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참으로 묘한 인연이다.
임창용이 삼성으로 컴백하면서 오승환과의 인연이 관심을 모은다. 역대 한국 마무리투수 계보를 논할 때 임창용과 오승환은 빠져선 안 될 거물들이다. 임창용과 오승환은 오승환이 입단한 2005년부터 임창용이 야쿠르트로 떠나기 전인 2007년까지 3년간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묘하다. 서로 함께 웃은 시즌이 그리 많지 않다. 또한, 단 3년간 함께 뛰었으나 여전히 두 사람은 친밀하다. 삼성 야구 역시 두 사람을 빼놓고는 역사를 설명할 수가 없다.
▲ 묘하게 엇갈린 명암
임창용은 국내에서 선발과 마무리로 모두 성공한 몇 안 되는 투수다. 그래도 그의 한국기록을 살펴보면 역시 전문 마무리로 성공한 시즌이 많다. 양준혁과의 트레이드로 삼성에 입단한 첫 시즌인 1999년. 38세이브를 쌓아 삼성 간판 마무리로 자리매김했다. 2000년까지 4년 연속 20세이브에 3년 연속 30세이브. 2001년~2003년 선발로 외도했던 그는 2004년 마무리로 돌아와서 다시 36세이브를 찍었다. 임창용이 한국 마무리 지존이었던 시절이었다.
임창용은 2005년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탔다. 팔꿈치 통증으로 마무리 보직을 권오준에게 내주더니 결국 시즌 아웃됐다. 임창용이 수술대에 오르면서 삼성 수호신으로 떠오른 이는 오승환이었다. 셋업맨으로 시즌을 출발한 대졸 신인은 시즌 중반 마무리 보직을 꿰찼다. 풀타임 마무리 첫 시즌인 2006년에 47세이브로 이와세 히토키의 아시아 단일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깼다. 그 사이 재활이 순탄치 않았던 임창용은 2007시즌 이후 임의탈퇴 형식으로 쓸쓸하게 삼성을 떠나 야쿠르트서 새로운 출발을 택했다.
임창용은 2008년 야쿠르트서 보란 듯이 재기했다. 헐값 계약이었으나 도전정신만으로 건너간 대한해협이었다. 오승환도 삼성에서 승승장구했다. 39세이브를 쌓았다. 3년 연속 40세이브에는 아깝게 실패했으나 임창용과 마찬가지로 3년 연속 30세이브를 찍었다. 2008년은 두 사람이 동시에 마무리로서 위용을 떨친 첫 시즌이었다. 임창용이 2008년부터 2011년(33-28-35-32세이브)까지 일본 최고 마무리로 승승장구하는 동안, 이번엔 오승환이 시련을 겪었다. 어깨 통증과 팔꿈치 수술로 2009년과 2010년 합계 23세이브만 챙겼다. 그러나 2011년 47세이브로 보란 듯이 재기하며 삼성을 5년만에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으로 이끌었다.
2011년은 2008년과 함께 두 사람이 동시에 웃었던 두번째 시즌이었다. 2012년 다시 수술대에 오른 임창용은 지난해와 올해 스프링캠프까지 메이저리그에 도전했으나 결국 쓴맛을 봤다. 그 사이 오승환은 승승장구하더니 급기야 올 시즌엔 한신과 3년 계약했다. 묘한 인연의 정점. 오승환이 한신으로 떠나자 그 자리를 임창용이 메웠다. 9년 전 임창용이 시련을 겪자 오승환이 삼성 마무리로 우뚝 선 장면이 절묘하게 떠오른다.
▲ 두 마무리 거물이 있어 행복한 삼성
삼성으로선 두 거물 마무리와 함께 야구 역사를 쓴 것이 영광스럽다. 임창용이 삼성에 입단하자 마자 30세이브 이상을 따내면서 당시 타고투저 양대리그 시대의 마운드 중심축 역할을 했다. 2004년엔 마무리로 돌아오자마자 세이브왕에 오르면서 삼성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끌었다. 임창용은 올 시즌 삼성의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의 선봉에 나선다. 오승환의 빈 자리를 임창용이 메우면서 삼성의 전력은 한층 강화됐다. 4연패 전망이 밝아진 것이다.
오승환은 삼성 지키는 야구의 마침표였다. 삼성은 오승환이 마무리로 우뚝 서면서 2005년과 2006년 통합 2연패를 달성했다. 그가 재기에 성공한 2011년엔 삼성도 5년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삼성의 통합 3연패엔 당연히 오승환의 몫이 컸다. 오승환은 FA 자격을 얻어 한신으로 떠났다. 오승환은 삼성에서 마지막 공을 던지고 싶다고 했다. 삼성이 오승환과 함께 써내려갈 야구 역사가 아직 남아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 세이브 장외경쟁 후끈
임창용과 오승환의 세이브 장외경쟁이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우선 임창용은 한국에서 168세이브, 일본에서 128세이브를 거뒀다. 한국에서 무려 6년간 자리를 비웠지만, 임창용의 한국 통산 세이브는 여전히 5위다. 1위는 277세이브의 오승환. 오승환은 당분간 한국에 없다. 불혹을 바라보는 임창용의 나이를 감안하면 109세이브 이상을 더해 한국 통산 1위가 될 가능성이 높진 않다. 어쨌든 도전은 의미 있다. 오승환도 임창용이 국내에서 자리를 비웠을 때 임창용의 세이브를 맹렬히 추격했고, 결국 뒤집었다.
그런데 오승환도 일본에서 임창용을 쫓는다. 일단 임창용의 일본 통산 128세이브를 향해 달린다. 또 하나의 장외기록이 한일통산 세이브다. 임창용의 한일통산 세이브는 296개다. 오승환이 올 시즌 한신에서 세이브를 따낼 경우 일본 세이브로는 1개부터 카운트 되지만, 한일통산 기록은 278개로 이어진다. 임창용 역시 삼성서 세이브를 따내면 한일통산 기록이 297개부터 이어진다. 오승환과는 불과 19개 차이.
아직 싱싱한 공을 뿌릴 수 있는 오승환과는 달리 선수생활의 황혼기를 향해 달리는 임창용이 결국 불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임창용의 야구 인생은 그동안 기적과 도전으로 점철됐다. 두 사람의 쫓고 쫓기는 세이브 경쟁을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는 이유다. 물론 KBO(한국야구위원회)도, NPB(일본야구기구)도 공식적으로 인정해주진 않는다. 오로지 두 사람만을 위한 장외경쟁이다.
삼성이 배출한 두 마무리 지존은 단 3년간 함께 뛰었으나 친한 관계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1월까지 괌에서 개인훈련을 함께 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는 사실은 익히 잘 알려졌다. 두 사람은 서로 고충을 토로하고 경험을 공유하며 마무리 지존에 올랐다. 임창용과 오승환의 시, 공간을 초월한 세이브 경쟁은 한국야구의 자랑스러운 유산이다.
[임창용(위, 아래), 오승환(가운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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