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전주 안경남 기자] 웬만한 중고참도 주전 경쟁이 힘든 전북 현대에 신인같지 않은 신인이 떴다. 바로 지난 2일 ‘아시아 최강’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를 상대로 환상적인 어시스트를 기록한 이재성(23)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5경기가 진행된 K리그 클래식에서도 3경기에 출전하며 최강희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데뷔 첫 해에 그것도 전북에서 신인이 이처럼 많은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재능이 뛰어나단 얘기다.
울산 출신의 이재성은 축구 명문 고려대를 거쳐 올 시즌 자유선발로 전북 유니폼을 입었다. 섀도우 스트라이커를 비롯해 공격 전 지역을 소화할 수 있는 이재성은 고등학교 시절 득점왕을 차지하는 등 다재다능한 미드필더다. 지난 겨울 브라질동계훈련에서도 4골로 팀 내 가장 많은 골을 터트렸다. 이는 당시 이동국(3골)보다도 많은 득점이다. 최강희 감독은 그러한 이재성의 능력을 알아봤고 시즌 초반부터 팀의 주축 날개로 기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재성은 광저우전을 통해 최강희 감독의 눈이 틀리지 않았음이 증명했다. 이날 정혁의 퇴장으로 10명 된 전북은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이재성을 내려 4-4-1로 광저우와 맞섰다. 패색이 짙었지만 전북은 후반 31분 기막힌 골로 전세를 뒤집었다. 센터 서클 부근에서 김남일의 패스를 받은 이재성이 순간 광저우 수비 사이로 쇄도하려는 레오나르도를 포착했고, 곧바로 자로 잰 듯 한 로빙패스를 찔러줬다. 볼은 레오나르도의 발을 거쳐 광저우의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덕분에 전북은 수적 열세에도 광저우에 1-0 승리를 거두며 앞선 광저우 원정에서의 석연찮은 패배를 설욕했다.
이 드라마 같은 스토리의 중심에 바로 전북의 겁 없는 신인 이재성이 있었다. 그는 어떻게 최강희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
“시즌이 개막된 후 많은 경기에서 기회를 받고 있어요. 그건 것들을 통해 최강희 감독님이 나를 예뻐해 주신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어요. 솔직히 처음에는 주전 경쟁에서 이겨야 된다는 목표가 있었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브라질 전지훈련 때 골을 많이 넣었는데 감독님께서 좋게 봐 주신 것 같아요”
이재성은 브라질 전지훈련에서 골을 많이 넣었던 것이 최강희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동국, 김남일, 김기희, 정혁 등 고참 선배들의 조언과 도움도 전북이란 큰 팀에 적응하는데 플러스 요인이 됐다고 했다.
“(이)동국이 형과 (김)남일이 형하고 동계훈련이나 원정을 갈 때 방을 같이 써요. 나이 차가 많이 나는데도, 농담도 해주시고 친근하게 대해주세요. 특히 (이)동국이형은 광저우전을 앞두고 형만 따라다니면서 (골을) 주워 먹으라며 힘 있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런 것들이 정말 큰 힘이 되요. (이)동국이형과는 연습할 때도 서로 눈을 마주치면 알아요. 서로 잘 맞는 것 같아요. (이)동국이형이 워낙 팀의 중심적인 역할이잖아요”
울산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마친 이재성에게 낯선 연고의 전북은 ‘새로운 도전’과도 같았다. 전북의 제안이 왔을 때 모두가 ‘전북같은 팀보단 경기를 많이 뛸 수 있는 팀으로 가는 게 낫지 않겠냐’며 반대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재성은 그런 사람들에게 보란듯이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처음에는 프로에서 저를 뽑아준다고 하니까 마냥 좋았어요. 하지만 과연 전북이란 팀이 나와 맞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졸업을 하지 않은 상태여서 그런 부분에서도 고민이 많았어요. 주변의 조언을 들었는데 다들 전북에 가면 신인이 힘들 거라 하셨어요. 그런데 저는 그게 잘못된 생각이란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대학에 1년 더 남을 수 있었지만 무언가 안주하는 것 같아 큰 도전을 위해 전북에 왔어요”
그렇다면 이재성이 몸소 느낀 전북의 트레이드마크 ‘닥공(닥치고 공격)’의 실체는 무엇일까. 이재성은 닥공의 기본은 결국 ‘수비’였다고 밝혔다.
“광저우전때도 10명이 뛰는데 최강희 감독님께서 수비로 내려서라는 이야기를 안하셨어요. 계속 공격적으로 하라는 걸 보고 이런 게 닥공이란 걸 느꼈죠. 하지만 닥공도 수비가 받쳐줘야 해요. 그래서 최강희 감독님께선 수비를 늘 강조하세요. 지난 광저우 원정 때도 측면 수비가 많이 뚫리면서 어려웠는데, 홈에선 수비가 잘 돼 승리할 수 있었어요”
자연스레, 광저우전 어시스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재성은 자신의 우상인 바르셀로나의 이니에스타를 연상시키는 환상적인 도움으로 전북의 승리를 견인했다. 당시의 환상적인 로빙 패스는,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정확하고, 또 절묘했다.
“약속된 장면은 아니었어요. 레오(나르도)를 보고 있었는데, 그때 레오가 나오는 척 하다가 다시 수비 뒷공간으로 뛰어가더라고요. 원래 제가 그런 로빙패스를 잘 하는 편이 아닌데, 레오를 보고 한 것이 결과적으로 잘 됐어요. 동계훈련 때는 레오가 저에게 많은 어시스트를 해줬는데 이번에는 제가 해줘서 좋았어요. 경기가 끝난 뒤에 저에게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광저우는 지난 시즌 아시아 챔피언답게 정말 힘든 상대였다. 실제로 이재성은 지난 광저우 원정이 올 시즌 들어 치른 경기 중에 가장 힘든 경기였다고 털어놨다.
“광저우 원정이 힘들었어요. 스케줄 자체가 체력적으로 힘들었고, 광저우 팬들의 응원도 저희를 힘들게 했죠. 수만 명이 야유를 보내는데, 정신이 없더라고요. 하지만 이번에 우리 홈에서 가진 경기에선 광저우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았어요. 그러다보니 경기가 잘 안 풀리자 성질을 내더라고요. 특히 디아만티 선수가 불만이 많았어요. 뭐라고 하던데,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기분이 나쁘다는 표현 같았어요”
최강희 감독의 두터운 신뢰 속에, 전북의 주축 선수로 성장한 이재성의 올 시즌 목표는 분명했다. 전북의 K리그 클래식 우승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제패였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올해의 영플레이어상에 대한 욕심과 태극마크를 달고 오는 9월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나가는 것이었다.
“K리그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는 꼭 우승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일단 경기에 많이 나가는 것이 최고의 목표예요. 공격포인트 10개 이상을 하고 싶은데, 그러면 영플레이어상도 가능할 것 같아요. 또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것도 큰 목표 중 하나예요”
[이재성. 사진 = 전북 현대 모터스 제공]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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