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퍼즐들이 서서히 들어맞는 느낌이다.
삼성은 23일 현재 7승9패로 저공비행이다. 선두 넥센에 4.5경기 뒤진 6위. 그러나 최근 4경기서 3승1패로 회복세인 것도 사실이다. 삼성 특유의 조급해하지 않는 분위기, 임기응변에 강할 수밖에 없는 내부적인 시스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확실히 류중일 감독은 서두르지 않는다. 내부적인 문제들을 차근차근 해결하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 내부적인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수 많은 경기를 계속 치르면서 검증을 받아야 한다. 중요한 건 류 감독의 처방전이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면서 팀 분위기가 안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규시즌이라는 큰 그림에 그동안 맞지 않았던 퍼즐들이 교정 작업을 거친 뒤 서서히 들어맞는 느낌이다.
▲ 나바로와 이영욱
시즌 초반 삼성 타선의 최대난제는 테이블세터. 사실 채태인, 최형우, 박석민, 이승엽 클린업 쿼텟은 시즌 초반부터 비교적 꾸준한 활약을 하고 있다. 용병 타자들의 가세로 이들이 9개구단 최강의 중심타선이라 확신할 수 없지만, 꾸준함과 내구성에선 으뜸이다. 그런데 테이블세터의 타율과 출루율이 너무나도 떨어지면서 그동안 팀 공격의 효율성이 극도로 떨어졌다. 중심타선의 능력을 극대화하지 못했다.
개막전 테이블세터는 정형식-야마이코 나바로였다. 그러나 정형식은 시즌 초반부터 부진에 빠졌다. 그러자 류 감독은 경험 많은 박한이의 타순을 나바로와 맞바꾼 뒤 아예 톱타자까지 맡겼다. 그러나 박한이 역시 시즌 초반 페이스가 나빴다. 결국 류 감독은 나바로 톱타자 카드를 꺼냈다. 류 감독 구상에 ‘톱타자 나바로’는 마지막 순위였다. 확실히 나바로는 출루율보다는 일발장타를 갖춘 소총수다. 전형적인 톱타자 유형은 아니다.
그런데 나바로가 지난 20일 창원 NC전서 톱타자로 처음 들어선 뒤 팀 공격이 비교적 잘 풀린다. 테이블세터에서 득점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면서 중심타선과 유기적인 결합이 이뤄진다. 나바로는 당시 4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22일 대구 LG전서도 2안타 게임. 류 감독은 당분간 나바로를 톱타자로 밀어붙일 계획이다. 박한이가 계속 2번 타순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좋은 흐름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또한, 류 감독은 22일 대구 LG전을 앞두고 정형식을 1군엔트리에서 뺐다. 대신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이영욱에게 올 시즌 첫 1군 선발출전을 지시했다. 7번 중견수. 이영욱은 2타수 1안타로 1군복귀 신고식을 마쳤다. 이영욱은 그동안 퓨처스리그서 맹활약했다. 타격 정확성이 완전히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발이 빠르고 수비도 좋다. 언제든지 테이블세터로 뛸 수 있다. 배영섭이 톱타자로 자리잡기 전까지만 해도 이영욱이 삼성 톱타자였다. 정형식에겐 컨디션 회복의 기회를 줬고, 이영욱에겐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류 감독의 이런 변화들과 좋은 사이클이 결합한 삼성 타선은 조금씩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 관건은 선발진
삼성의 팀 평균자책점은 23일 현재 4.24다. 마운드 왕국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그런데 극대화된 타고투저 속에서 리그 3위다. 선발진 기복이 심한데다 심창민과 안지만 역시 안정감을 주지 못한 상황도 나름대로는 선전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삼성은 강력한 마운드가 팀 전력의 토대를 쌓은 뒤 타선이 승부처에서 효율적인 활약을 펼치면서 이기는 게임을 많이 했다. 그런데 올 시즌 초반엔 투타 모두 무너지면서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마운드서도 그동안 맞지 않았던 퍼즐이 들어맞을 조짐이다. 일단 외국인투수 J.D. 마틴이 20일 창원 NC전서 7이닝 1실점으로 연착륙에 성공했다. 릭 밴덴헐크가 어깨 염좌로 잠시 1군에서 빠진 상황. 올 시즌 부정기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 중인 백정현이 당분간 고정 5선발을 해줘야 한다. 백정현은 당장 23일 대구 LG전서 선발 등판한다. 백정현마저 연착륙할 경우 일단 밴덴헐크 없이도 그럭저럭 선발진이 돌아갈 수 있다. 백정현은 아직 팀에 완전한 플러스 전력은 아니다.
불펜은 마무리 임창용이 들어오면서 내부적인 교통정리가 끝난 상태다. 류 감독은 안지만과 심창민을 꾸준히 필승조로 투입할 계획이다. 그 과정 속에서 구위와 제구가 좋아지길 기다린다는 방침. 최선의 방법이다. 다른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약점이지만,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삼성은 마운드가 좀 더 안정되면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역시 관건은 선발진이다.
서두르지 않지만, 확실한 변화가 보인다. 류 감독의 투타 퍼즐 맞추기가 일단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나바로(위), 이영욱(가운데), 마틴(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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