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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김진성 기자] “점점 욕심도 생기고, 부담도 되네요.”
분명한 사실 하나. 손연재(연세대)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스스로도 “예전엔 월드컵 종목별 결선에만 올라가는 게 꿈이었는데, 이젠 메달을 바라보게 됐다”라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손연재는 아직 세계 톱랭커와는 분명히 간극이 있다. 러시아 원투펀치 마르가티나 마문과 야나 쿠드랍체바는 아직은 손연재에겐 확실히 한 수 위다. 그래도 손연재는 세계 3~5위권에서 경쟁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리스본 월드컵 개인종합 우승 포함 4관왕, 페사로월드컵 메달 포함 8연속 월드컵시리즈 메달 획득 등 최근 손연재가 거둔 성과를 두고 여러 분석이 나왔다. 시즌 조기 준비, 어머니와 동행하면서 발생한 심리적인 안정효과, 파워와 체력 향상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옳은 지적이다. 손연재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했다. 경기운영의 묘라고 설명하면 될 것 같다.
손연재는 15일 인천공항에서 진행된 스텐딩인터뷰서 “음악이 전부 마음에 든다. 이제 내 스타일을 찾은 것 같다”라고 했다.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음악. 당연히 심리적인 안정감 속에서 연기할 수 있는 밑바탕이다. 시니어에서도 연차가 쌓이면서 손연재도 자신의 스타일을 확실하게 파악하는 여유가 생겼다.
또한, 손연재는 “내가 잘하는 기술을 많이 하려고 한다. 난도에서 단 0.1점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라고 했다. 손연재의 최대장점은 역시 표현력. 여기서 점수를 끌어올리는 게 손연재만의 전략이다. 그리고 단점으로 부각될 수 있는 기술은 최대한 줄였다. 대표적인 게 리드믹 스텝이다. 손연재는 “다른 선수들은 리드믹스텝을 3회 이상 한다. 그러나 나는 1번 정도 한다”라고 했다.
리드믹 스텝은 수구 조작과 동시에 리듬을 타면서 스텝을 밟는 것이다. 아무래도 이 부분에서 유럽 톱랭커들이 손연재에게 비교 우위를 점한다. 손연재는 약점을 최소화하면서 강점을 극대화해 점수를 따내는 전략을 사용 중이다. 매우 현명한 선택. 굳이 잘 안 되는 부분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손연재 역시 다른 선수들에 비해 비교 우위인 부분이 있다.
또 하나. 손연재는 “다른 선수들의 연기는 거의 보지 않는다”라고 했다. 혹시 다른 선수들의 연기를 보고 참고할 것이 있지 않을까. 손연재는 “선수들과 경쟁하지만, 자기 자신의 프로그램으로 경쟁하는 것이다. 굳이 다른 선수들의 연기를 찾아서 보지는 않는다. 내 연기에만 집중해서 좋은 점수를 받으면 된다”라는 소신을 밝혔다.
이런 전략을 통해 손연재는 세계 톱랭커로 성장했다. 물론 기본적으로 하루에 7~8시간씩 진행하는 지옥훈련이 밑바탕에 깔려있지만 말이다. 모든 스포츠선수의 숙명이 그렇다. 정상급 선수는 누구나 겪은 어려움이다. 손연재 역시 마찬가지. 그녀는 “예전에 어렸을 때는 멋 모르고 했던 것 같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더 부담이 되고 긴장된다. 3~5위권 선수들은 실수 하나로 승부가 갈린다. 경기장 분위기도 예전보다 더 진지해졌다”라고 했다.
손연재의 세계정상급 선수로의 폭풍성장은 이유와 비결이 있다. 그 과정에서 남모를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본인이 감당하고 인내해야 한다는 걸 알기에, 20세 소녀 손연재는 그 치열함 속에서 그저 묵묵히 걸어간다. 그리고 월드컵 금메달이란 성과를 거뒀고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에도 도전한다. 그렇게 손연재가 한국 리듬체조 역사를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다.
[손연재. 사진 = 인천공항 김성진 수습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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