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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6선발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삼성 류중일 감독이 6선발 체제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11일 대구 SK전을 앞두고 “6선발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의외다. 불규칙적인 휴식일이 보장되는 9구단 체제서 6선발 체제를 도입한 팀은 없었다. 변형 6선발 체제를 도입한 팀은 있었지만, 류 감독은 완전한 6선발 체제 도입을 꿈꾸고 있다.
실현 가능성은 충분하다. 류 감독은 시범경기서 좋은 피칭을 했던 백정현을 선발투수로 쓰고 싶어 한다. 백정현은 지난 2일 대전 한화전 선발등판이 예정됐다가 비로 취소되자 선발로테이션 사정상 그대로 한 텀을 쉬었다. 류 감독은 “정현이가 시범경기서 가장 좋은 구위를 선보였다. 비 때문에 등판하지 못했는데 기회를 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백정현은 12일 대구 SK전서 선발 등판한다. 류 감독의 6선발 카드는 백정현이 키 포인트다. 백정현이 이날 잘 던질 경우, 완전히 선발진에 정착할 가능성이 크다.
▲ 임창용 나비효과
류 감독이 6선발을 얘기하는 건, 사실 임창용 가세의 나비효과도 감안한 결과다. 류 감독은 “임창용 영입으로 뒤가 강해졌으니, 이젠 선발투수들이 실점을 덜 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임창용이 삼성 마무리로 가세하면서, 안지만이 셋업맨으로 돌아갔다. 심창민과 함께 강력한 필승조를 구축했다. 류 감독은 “좌완투수 중에선 박근홍이 구위가 가장 좋다”라고 했다. 삼성 필승조는 박근홍-심창민-안지만-임창용 체제로 재편됐다. 확실히 강해진 느낌이다.
불펜이 강해지면서, 6선발 체제를 시도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6선발 체제는 기존 5선발 체제와는 달리 선발투수에게 휴식을 하루 더 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투수들의 체력이 뚝뚝 떨어지는 무더운 여름에 유용하다. 대신 선발투수들은 이닝을 길게 끌어야 하는 책임감이 주어진다. 그렇게만 된다면, 불펜진도 오히려 힘을 비축할 수 있다. 불펜이 강해진 상태에서 이닝 부담마저 줄어든다면 더욱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임창용이 가세하지 않았다면 결코 생각하기 쉽지 않은 6선발체제다.
▲ 핵심은 백정현과 마틴
6선발 체제의 최대 관건은 백정현과 외국인투수 J.D. 마틴이다. 백정현은 시범경기서는 잘 던졌으나 시즌 초반 스케줄이 꼬였다. 혹여 실전 감각이 떨어졌을 수도 있다. 12일 대구 SK전서 확인해볼 수 있다. 다만, 백정현은 입단 이후 처음으로 선발진에 포함됐다는 게 변수다. 선발 로테이션을 제대로 소화해본 경험이 없다. 그런 점에서 6선발 체제로 돌아가면 백정현으로선 준비를 충분히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일단 백정현이 잘 던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6선발 계획은 백지화될 수도 있다.
마틴도 변수다. 마틴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서 이탈했다. 충분한 재활을 치른 그는 지난 6일 경산에서 열린 NC전서 선발 등판해 3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그리고 이날 퓨처스 게임에 다시 한번 나설 예정이다. 이미 1군 투수들과 훈련을 함께했다. 류 감독은 마틴이 퓨처스리그 게임서 호투할 경우 곧바로 1군에 올릴 계획이다. 백정현과 마틴이 선발진에 정상적으로 합류하면 윤성환-밴덴헐크-배영수-마틴-장원삼-백정현의 6선발 체제가 정착된다.
▲ 쌍권총의 부활여부는
변수는 또 있다. 권오준과 권혁의 1군 합류 여부다. 불펜이 더욱 강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스프링캠프서 자전거를 타다 넘어지면서 손목을 다친 권오준은 현재 퓨처스 게임서 정상적으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권혁은 현재 1군에서 말소돼 퓨처스로 내려갔지만, 정상적으로 훈련을 한 뒤 다시 1군에 올라올 수 있다.
류 감독은 “그래도 쌍권총 아니었나”라고 했다. 권혁과 권오준이 필승조에 정상적으로 가세하면 삼성 불펜은 전성기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다. 또한, 그럴 경우 불펜이 강해져서 굳이 6선발 체제를 고수하지 않아도 된다. 박근홍-권혁-권오준-심창민-안지만-임창용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는 상황에 따라 로테이션을 돌려도 된다. 이들이 더 많은 이닝을 분담할 경우 선발투수들의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굳이 6인 로테이션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백정현 혹은 마틴, 다른 선발투수들이 부진하면서 6선발 계획이 틀어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사실 시즌 초반 삼성 선발진은 썩 좋지 않다. 때문에 권오준과 권혁의 부활은 삼성 마운드에 매우 중요하다. 류 감독은 “예전의 권오준은 아니다. 수술을 세 번하면서 팔 근력이 떨어졌다. 145km가 찍히면 좋은데 135km 이상 나오지 않는다”라고 했다. 권오준과 권혁이 조금만 힘을 보태면 6선발 실패 가능성에도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
임창용의 마무리 합류와 백정현의 선발진 가세로 삼성 마운드 질서가 새롭게 정립될 조짐이다. 마틴도 곧 1군에 올라온다. 류 감독은 일단 6선발 체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백정현(위), 마틴(가운데), 권오준(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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