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드라마틱한 구원승에 불편한 현실이 숨어있다.
삼성 임창용이 숱한 화제를 남기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13일 대구 SK전. 8-8 동점이던 8회초 1사 만루서 마운드에 오른 임창용은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임창용은 2007년 10월 5일 부산 롯데전 이후 2382일만의 복귀전서 2007년 9월 9일 잠실 LG전 이후 2408일만에 승리를 따냈다.
드라마틱한 복귀전 구원승이었다. 이날 경기 전 임창용은 김태한 투수코치를 통해 류중일 감독에게 자진등판을 요청했다. 류 감독은 임창용을 1군에 올리면서 “마무리”라고 못박았다. 임창용은 11일 대구 SK전서 1군에 등록된 뒤 팀이 2경기를 연이어 내주면서 등판할 상황이 생기지 않았다. 이날 대구구장에 모인 팬들은 세이브든, 승리든, 패전이든 임창용이 복귀전을 감상할 운명이었다.
▲ 원래 9회 등판 예정, 갑자기 올라갔다
임창용은 경기 후 “원래 9회에 올라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상황이 변하면서 급하게 올라갔다”라고 했다. 역시 임창용의 마인드는 강인하다. 그는 “그게 마무리의 숙명이다”라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이어 “세이브를 해야 하는데 승리를 했다”라며 살짝 미소를 띄었다.
8회 안지만이 최정에게 동점 만루포를 맞은 이후 다시 1사 만루 위기. 김태한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 약간 미묘한 상황이 있었다. 8회 두 번째로 마운드를 방문하게 되면서 투수교체도 가능한 상황. 그러나 김 코치는 안지만과 한창 얘기하다 슬쩍 3루쪽 덕아웃을 쳐다봤다. 정황상 덕아웃의 류중일 감독과 불펜을 번갈아 쳐다본 듯 했다.
6-0으로 앞선 경기가 순식간에 8-8 동점이 됐다. 그리고 1사 만루 역전 위기. 투수교체를 놓고 확실한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분위기가 넘어갔지만, 아직 리드를 내준 건 아니기 때문에 추격조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차우찬, 안지만 모두 등판한 상황. 심창민이 있었지만, 결국 확실한 카드는 임창용이었다. 아무리 마무리로 출발한다고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2382일만에 복귀전을 갖는 건 벤치로서도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임창용도 “부담은 있었지만 감독님과 선수들에게 믿음을 주고 싶었다”라고 의연하게 말했다.
▲ 왜 드라마틱한 복귀전이었나
임창용은 SK 대타 루크 스캇에게 역전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내줬다. 직구만 연이어 3개를 던지는 강심장 기질을 발휘했다. 그러나 김성현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고 타선이 8회 재역전을 하면서 임창용에게 구원승 조건이 주어졌다. 임창용은 1점 앞선 9회 세 타자를 차례로 처리했다. 특히 스리쿼터 폼으로 슬라이더를 던져 최정을 헛스윙 삼진 처리한 게 압권이었다. 임창용은 역시 산전수전 다 겪은 마무리다. 모든 팬과 언론이 그의 복귀전에 집중적인 관심을 표명했다. 사실 상당한 압박감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임창용은 위기에서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임창용의 복귀전은 싱거울 뻔했다. 삼성은 이날 5회까지 6-0으로 앞섰다. 더구나 선발투수 윤성환이 6회 1사까지 퍼펙트 피칭을 했다. 누구나 삼성이 쉽게 이기고, 임창용은 맥 빠진 상황에서 복귀전을 치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SK는 정상호의 솔로포를 시작으로 7회 3점을 만회해 4-8로 추격한 뒤 8회 9-8로 승부를 뒤집었다. 차우찬과 안지만이 와르르 무너졌다. 역시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임창용은 이날 4점 앞선 8회초가 시작할 때 3루쪽 불펜에 나와서 몸을 풀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삼성 덕아웃에 여유가 넘쳤다. 그러나 차우찬이 무사 만루 위기에 처한 뒤 안지만이 공 딱 1개를 던져 최정에게 동점 그랜드슬램을 얻어맞자 일순간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잠깐 몸을 풀고 들어간 임창용은 8회초가 끝나기도 전에 부랴부랴 불펜에 다시 나왔다. 8회초에만 두 번 몸을 푼 임창용. 전후 분위기는 천지차이였다.
▲ 드라마 속에 숨은 불편한 현실
드라마 속에 숨은 불편한 현실. 차우찬이 ⅔이닝 3자책, 안지만이 ⅔이닝 1차책을 기록했다. 삼성 막강 불펜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결과다. 삼성은 이날 극적인 승리를 챙겼지만, 여전히 4승6패로 7위다. 시즌 초반 부진한 스타트를 한 건 단순히 삼성이 본래 슬로우스타터라서라고 볼 수도 있지만, 마운드의 부진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삼성은 14일 현재 팀 평균자책점 5.17로 6위다. 선발과 중간을 가릴 것 없이 무너진 상태다. 개막 초반엔 장원삼 윤성환 릭 밴덴헐크 등이 흔들리더니 최근엔 차우찬 안지만 심창민 등이 연이어 결정타를 얻어맞았다. 11일과 12일 임창용의 복귀전이 성사되지 않은 것도 심창민과 안지만이 승부처에서 결승점을 허용하며 패전투수가 됐기 때문이다. 필승조가 투입되고도 임창용에게 바통을 넘겨주지 못했다.
류 감독은 임창용의 복귀로 호기롭게 6선발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13일 경기를 앞두고 “마틴이 다음주에 돌아오면 백정현 순번에 들어갈 수도 있다”라고 했다. 6선발을 포기하고 5선발 체제를 유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구위가 괜찮은 백정현을 불펜에 보내서 안정감을 높이겠다는 의미다. 어차피 불펜이 안정되지 않으면 6선발도 큰 의미가 없다. 임창용 복귀전만 해도 차우찬과 안지만이 경기 중반 실점하지 않았다면 임창용은 점수 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드라마틱 하지 않은, 평범한 복귀전을 치를 수도 있었다.
단 1경기였지만, 임창용의 클래스는 여전했다. 문제는 임창용에게 바통을 넘겨줘야할 필승조다. 평균자책점 9.64의 안지만, 5.68의 차우찬이 특히 좋지 않다. 이들이 구위를 언제 끌어올리느냐에 따라 임창용의 세이브 적립 속도가 달라진다. 마무리의 숙명은 이처럼 때로는 기구하다.
[임창용.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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