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해결사 그 이상의 존재감이다.
우리은행 임영희. 34세의 베테랑 포워드다. 178cm에 68kg. 체격조건과 운동능력이 매우 탁월하진 않다. 그러나 지난 2012-2013시즌과 올 시즌 우리은행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단순히 주장으로서 후배들을 잘 챙기고 에이스 노릇을 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해 정규시즌, 챔피언결정전 MVP를 휩쓸며 확실히 한 단계 올라섰다. 이젠 단순한 해결사가 아니라 여자농구에서 고참이 살아가는 표본을 보여주는 느낌이다.
임영희는 올 시즌 연봉 2억5000만원으로 리그 3위다. 올 시즌 성적은 13.9점 3.7리바운드 2.6어시스트. 지난 시즌보다 수치는 살짝 떨어졌지만, 전체적인 공헌도는 매우 높다. 특히 승부처서 대단히 인상적이고 효율적인 활약을 펼친다. 26일 챔피언결정 2차전서도 마찬가지였다. 종료 5분여전부터 사실상 경기를 지배했다. 점수와 파울을 바꿀 생각으로 터프한 수비를 주고 받는 상황. 임영희는 직접 과감한 돌파와 정확한 외곽슛에 몸을 아끼지 않는 리바운드 가담으로 우리은행을 위기서 구해냈다. 팀 전체의 사기를 끌어올렸다. 결국 2경기 연속 20점 이상의 맹활약. 수치로 설명할 수 없다.
▲ 우리은행 시스템 약점 지우는 존재감
우리은행의 시스템은 강점과 약점이 확실하다. 일단 주전과 비주전의 구분이 확실하다. 가용인력이 상대적으로 적다. 조직력을 극대화한 뒤 상대를 몰아친다. 하지만, 지난 시즌 큰 경기 경험을 쌓았으나 박혜진 이승아 양지희는 여전히 큰 경기 경험이 많지 않다. 때문에 우리은행은 여전히 극한의 승부처서 와르르 무너질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는 팀이다. 이런 구조적인 약점을 외국인 해결사 티나 톰슨이 메웠던 게 사실이다.
올 시즌은 티나 없이도 정규시즌 2연패에 챔피언결정전까지 통합 2연패를 앞뒀다. 박혜진과 양지희가 비교할 수 없이 성장했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서도 두 사람은 수비와 리바운드에서 헌신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하지만, 박혜진의 경우 정규시즌에 비해 확실히 폭발력이 떨어진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큰 경기서 틀을 깨지 못하는 모습. 이런 약점을 이번 챔피언결정전서 임영희가 메워주고 있다. 지난 15년간 프로에서 뛰면서 응축했던 경험이 마침내 큰 경기서 대폭발했다. 임영희의 과감하면서도 효율적인 해결사 본능은 지난 시즌보다 올 시즌 더 뛰어나다.
임영희는 “예전엔 자유투를 던질 때 덜덜덜 떨렸다. 이젠 그런 느낌이 없다”라고 웃었다. 자신도 모르게 쌓아온 내공이 오늘날 후배들을 이끄는 힘이다. 우리은행은 2차전서 19점 앞서던 게임을 느슨한 집중력으로 내줄 위기에 처했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대범한 플레이로 팀을 구했다. 위성우 감독도 “역시 위기에서 결국 임영희가 해준다”라고 칭찬했다.
▲ 대기만성형 스타, 바람직한 마인드
임영희는 대기만성형 스타다. 처음부터 빛났던 스타가 아니었다. 신세계 시절엔 주목을 받았으나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선수는 아니었다. 그래서 국가대표 경력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2011-2012시즌부터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더니 지난 시즌과 올 시즌 위성우 감독을 만나서 뒤늦게 잠재력을 폭발했다. 임영희는 저연차 시절 고생을 많이 했다. 특히 우리은행 암흑기를 딛고 일어섰다. 이런 과정 속에서 강인한 마인드를 지닌 선수로 거듭났다.
임영희는 “농구가 넣기 게임이니 내가 득점을 많이 하는 게 돋보일 뿐이다. 지희와 혜진이, 승아가 스크린, 패스 등을 해주기 때문에 내가 득점을 할 수 있다”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기자들과의 공식적인 인터뷰라서 그런 말을 한 게 아니다. 임영희의 마인드는 항상 그렇다. 최고참이지만 후배들보다 더욱 성실한 모습으로 후배들의 귀감이 된다. 위 감독 지옥훈련을 군말 없이 소화하며 34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강철체력을 과시한다.
임영희는 현재 김정은(하나외환)과 함께 리그에서 유이하게 수비수를 달고 원핸드 점프 슛을 구사할 줄 아는 포워드다. 스피드가 탁월한 것도 아니고, 운동능력 자체도 뛰어난 편이 아니지만, 엄청난 하체 밸런스 잡기 훈련과 반복 무빙슛 훈련이 뒷받침됐다. 결국 국내에선 외국인선수들과 매치업이 되더라도 쉽게 밀려나지 않는다. 바람직한 마인드와 승부근성, 승부처서의 효율성이 결합해 현재 여자농구 최고의 포워드라를 평가를 듣는다. 연봉 2억5000만원 그 이상의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임영희는 “챔프전 MVP라는 말도 나오는데, 난 정말 그런 상에 관심이 없다”라고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흐름을 보면 임영희 외엔 챔피언결정전 MVP감이 보이지 않는다. 이 흐름 그대로 우리은행이 통합 2연패에 성공한다면 임영희의 챔피언결정전 MVP는 매우 유력하다. 임영희는 한국 여자농구 고참의 표본이다. 여전히 고참 역할이 중요한 여자농구서 임영희의 존재감은 의미가 남다르다.
[임영희.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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