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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가수 이은미(47)는 소문난 대로 본연의 카리스마가 숨겨지지 않는 사람이었다. 오랜 경력을 가진 이른바 '중견가수'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태도를 따끔하게 꼬집었으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음악의 자존심을 꼿꼿하게 세웠다.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은미는 벌써 25년의 시간을 지나온 '음악가'로서 꼭 하고픈 말을 전했다. "'음악가'로서 제일 아쉬운 건 20년쯤 경력을 가진 음악가들을 퇴물 취급하는 것"이란 말이었다.
"그 가수의 음악이 얼마나 농익었을까, 얼마나 그윽할까 기대하는 게 아니라 퇴물로 전락해 버리는 느낌이다. 음악가로서 슬프다. 그런 현실이. 아마 보컬리스트는 과거보다 지금의 제가 최고의 정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목소리가 소리를 내는 악기라고 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명기는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연주자의 연습량이 묻어나야 명기가 되듯 보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제껏 인생도 이러쿵저러쿵 부딪치며 살아와서 다방면(감성적)에 표현할 수 있는 위치에 와 있다"
매번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할 때 '음악가'라고 표현하던 이은미는 또 한 가지 아쉬움을 토로했다. LP에서 카세트 테이프로, 그리고 CD에서 MP3파일로 지나오는 일련을 과정들을 겪은 이은미
는 미니앨범으로 컴백한 이유와 관련 "디지털 음원으로 전환되면서 음악가들 입장에선 굉장히 재미없다. 타이틀곡을 제외한 나머지 곡들이 다 사장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너무 빠르게 사이클이 바뀐다. 한 곡의 인기가 일주일을 넘기는 게 어렵다. 외국의 경우에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적어도 2달은 꾸준히 사랑 받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 이유에 대해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게 좋은 음악이 아니라서라기보단 우리 국민성이 아닌가 싶다. 새로워야지만 좋아하고, 그래야 본인이 '트렌드 세터'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선 한 곡 한 곡 자식같이 정성을 쏟는데 음악차트에서 한 곡 빼고 나머지를 안 들어준다면 속상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은미는 자신의 음악에 대해서만은 꼿꼿한 잣대를 들이댔다. 인터뷰 중 "저는 대중에게 친절한 음악가는 아니다"라고 몇 번이나 말했던 그는 로망을 갖고 있다는 LP 사운드를 직접 구현하기 위해 수 많은 노력을 했다고.
이은미는 "한 부스에 가창자와 연주자가 동시에 들어가서 한꺼번에 녹음을 했다. 서로 한 호흡으로 음악을 끌어가지 않으면 그 음악은 망하는 것"이라며 "그 중에 베스트를 골라서 믹싱하고 들어보면 알겠지만 녹음할 때 리버브(잔향)를 사용 안 한다. 엠프 안에서 울리는 소리를 잡아내서 아날로그 테이프 넣고, 다시 디지털화 한다. 이건 사운드에 대한 욕심 때문에 하는 거다"고 말했다. 진짜 소리를 잡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별난 습관은 숱한 스태프들을 괴롭히기도 하지만, 이은미는 그 자체의 과정이 재밌고 즐거운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이은미는 새 미니앨범 '스페로 스페레(Spero Spere)'를 발표했다. '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다'란 뜻의 라틴어로 된 '스페로 스페레'는 '마비', '가슴이 뛴다', '해피블루스', '사랑이 무섭다', '괜찮아요' 등 총 5곡으로 구성됐다.
약 2년 만에 컴백한 이은미는 오는 5월 11일 수원 공연을 시작으로 이번 앨범을 통해 팬들을 만난다.
[가수 이은미. 사진 = 네오비즈컴퍼니 제공]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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