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외국인타자들. 대체로 순조로운 출발이다.
2011년 이후 3년만에 돌아온 외국인타자들. 스펙이 장난이 아니다. 더 이상 메이저리그 출신은 이슈도 아니다. 구단들은 메이저리그서 굵직한 성적을 남기고 온 선수를 앞다퉈 영입됐다. 아무래도 이들에게 기대가 컸던 게 사실. 그런데 시범경기서 뚜껑을 열어보니 출신성분, 스펙과는 무관하게 대부분 외국인타자가 착실하게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 몇몇 타자들이 각종 이유로 컨디션 회복이 더디지만, 향후 전망은 결코 나쁘지 않다.
▲ 나바로·벨, 스펙이 전부가 아니잖아요
삼성 야마이코 나바로와 LG 조쉬 벨은 스펙이 그리 뛰어난 타자는 아니다. 메이저리그 경력은 있지만, 주로 마이너리그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기록도 더욱 좋았다. 상대적으로 메이저리그 경력도 풍부하고 성적도 좋았던 SK 루크 스캇, 두산 호르헤 칸투보단 기대치도 떨어졌고 일각에선 우려를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은 시범경기서 알토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나바로는 6경기서 타율 0.316 1홈런 5타점이다. 16일 대구 롯데전서는 첫 홈런도 신고했다. 유격수 출신인 나바로는 일단 2루수를 맡는다. 수비 안정감도 좋다. 유사시 유격수, 3루수는 물론이고 외야 소화도 가능하다. 삼성으로선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카드다. LG 벨도 18일 김해 롯데전서 홈런을 치는 등 최근 2경기서 7타수 3안타로 서서히 방망이를 예열하고 있다. 벨 역시 1루와 3루가 모두 가능하다. 게다가 스위치 히터. LG 역시 삼성과 마찬가지로 외국인타자들을 활용해 팀 짜임새를 극대화할 수 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일전에 “과거 국내에서 성공한 외국인타자를 살펴보면 스펙과는 상관이 없었다. 오히려 마이너리그서 오래 뛴 선수들이 성공하려는 열망도 강하고 주위의 조언에도 귀를 잘 기울인다”라고 한 적이 있다. 결국 출신성분, 스펙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한국에서 성공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 기대치 높은 외인타자들, 착실한 시즌 준비
메이저리그서 굵직한 족적을 남겼던 외국인타자들도 착실하게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메이저리그 889경기서 135홈런을 때렸던 SK 루크 스캇은 6경기서 타율 0.200로 비교적 잠잠하다. 그러나 18일 광주 KIA전서 첫 홈런 포함 2홈런 4타점을 올리며 서서히 타격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메이저리그와 맥시칸리그서 좋은 활약을 했던 두산 호르헤 칸투도 4경기서 타율 0.300으로 나쁘지 않다. 16일 광주 KIA전과 18일 창원 NC전서 경미한 어깨 통증으로 결장했지만, 타구의 질이 남다르고 수비력도 좋다는 평가다.
스펙이 좋으면서 최근 컨디션까지 좋은 외국인타자는 역시 한화 펠릭스 피에다. 피에는 메이저리그서 425경기를 뛰었다. 올 시즌 국내에서 뛸 외국인타자들 중에선 가장 쓰임새가 높을 수도 있다. 과거 제이 데이비스를 연상케하는 5툴 플레이어이기 때문이다. 시범경기서도 5경기 타율 0.538 2홈런 3타점 1도루 등 팔방미인이다. 장타력과 클러치 능력을 갖춘 NC 에릭 테임즈 역시 8경기서 타율 0.280 3타점으로 나쁘지 않다. 안타 7개 중 3개가 2루타였다. 스펙이 좋은 이런 외국인타자들은 단순히 숫자로 나타나는 기록뿐 아니라 착실한 시즌 준비와 적극적인 팀 적응 등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 아직은 기다릴 수 있다
넥센은 지난해 오릭스에서 뛴 비니 로티노를 영입했다. 로티노는 스펙이 화려한 편은 아니다. 아직 그는 시범경기서 안타를 신고하지 못했다. 염 감독은 잔부상으로 시범경기 출발이 늦은 로티노를 충분히 지켜볼 방침이다. 넥센 타선이 워낙 펀치력이 좋기 때문에 외국인타자에 대한 기대치를 높게 잡을 이유가 없다. 또한, 염 감독은 기본적으로 한국야구를 대하는 로티노의 자세가 만족스럽다. 결과를 떠나서 한국 적응을 순조롭게 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
KIA 브렛 필 역시 아직은 인상적이지 않다. 6경기서 타율 0.150 1타점. 선동열 감독은 아직 필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는 보류한 상태다. 과거 스펙이 좋았던 타자는 아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성실한 선수라 지켜보는 분위기. 다만, 필은 선발투수 데니스 홀튼과 마무리투수 어센시오의 투입에 따라 선발라인업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게 변수다.
외국인타자로 가장 울상인 팀은 롯데다. 루이스 히메네스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4주 진단이 내려졌기 때문. 일단 히메네스의 재활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그러나 히메네스, 필, 로티노 정도를 제외한 6명의 외국인 타자들은 한국야구 적응을 잘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무엇보다도 과거의 화려한 스펙, 화끈한 한방만을 갖춘 타자들에 대한 환상이 깨질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게 놀랍다. 외국인타자들의 활약상. 정규시즌 뚜껑을 열어봐야겠지만, 대체로 출발은 나쁘지 않다.
[나바로(위), 벨(가운데), 칸투(가운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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