이닝이 끝나면 아마 새로운 이닝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경기 도중 중단을 해야 한다면 선발투수를 그때까지만 던지게 하고 교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민방위훈련 때문에 15분간 의도적으로 휴식을 줄 순 없다는 생각이다. 류 감독과 김 감독 모두 부랴부랴 투수 등판 스케줄을 조절했다.
류 감독은 “비 때문에 갑자기 경기가 중단되는 것과 똑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KBO의 발표에 적잖게 당황한 모습. 일각에선 “외국인선수들에게 잘 설명해줘야 한다”라고 웃기도 했다.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이라 사전 설명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민방위훈련으로 인한 프로야구 시범경기 중단. 야구장에서 보기 쉽지 않은 일이 벌어지게 됐다.
[김기태 감독(왼쪽)과 류중일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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