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강산 기자] "피해를 봤다기보다 제가 잘못한거죠."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시즌 2번째 맞대결을 앞둔 잠실구장. 두산 포수 양의지는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려 했다. 주장 홍성흔과 송일수 감독도 "잊고 새로운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겠다"고 했다. 당사자인 양의지도 마찬가지였다.
전날 묘한 상황이 나왔다. 2회 어이없는 경기 운영 미숙으로 흐름을 일순간에 넘겨줬다. 팀이 1-2로 뒤진 2회초 1사 만루 상황에서 롯데 정훈이 3루수 앞 땅볼을 쳤다. 그리고 두산 3루수 허경민이 병살을 노리기 위해 포수 양의지에게 송구했다. 3루 주자 문규현은 완벽한 아웃 타이밍이었다.
그러나 양의지의 발이 홈플레이트에서 떨어졌고, 이기중 주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양의지의 1루 송구도 살짝 빗나가면서 주자를 모두 살려준 것이다. 문제는 기록원이 홈 상황을 아웃으로 착각한 것. 전광판에는 아웃카운트가 하나 추가돼 2아웃이 됐다. 후속타자 손아섭은 투수 땅볼로 물러나 그대로 이닝이 종료된 듯했다. 원래대로라면 2아웃이 돼야 했지만 선수들은 모두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이기중 주심과 포수 양의지, 문규현만 상황을 알고 있었다.
이를 확인한 롯데 포수 강민호가 김응국 코치에게 상황을 설명했고, 김 코치의 항의로 경기가 중단됐다. 결국 경기는 22분여 만에 롯데가 4-1로 앞선 2회초 2사 2, 3루 상황에서 재개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문규현의 득점이 인정됐고, 손아섭의 투수 앞 땅볼 때 3루 주자 전준우도 득점한 것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두산은 "1아웃으로 알았다면 곧바로 1-2-3 병살을 위해 홈에 던지지 않았겠느냐"며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곧이어 롯데 최준석의 스리런 홈런까지 터지며 흐름이 완전히 넘어갔고, 두산은 7-13으로 패했다.
경기를 앞두고 만난 양의지는 "주심이 세이프를 선언하길래 '내가 뭘 하고 있었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주심에게 물어봤는데 발이 떨어졌다고 하더라. 다음 플레이를 진행했는데 2아웃 상황에서 모두 철수했다. 롯데 선수들이 수비에 나오길래 '끝났구나' 생각했다. 그냥 상황이 정정됐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두산 측이 피해를 봤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양의지는 선을 그었다. 모두 자신의 잘못이라는 것. 그는 "그런 플레이가 안 나오도록 해야죠"라며 "우리 팀이 피해를 봤다기보다 내가 잘못했다. 학교 다닐 때도 이런 플레이는 없었다"고 자책했다. 그러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타격 연습을 위해 방망이를 들고 힘차게 그라운드로 나섰다.
[양의지.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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