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두산이 연이틀 9회에 아쉬움을 남겼다.
두산이 18~20일 롯데와의 주말 홈 3연전을 1승2패로 마쳤다. 루징시리즈라는 결과보다도 내용이 찝찝했다. 3경기 모두 깔끔하지 못했다. 18일에는 초유의 기록원, 심판 해프닝의 피해자가 됐으나 알고 보면 양의지의 베이스 터치 실수가 컸다. 19일과 20일엔 1승을 나눠가졌으나 9회초 수비에서 너무나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다 잡은 20일 경기를 놓쳤다.
▲ 9회 수비균열
우선 19일 경기. 두산은 5-4로 앞선 상황에서 9회초를 맞이했다. 선두타자 대타 박종윤이 이용찬의 초구를 공략해 우중간 3루타를 날렸다. 사실 우익수 민병헌이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견수 정수빈과 동선이 겹치면서 민병헌이 공을 글러브에서 떨어뜨렸다. 애당초 3루타가 될 타구가 아니었다. 오승택의 동점 적시타 역시 유격수 김재호가 처리할 수 있었으나 바운드를 맞추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9회말 양의지의 끝내기 안타가 나왔지만, 깔끔한 경기가 아니었다.
결국 20일 경기서 사건이 터졌다. 2-1로 앞선 9회초. 선두 루이스 히메네스의 2루 내야안타부터 찝찝했다. 2루수 고영민이 잘 잡았으나 포구하는 1루수 호르헤 칸투의 발이 베이스에서 떨어졌다. 그래도 여기까진 괜찮았다. 후속 황재균의 번트가 1,2간으로 향했다. 이용찬이 글러브를 뻗었으나 타구는 글러브를 스치고 지나가면서 느리게 굴렀다. 이 역시 1루수 칸투와 2루수 고영민의 기만한 대처가 있었다면 아웃카운트를 잡을 수도 있었다.
무사 1.2루. 강민호가 번트를 댔다. 정석이 아니었다. 1,2루서 보내기 번트는 3루쪽으로 대는 게 정석. 그러나 강민호의 번트는 1루로 향했다. 칸투가 대시하면서 잘 잡았다. 그러나 3루 송구가 빗나갔다. 3루수 허경민이 몸을 날렸지만, 공은 3루 파울존으로 흘렀다. 그 사이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아 승부가 뒤집혔다. 19일 경기와는 달리 9회말 반전도 없었다. 두산은 허무하게 1경기를 내줬다. 선발 유희관의 역투도 무의미해졌다.
▲ 9회 수비균열이 미치는 악영향
일부러 9회에 실책을 하는 선수들은 없다. 중요한 건 연이틀 9회에 실책이 나오면서 경기 흐름이 꼬였다는 점이다. 19일 경기서는 9회말 끝내기 안타가 나와서 다행이었지만, 사실 19~20일 경기 모두 내줘도 할 말 없는 내용이었다. 희대의 해프닝 속 패배한 18일 경기까지 더하면 3연전 스윕을 당할 수도 있었다. 중위권에서 상위권 공략을 노리는 두산으로선 생각하기도 싫은 일.
마무리 이용찬은 26, 25세이브를 따냈던 2009년과 2010년 위용에는 미치지 못한다. 직구 위력과 컨트롤 모두 예전의 감각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래도 최근엔 연이어 좋은 결과를 내면서 두산 불펜 시스템 자체가 안정되는 느낌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연이틀 실책이 나오면서 블론세이브가 기록됐다. 세이브 대신 승리와 패배가 기록됐다. 이용찬 개인적으로도 아쉬움이 남았다.
두산은 불펜이 아킬레스건이다. 좋은 타선과 선발진을 보유했지만, 불펜의 불안이 타선과 선발진 위력을 떨어뜨린 게 사실이다. 그래도 경기 막판 박빙 승부서 크게 밀리지 않고 버텨온 건 마무리 이용찬의 존재감과 리그 톱 클래스급의 수비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었다. 이용찬이 터프한 상황에서 경기를 마무리해줬다. 탄탄한 수비력도 불안한 불펜이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두산 야수진은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집중력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팀 승리를 위한 측면에선 굉장히 고무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연이틀 이런 좋은 흐름이 깨졌다. 그것도 수비수들이 가장 집중해야 할 9회 1점 리드 상황에서 무너졌다. 만약 포스트시즌 같은 단기전이었다면 치명적이었다. 더구나 롯데보다 불펜이 더 강한 팀을 만났다면 그 피해는 더욱 커질 수 있었다. 그나마 1승2패로 시리즈를 마친 게 다행이었다. 두산으로선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다행히 두산은 야수진이 풍부하다. 송일수 감독은 시범경기를 통해 1루 칸투, 2루 오재원, 유격수 김재호, 3루수 이원석을 주전으로 확정했다. 이원석이 왼쪽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18일 잠실 롯데전을 앞두고 1군에서 말소된 뒤 허경민이 3루수로 나서고 있지만, 중량감에 큰 차이가 없다. 20일 경기처럼 고영민이란 좋은 수비수도 박빙 승부서 나설 수 있다. 송 감독은 이렇듯 언제든 유연하게 야수진을 운영할 수 있다. 건전한 경쟁과 집중을 유도할 수 있는 환경이다. 다만, 기본적으로 두산 야수진의 수비 집중력에 대한 부담은 큰 편이다. 두산이 지난 주말 3연전 내용을 그냥 넘겨선 안 되는 이유다.
[두산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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