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오랜만에 여자들로 똘똘 뭉친 감성 드라마가 관객들의 마음을 훔쳤다. 남자냄새 물씬 나는 영화도 아니고 여심을 사로잡는 핫한 남자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헉 소리 나는 멀티캐스팅으로 포장한 것도 아닌데 관객들의 마음을 제대로 붙잡았다.
영화 '우아한 거짓말'은 김희애, 고아성, 김유정, 김향기 4명의 여배우로 승부수를 띄웠다. 이들의 시너지 효과는 무서울 정도다. 성동일과 유아인도 힘을 더하긴 했지만 '우아한 거짓말'을 더 우아하게 만든 것이 이들 4명의 여배우라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덕분에 날이 갈수록 입소문을 타는 중이다. 개봉 첫날 5만명을 끌어 모았던 스코어가 점점 상승 하더니 4일째인 일요일 18만명을 넘어섰다. 주말인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3배가 넘는 눈에 띄는 흥행세다.
이런 '우아한 거짓말'은 오랜만에 남자, 자극적 소재, 거대한 제작비 등이 없이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면 흥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희망을 낳았다. 잘 만든 영화라면 틀에 박힌 흥행 공식을 따르지 않아도 관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꼭 실패하지 않기 위해 판에 박힌 영화만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했다.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기기까지 갈 길이 좀 남았지만 이런 추세라면 가뿐히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흥행 수익을 노려 볼만 하다.
또 최근 이상 현상 같이 느껴졌던 몇몇 작품의 폭발적 흥행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던 이들에게도 관객들이 웰메이드 영화를 외면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됐다. 그동안 '충분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만한' 혹은 '충분히 잘 만들어진' 영화가 관객들의 외면을 받는 반면 이해되지 않지만 폭발적 흥행세를 기록, 다른 영화인들에게 허탈감을 안긴 영화가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우아한 거짓말'은 앞으로 충무로를 이끌어갈 고아성, 김유정, 김향기 세 명의 여배우를 발견시켰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20대 여배우 기근 현상에 대한 불안감을 어느 정도 해소시킨 셈.
고아성은 '우아한 거짓말'로 발견했다고 말하기에는 어폐가 있다. 영화 '괴물'에서 임팩트 있게 눈도장을 찍었고 '설국열차'에서는 쟁쟁한 배우들과 호흡해 존재감을 과시했다. 화려한 이력을 지녔지만 그가 20대 여배우 중 충무로 캐스팅 1순위라고 말하기에는 아쉬웠던 게 사실이다. 고아성이 센 역을 잘 하는 배우, 생활 연기 보다는 독특한 연기에 더 특화된 배우처럼 여겨졌던 탓이다. 하지만 '우아한 거짓말'의 고아성은 자신이 스크린에서 선보였던 역할들 중 가장 '덜 센' 역을 맡아 캐릭터적인 면에서 완벽히 평범해졌다.
김유정과 김향기의 경우 이들이 더 이상 아역배우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웠다. 누구의 아역 혹은 나이가 어린 배우라기보다는 성인 배우와 견줘도 손색이 없을 만한 한 명의 배우로 인식된 것. 김유정의 경우 첫 악역 연기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연기로 다른 배우들과 함께 영화의 한 축을 담당했으며 김향기의 경우 섬세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감성을 쥐락펴락했다. 두 사람은 이 작품을 통해 성인 연기자가 된 몇 년 후의 모습을 기대하게끔 했다.
이 외에도 이한 감독의 연출력과 원작자인 소설가 김려령 작가도 빼 놓을 수 없는 '우아한 거짓말'의 심장 같은 인물들. 두 사람은 영화 '완득이'에서도 최상의 팀웍을 선보인 바 있다.
'우아한 거짓말'의 흥행은 이제 시작이다. 충무로의 간판스타들이 뭉치지 않았고, 자극적이고 뻔한 이야기들을 풀어내지 않았음에도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흥행 순항 중이다. '착한' 이 영화가 관객들의 더 큰 사랑을 받아 기분 좋은 흥행 기록을 세우길 기대해 본다.
[고아성, 김유정, 김향기, 영화 '우아한 거짓말' 스틸컷(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무비꼴라쥬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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