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알고보니 복덩이가 될 조짐이다.
삼성 외국인타자 야마이코 나바로. 다른 외국인타자들에 비해 스펙이 살짝 떨어진다. 메이저리그 경력도 눈에 띄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던 마이너리그서도 압도적인 성적을 내지 못했다. 수준이 높아진 한국야구에서 통할 수 있을지 의문이 일었던 게 사실이다. 삼성도 원래 한 방과 기동력을 갖춘 우타 전문 외야수를 영입하려고 했다. 나바로가 1순위는 아니었다.
우여곡절 끝에 영입한 나바로. 그런데 의외로 한국야구 적응속도가 빠르다. 스프링캠프 오키나와 리그서 장타력과 함께 기동력을 과시하더니 시범경기서도 괜찮은 활약이다. 6경기서 19타수 6안타 타율 0.316 1홈런 1도루 5타점 4득점. 나바로는 16일 대구 롯데전서는 시원한 역전 스리런포를 날렸다. 상황이 점점 달라지고 있다. 삼성이 나바로 효과를 제대로 누릴지도 모를 일이다.
▲ 삼성 라인업 효율성 극대화
나바로는 투수를 위협할 정도로 큰 것 한방을 갖춘 타자는 아니다. 대신 중장거리포가 돋보인다. 또한, 나바로는 우타자다. 나바로는 삼성 시스템상 어느 타순에도 들어갈 수 있다. 삼성엔 기본적으로 좌타자가 많다. 최형우, 채태인, 이승엽, 박한이까지. 중심타선에 구색을 맞출 수 있다. 또한, 이들과 유기적인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 나바로의 주루플레이는 수준급이다. 왼손 중거리타자들, 거포들과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 또한, 토종 우타 거포 박석민과 함께 타선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출 수도 있다.
류중일 감독은 나바로의 타순을 아직까지 확실하게 정하지는 않았다. 시범경기서는 1번, 2번, 6번 등 다양한 타순에서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류 감독은 일단 톱타자로 정형식을 생각하고 있는데, 정형식이 슬럼프에 빠질 경우 나바로도 톱타자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평가를 내린 상태다. 류 감독은 전통적으로 오른손 톱타자를 선호했다. 또한, 나바로가 2번에 배치돼 정형식과 테이블세터를 이룰 경우 기존 왼손타자들과 강력한 시너지효과를 구축할 수 있다. 중심타선, 다시 말해서 3번, 5번에 들어설 수도 있고 6~7번에서 중심타자들을 받쳐줄 수도 있다.
▲ 2루수? 전천후 가능성 엿보인다
일단 류 감독은 시범경기서 나바로를 2번타순에 자주 집어넣었다. 그러나 시즌 중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나바로는 원래 미국에서 유격수로 가장 많이 뛰었다. 기본적으로는 김상수가 피로를 호소하면 유격수로 나설 수 있다. 3루 경험도 있다. 왼손 중지손가락이 고질적으로 아픈 박석민을 1루 혹은 지명타자로 돌리고 나바로가 3루로 간혹 출전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2루엔 조동찬 혹은 김태완이 나설 수 있다. 상대가 왼손투수를 내세웠을 때 오른손 타자를 집중 배치하는 전략이다.
또한, 나바로는 스프링캠프서는 외야수비 훈련도 받았다. 외야수로 출전할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전천후 요원이다. 다양한 타순은 물론이고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공격력, 혹은 수비력을 상황에 따라 극대화할 수 있다. 류 감독은 본래 정형화된 타순을 좋아한다. 그러나 올 시즌만큼은 나바로를 활용해 다양한 타순으로 경기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한 방을 갖췄으나 수비력과 기동력이 떨어지는 외국인타자보다 오히려 팀 전체적인 기여도와 효율성은 더 높을 수 있다.
▲ 이제 시작이다
물론 시범경기만을 보고 섣부른 전망을 하긴 어렵다. 나바로는 이제 고작 6경기에 나섰다.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시범경기는 타자들이 상대적으로 투수들보다 페이스가 늦게 올라온다. 그런 점에서 나바로의 활약은 삼성 입장에선 분명 고무적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투수 역시 시범경기서 다 보여주지 않는다. 한 구단 관계자는 “특히 외국인 투수들은 외국인 타자들과 미묘한 라이벌 의식이 있다. 의도적으로 (치고 좋은 볼을) 하나 주고 정규시즌서 역으로 승부할 수도 있다”라고 했다. 나바로도 결국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다.
한화 김응용 감독은 시범경기서 맹타를 휘두르는 외국인타자 펠릭스 피에를 두고 “100경기는 봐야 돼”라고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나바로 역시 마찬가지다. 시즌은 길다. 이제 시작이다. 신중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지금까지 활약만 놓고 보면 삼성이 오랜만에 외국인타자 복을 누릴 수 있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나바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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