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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창원 김진성 기자] LG의 창단 첫 통합우승이 물거품이 됐다.
LG의 창단 첫 통합우승의 꿈.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LG는 10일 모비스와의 챔피언결정 6차전을 내주면서 챔피언결정 준우승이 확정됐다. LG는 2000-2001시즌에 이어 12년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으나 또 다시 준우승을 차지했다. LG엔 그만큼 아쉬움이 큰 시즌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막대한 투자를 했다. 팬들에게 욕도 먹었다. 오직 챔피언결정전 우승만을 바라보고 다가왔다.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했으나 끝내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골인하지 못한 채 홈에서 모비스의 2연패를 바라봤다.
LG는 지난 2012-2013시즌 고의패배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당시 6강 플레이오프 경쟁권에 있었으나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끊임없이 나왔다. 승부처에서 주전들을 빼면서 맥 없이 패배했다. 시즌 막판엔 모비스에 KBL 정상급 센터 로드 벤슨을 내주고 기량이 부족한 커티스 위더스를 받아와 이런 논란에 정점을 찍었다. 결국 LG는 6강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했다. 모비스의 챔피언결정전 우승 직후 벤슨 트레이드의 주인공이 김시래라는 게 드러났다. 신인드래프트서는 김종규 정식 유니폼을 미리 만들어오는 정성을 발휘한 끝에 쾌재를 불렀다. 귀화혼혈 FA 문태종을 1년계약으로 잡으면서 올 시즌에 올인했다. 지난 시즌 중반부터 시작한 대작업이었다.
LG는 결국 사상 첫 정규시즌 우승에 골인했다. 시즌 내내 3위를 달리가 막판 13연승을 질주하며 모비스와 SK를 끌어내렸다. 김시래 문태종 데이본 제퍼슨 김종규로 이어지는 멤버는 막강함 그 자체였다. 2년차를 맞이한 김시래의 경기운영은 한층 안정됐다. 슈퍼루키 김종규는 강양택 코치의 개인지도 속에 무럭무럭 자랐다. 러시아리그 득점왕 출신 제퍼슨은 시즌 초반엔 KBL에 적응하지 못했으나 출전시간이 늘어나면서 맹활약했다. 수비 전술이 세밀하고 촘촘하기로 유명한 모비스 유재학 감독조차 “제퍼슨을 막는 게 불가능하다. 애런 헤인즈, 과거 자유계약시절 용병들보다 낫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LG는 4강 플레이오프서 비교적 강하지 않은 상대 KT를 만나 3연승을 거뒀다. 파죽지세로 챔피언결정전에 선착했다. 상대는 SK에 3승1패를 거둔 정규시즌 준우승팀 모비스. 모비스는 챔피언결정전 2연패를 노리는 전통의 단기전 강호였다. 결국 LG는 경험 부족을 드러내면서 무너졌다. 큰 경기가 되자 문태종과 제퍼슨에게 의존하는 아킬레스건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김시래는 6차전서 힘을 쓰지 못했다. 김종규는 슈퍼루키지만, 루키는 루키였다.
LG가 정규시즌서도 줄곧 상대팀들을 압도하지 못한 채 3위를 달렸던 건 이런 약점이 도드라졌기 때문이다. 김종규는 시즌 도중에 팀에 합류해 팀 조직력을 익히는 데 시간이 걸렸다. 몸싸움, 동료를 활용하는 능력 등 세부적인 약점을 메우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엄밀히 말해 정규시즌 막판 13연승으로 우승에 골인한 건 해결사 제퍼슨의 역량이 컸다. 제퍼슨이 만들어놓은 상승세에 김시래 유병훈 조상열 박래훈 등의 외곽포가 결합한 결과였다. 고비 마다 해결사 노릇을 해준 문태종의 몫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이런 구조적 약점은 챔피언결정전서 그대로 노출됐다. 유재학 감독은 문태종을 함지훈에게, 제퍼슨을 문태영에게 맡겨 철저하게 수비했다. 이들에게 베이스라인을 내줬고, 돌파를 허용한 뒤 김종규를 맡던 로드 벤슨이 약속된 타이밍에 트랩 디펜스를 들어가는 상황. 제퍼슨과 문태종의 위력은 4차전을 기점으로 떨어졌다. 무엇보다 이런 극단적인 변칙수비를 할 수 있었던 건 챔피언결정전 들어 체력과 경기력이 복합적으로 떨어진 김종규의 낮은 지배력이 결정적이었다. 김종규는 챔피언결정전서 끝내 신인의 한계를 벗지 못했다.
LG는 창단 첫 통합우승의 꿈을 다음으로 미뤘다. 그래도 좌절할 것 없다. LG는 미래가 밝은 팀이다. 김시래 김종규 유병훈 조상열 박래훈 등은 앞으로 LG 농구를 10년간 이끌 핵심 자원들이다. 김영환과 기승호 역시 올 시즌엔 비중이 낮았지만, 앞으로도 젊은 선수들을 이끌 수 있다. 문태종과의 계약이 끝났지만, 문태종을 붙잡지 않는다고 해도 충분히 기존 선수들을 육성하면서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여기에 올 시즌 최고 외국인선수 제퍼슨과 재계약할 경우 정규시즌 우승 전력을 다음 시즌에도 유지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 LG 젊은 선수들은 이번 포스트시즌을 통해 엄청난 긴장감과 세밀한 분석이 뒤따르는 단기전을 경험했다. 엄청난 자산이다. LG의 아킬레스건인 경험 부족이 이번 챔피언결정전 패퇴라는 대가로 어느 정도 해결됐다. LG의 미래는 밝다. 아쉽지만 좌절할 필요는 없다. 올 시즌 LG는 지난 몇 년 간의 침체를 딛고 강호로 도약했다. 정규시즌 우승도 충분히 값진 결과물이었다.
[LG 선수들(위), 김진 감독. 사진 = 창원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창원 김성진 수습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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