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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전형진 기자]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이하 '세결여') 애청자라면 슬기 때문에 한 번쯤은 눈물을 흘려봤을 것이다. 이혼을 고민하는 엄마 은수(이지아)에게 "생각해봤는데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랑 살면 되니까 엄마는 아기랑 아저씨랑 살아"라고 말하는 슬기를 보면 그 깊은 속내에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눈물이 저절로 떨어진다.
많은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슬기를 연기한 아역배우 김지영은 어땠을까. '세결여'에서 성인배우들 못지않은 존재감을 과시하며 "슬기 때문에 드라마를 본다"는 팬들까지 양산해낼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은 김지영을 만나 '세결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사를 자꾸 읽다보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요"
"울 때는 다른 생각을 하는 건 없는데 대본을 보면서 집중하고 읽다 보면은 슬픈 대사들이 많이 있어요. 그런 대사들을 자꾸 해보고 하다보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요.
김지영은 슬기가 많이 불쌍했다고 했다. 억지로 슬픈 생각을 하지 않아도 대본을 읽다보면 저절로 눈물이 나올 정도로 슬기 역할에 한동안 푹 빠져 지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모든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적셨던, 슬기가 은수에게 준구(하석진)와 이혼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이었다.
"37부에 방송됐던 거였는데 제가 엄마한테 '나는 그냥 할아버지, 할머니랑 살아도 되니까 엄마는 아저씨랑 살아' 하는거였어요. 그 대사는 보고 또 봐도 너무 기억에 남아요. 대사도 슬픈데 상황도 슬프고 그래서 특히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요."
똑부러지게 몇 부에 어떤 장면이 기억 남는지 말하는 모습을 보니 역시 일반적인 아이들과는 다르구나 싶었다. 하지만 만약 본인이 슬기라면 때리는 새엄마를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는 "저는 딴말 필요 없고 아빠나 고모한테 새엄마를 일렀을 것 같아요"라며 해죽거리는 표정에서는 영락없는 10살 꼬마의 모습도 보였다.
"대본을 보면서 새엄마한테 혼나는 장면은 '어떻게 찍지' 걱정을 되게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손)여은이 언니가 잘 해주셔서 많이 무섭지는 않았어요. 여은이 언니하고는 상황이 그래서 그렇지 되게 친하게 지냈거든요. 아빠(송창의)하고 대화도 많이 나누고, 고모(김정난)하고도 장난도 치고. 할머니(김용림)도 많이 챙겨주셨고요."
"담임 선생님들이랑 친구들이 TV 나온다고 신기해해요"
김지영에게 어린 나이에 급박하게 돌아가는 드라마 환경이 힘들지는 않았는지 묻자 "대기하는 시간도 즐거웠어요"라는 깜찍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는 '세결여'의 최연소 배우로서 다른 배우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기 때문인 탓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 촬영장 그 자체를 즐겼기 때문이기도 했다.
"원래 책 읽는 걸 좋아하고 글 쓰는 것도 좋아해서 촬영 중간 중간에 공부도 하고 책도 읽었어요. '세트 촬영은 언제 할까' 기다리면서. 그다지 지루하지는 않았어요. 다들 저한테 먼저 와서 말도 걸고 장난도 쳐주시고 했거든요."
김지영 어머니의 말을 들어보면 김지영은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였다. 만날 때마다 "아빠한테 뽀뽀 해줘"라는 송창의와 그런 부녀사이를 보고 "고모한테는 뽀뽀 안 해줄거야?"라며 질투했던 김정난까지, 그는 촬영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성인배우들을 떨게 만들 정도로 카리스마 넘치는 김수현 작가도 김지영에게는 "열심히 잘해"라고 응원해 줄 정도였다.
촬영장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김지영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밖을 나가면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물론, 학교 친구들이나 담임 선생님에게도 칭찬을 받았다. "담임 선생님께서 '너무 신기하다. 네가 어떻게 TV에 나오니?'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친구들도 연기 잘 한다고, 연예인 봐서 좋겠다고 이런 이야기 많이 해줬어요.(웃음)"
"롤모델은 하지원 언니예요"
김지영은 길거리 캐스팅으로 처음 연기를 시작했다. 우연한 기회에 "재미있을 것 같아 보여" 배우의 길로 들어섰지만 지금은 미래의 모습까지 생각할 정도로 진지하게 배우라는 직업을 고민하고 있다.
"롤모델은 하지원 언니예요. 하지원 언니가 쓴 책을 본 적이 있는데 느끼는 것도 많았고 언니 드라마를 보면 기억에 남는 장면이 많거든요. 영화 '7광구'나 드라마 '시크릿 가든', 영화 '내사랑 내곁에'를 봤어요. 보면서 하지원 언니가 한 거는 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웃음)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처럼 사극도 해보고 싶고요."
김지영은 앞으로 맡아보고 싶은 역할로는 "밝은 역할"을 꼽았다. '세결여'의 슬기가 항상 힘들고 아팠기 때문인 탓이다. "처음에는 슬기가 되게 행복해 보였는데 후반으로 가면서 많이 힘들어졌잖아요. 그런 역할이 싫은 건 아니지만 다음에는 그런 힘든 일은 없고, 이왕이면 (다른 사람한테) 맞지 않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웃음)"
[아역배우 김지영.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전형진 기자 hjje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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