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승 그 이상의 의미였다.
두산 송일수 감독은 작전야구를 선호한다. 그런데 플레툰시스템보단 확고부동한 주전 기용을 선호한다. 주전 타자가 부진해도 어지간해선 선발라인업에서 빼지 않는다. 특히 중심타선의 경우 김현수-호르헤 칸투-홍성흔 시스템을 좀처럼 흔들지 않는다. 물론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과감하게 휴식도 줬지만, 단순히 타격 페이스가 좋지 않다고 해서 타순을 바꾸거나 다른 타자를 기용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두산 마운드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안정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주말 롯데와의 주말 3연전 루징시리즈는 마운드가 아닌 실책성 플레이들이 문제였다. 고질적인 불펜 불안도 윤명준 정재훈 이용찬을 중심으로 나름대로 질서를 잡았다. 결국 마지막 열쇠는 중심타선이다. 두산 경기력이 시즌 초반 들쭉날쭉한 이유 중 하나가 중심타선의 2% 부족한 화력이다. 그런 점에서 22일 대전 한화전 승리는 의미가 있다.
▲ 송일수 감독의 세심한 관리
송일수 감독은 주전타자들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낸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세심하게 관리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외국인타자 호르헤 칸투다. 칸투가 시범경기서 어깨를 펜스에 부딪혀 경미한 부상을 입자 곧바로 휴식을 줬다. 송 감독은 시즌 초반에도 감기몸살 증세를 호소한 칸투를 곧바로 주전라인업에서 뺐다. 칸투는 5일 잠실 KIA전부터 8일 잠실 SK전까지 3경기 연속 선발에서 빠졌다.
물론 두산은 든든한 백업 시스템이 구축된 상태다. 타 팀에선 주전 4번 1루수가 가능한 오재일이 백업 멤버로 버틴다. 송 감독이 그래서 칸투에게 충분히 휴식을 준 측면도 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감기 몸살을 이유로 3경기 연속 주전 4번타자를 선발로 빼는 건 그리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송 감독의 세심한 배려라고 봐야 한다. 시즌을 길게 보는 것이다. 22일 2홈런을 치기 전까지 부진했던 칸투를 계속 기용하면서 컨디션을 회복하도록 배려한 것 역시 눈에 띈다. 시즌 초반 극도로 부진했던 김현수와 홍성흔 역시 특별히 아프지 않은 걸 확인하자 꾸준히 기회를 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 클린업 트리오 동반부활조짐
두산 야수진의 촘촘함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건 중심타선과의 유기적인 결합이다. 시즌 초반 민병헌-오재원 테이블세터는 꾸준히 활약 중이다. 9번 정수빈도 괜찮다. 또한, 중심타선을 뒷받침하는 양의지의 활약은 폭발적이다. 결국 김현수-칸투-홍성흔 클린업 트리오만 제대로 돌아간다면 두산 화력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의미. 그러나 그동안 이게 원활하지 않으면서 불안한 마운드와 맞물려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중위권서 치고 올라가지 못한 이유였다.
그런데 클린업트리오가 동반 살아날 조짐이다. 홍성흔이 시작이었다. 그는 22일 대전 한화전서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으나 직전 4경기서 18타수 8안타 5타점으로 좋았다. 16일 대구 삼성전서 홈런만 2개 쳐내면서 장타력도 회복한 상태. 1경기 침묵했지만, 전체적인 페이스는 시즌 개막 때보다 훨씬 더 좋다.
칸투도 22일 대전 한화전서 연타석 홈런 포함 3안타 3타점 게임을 했다. 14경기서 5홈런 11타점은 그리 나쁘지 않은 영양가. 득점권 타율이 0.136으로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결국 표본이 쌓이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22일 2홈런은 송 감독의 배려 속에 타격 페이스가 살아났다는 방증이다.
남은 건 김현수. 타율만 놓고 보면 0.197로 중심타자들 중에서도 가장 심각하다. 그래도 최근 3경기서 10타수 3안타로 조금씩 감을 잡는 모습이다. 22일 경기서 홈런 포함 3타점을 기록하면서 오랜만에 파괴력을 과시했다. 3~4번타자의 동반 홈런. 그 파괴력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마운드가 약한 한화이지만, 두산 타자들이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았다는 건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 향후 전망
기본적으로 김현수 칸투 홍성흔 모두 송일수 감독의 세심한 관리와 믿음을 받는다. 세 사람 모두 평소 몸 관리를 성실하게 한다. 좋은 컨디션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사실 김현수는 지난해 오른쪽 발목 인대에 뼛조각이 돌아다녔다. 구단에선 수술도 고려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수술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 여파로 올 시즌 초반 김현수의 타격 밸런스에 악영향을 미쳤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김현수는 나름대로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그랬고, 올 시즌에도 슬럼프를 극복하는 과정에 놓여있다. 더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홍성흔의 경우 FA 이적 이후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컸다.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심리적인 부분이 시즌 초반 부진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실제 부담을 상당수 떨쳐낸 것으로 보인다. 칸투 역시 메이저리그와 멕시칸리그서 많은 경험을 쌓았으니 나름대로 부진에 대처하는 요령이 있다.
확실한 건 두산 클린업트리오가 나름대로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23일 대전 한화전 승리로 검증도 했다. 송 감독은 이들에게 되도록 부담을 주지 않는다. 자신과의 싸움만 이겨내면 언제든 더 좋아질 수 있다. 만약에 대비한 백업 멤버도 풍부하다. 두산 중심타선은 시즌 초반 최저점을 찍었을 가능성이 크다.
[두산 클린업트리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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