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무조건 실력 위주입니다.”
SK 이만수 감독은 단호했다. 지난 7일 야구계를 강타했던 조인성 트레이드 요청설. SK 구단과 이 감독은 사실무근임을 강조했다. 이 감독은 8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난 내가 듣지 않은 얘기는 믿지 않는다.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얘기”라고 했다. 이어 “감독은 원래 욕을 먹는 사람이다. 가장 상처받은 사람은 조인성이다. 난 조인성을 믿는다. 감독이 조인성을 감싸줘야 한다”라고 했다.
결국 조인성 트레이드 요청설은 해프닝으로 무마됐다. 이 감독은 7일 밤 조인성의 원정숙소 방에 직접 찾아가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조인성과 스킨십을 했다. 이 감독의 말에 따르면, 조인성이 이 감독을 보자 마자 “죄송하다”라고 고개를 숙였고, 이 감독도 그런 조인성에게 “니가 아니라면 됐다. 난 널 믿는다. 고맙다”라는 말을 주고 받았다.
▲ 베테랑들의 보이지 않는 불만
이번 사태를 요약하면 결국 베테랑의 출전기회와 팀내 비중이 요지다. 올해 한국나이로 불혹에 접어든 조인성은 FA를 통해 2012년 SK에 입단했다. 그해 104경기서 타율 0.271 9홈런 40타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했다. 그러나 지난해엔 88경기 출전에 그쳤다. 성적은 타율 0.213 7홈런 29타점. 2009년에 이어 4년만에 100경기 이상 출전에 실패했다.
이 감독은 조인성의 비중을 줄이고 정상호의 출전 비중을 늘렸다. 국내 선발투수들은 정상호에게, 외국인 선발투수들은 조인성에게 호흡을 맞추게 했다. 이런 기조는 올 시즌에도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야구계가 주목하는 사건. 조인성은 지난 1일 잠실 LG전 1점 앞선 6회말 무사 1,3루 조윤준 타석 풀카운트서 정상호로 교체됐다. 이후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트레이드 요청설이 터졌다. 이런 정황들만 보면 조인성의 입지가 줄어든 건 사실이다. 하지만, 트레이드 요청설은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이번 조인성 케이스를 떠나서, 모든 팀의 베테랑은 대부분 감독과 보이지 않는 기싸움을 한다. 베테랑들은 당연히 예전처럼 많은 기회를 받길 원한다. 그러나 감독은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베테랑들로선 기회를 많이 잡는 팀으로 이적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구단은 쿨하게 보내주기도 하고, 붙잡아서 설득하기도 한다. 이런 미묘한 흐름의 축이 한쪽으로 무너지면, 갈등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 베테랑 마음 이해하는 이만수 감독
이 감독은 “내가 베테랑들 마음을 잘 안다”라고 했다. 이 감독은 슈퍼스타 출신이다. 삼성을 대표하는 프렌차이즈 스타였다. 그런 그도 현역 마무리는 그리 깔끔하지 않았다. 이 감독은 “현역 은퇴하기 전에 4년 정도 백업 생활을 했다. 대구 팬들이 ‘이만수 좀 나와라’해서 8회나 9회에 대타로 나와서 삼진 당하고 그랬다”라고 회상했다.
이 감독은 새파란 후배들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고 3~4년간 백업 생활을 했다. 그래도 야구에 대한 열정이 있었고 좋아했기 때문에 백업 생활을 받아들였다. 이 감독은 “나도 벤치에 있어보니 정말 경기에 나가고 싶었다. 은퇴할 때까지 계속 경기에 많이 나갔다면 조인성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결론적으로 이 감독은 조인성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다만, 팀을 위해 정상호 위주의 기용을 선택한 모양새다. 이 감독은 8일 잠실 두산전서도 정상호를 기용했다.
▲ 실력 좋으면 경기에 나간다
이 감독의 철학은 확고하다. 그는 “나이, 이름값을 떠나서 무조건 실력 좋은 선수가 경기에 나간다”라고 했다. 이 감독은 조인성의 숙소 방에서도 그 원칙을 다시 한번 설명해줬다고 한다. 실제로 8일 잠실 두산전서 최근 타격감이 좋은 김성현이 9번 유격수로 선발출전했다. 베테랑 박진만을 밀어낸 것. 김성현은 이날 4타수 2안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김성현의 컨디션이 떨어지면 언제든 박진만을 기용할 수 있다. 이 감독의 원칙에 따르면 그렇다.
이 감독은 더 이상 이 해프닝이 크게 부각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는 “일일이 기사를 다 체크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라는 말이 정말 속상했다”라면서도 “그래도 오늘 아침엔 또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기분 좋게 나왔다”라고 애써 웃었다. 이 감독은 조인성 트레이드 요청설에 적극적으로, 그리고 쿨하게 해명했다. “실력 위주 기용”이라는 원칙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이만수 감독과 조인성.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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